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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정부의 새로운 수익 창구일까

2024년 프랑스 국립음악센터의 예산은 1억 4,690만 유로(한화 약 2,119억 원)다. 이 중 단기 보조금은 제외한 안정적인 수입 항목은 8,030만 유로(한화 약 1,158억 원)이며, 주 수입원은 티켓세, 문화부 보조금, 저작권협회를 비롯한 파트너 기부금, 그리고 올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음원 스트리밍 세금 1,500만 유로(한화 약 217억 원) 등이다. ⓒCamille Gharbi

프랑스 정부는 2024년 1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새로운 세금을 도입했다. 신설 세금은 플랫폼 수입의 1.2% 수준으로 매겨지며, 국립음악센터Centre National de la Musique, CNM 운영과 음악계의 다양성을 키우는 자금으로 사용된다. 새로운 세금 도입은 2023년 4월부터 프랑스 음악산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격렬히 논의돼왔다. 12월 13일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이 세금 부과를 공표하며 결론 났지만, 스포티파이Spotify·디저Deezer 등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프랑스 음악축제에 대한 지원을 취소하는 등 강경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세금 신설이 단지 눈앞의 세수 확보를 위한 방편인지, 건강한 음악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장기 계획인지 묻는다.

부족한 세수는 음악산업에서?

논의의 중심에는 CNM이 있다. CNM은 2020년 1월 프랑스의 음악산업을 통합적으로 관리·지원하는 기관으로 출범했다. 음악 창작과 혁신을 돕고, 수출을 관리하며, 친환경화 방안을 수립하는 등 음악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CNM의 설립 초기 예산은 연 5,000만 유로(한화 약 722억 원). 정부는 음악업계가 할 수 있는 한 CNM의 운영 자금을 자급자족하길 희망했다. 그래서 신설한 것이 라이브 공연 티켓에 대한 세금이다. 라이브 공연의 주최사는 공연 티켓당 판매 금액의 3.5%를 세금으로 내게 됐다. 당연히 업계는 반발했다. 이미 티켓 가격에 20%의 부가가치세가 붙은 상황에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연계는 티켓당 3.5% 세율을 적용하되, 부가가치세는 5%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간 약 3천만 유로(한화 약 433억 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긴급 지원 등을 시행한 여파로 필요 예산이 2배가량 늘어났다.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앞둔 정부는 고민이 깊어졌다.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은 주요 공연 장소이기도 해,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티켓에 대한 세금을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3년 4월 파리시 상원의원 쥘리앵 바르제통Julien Bargeton은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유료 및 무료 음원 스트리밍의 수익에 대해 1.2~1.75%의 새로운 세금을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스트리밍 부문은 음악계 전체 수익의 61%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하며, “연간 2천만 유로(한화 약 290억 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반발했다. 이들은 이미 음원 수익 전액에 부가가치세가 적용되고 있는 데다, 라이브 공연에 비해 낮은 수익 구조임에도 라이브 업계보다 1억 7천만 유로(한화 약 2,437억 원) 더 많은 세수에 기여한다는 주장이다. 안건은 정부·라이브 공연계 대 음반사·스트리밍 업계로 대립하며 표류했다.
10월, 스포티파이·디저·애플 뮤직· 유튜브·틱톡과 음반사가 연합해 대안을 제시했다. 세금 대신 CNM에 매년 1,400만 유로(한화 약 202억 원)를 기부하겠다는 것. 이들의 제안은 업계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정부로서는 큰 이득이 없었다. 세금 신설 건은 11월 상원 투표를 통과해, 12월 13일 마크롱 대통령 발표를 통해 수익의 1.2%를 걷는 것으로 공표됐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다양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어 협업하고 있다. ⓒSpotify / 스포티파이는 2023년 여름 세종문화회관 Sync Next 23과 협업해 공연장 로비에 청음 포토존을 조성했다. 사진 독자 제공

음원 스트리밍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

스포티파이와 디저의 입장은 이렇다. 첫째, 유럽의 음원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과 미국의 거대 기업(구글·애플·아마존 등)이 운영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세율을 같은 선상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것. 스포티파이는 스웨덴, 디저는 프랑스의 음원 플랫폼이다. 거대 기업은 세금이 올라도 그 지출을 여러 채널로 메우며 감당할 수 있지만, 음원 플랫폼은 그 영향이 구독료 인상과 직결된다.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가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되면, 프랑스의 음원 스트리밍 업계는 몇몇 거대 기업만 남은 단순한 구조가 되리라는 것이다. 둘째, 플랫폼에 부과되는 기형적인 세금 구조. 근본적으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저작권자와 수익 배분이 3 대 7 정도로 서비스 제공에 따른 마진율이 낮다. 게다가 프랑스에서는 수익의 20%를 부가가치세로 내고, 디지털 서비스 세금으로 3%, 영상 제공 서비스 세금으로 5%를 납부한다. 여기에 스트리밍 세금까지 추가한다면? 기업은 프랑스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줄여나갈 것이 자명하다. 혁신과 다양성을 위해 걷는 세금은 장기적으로 그러한 시도를 저해할 수 있다.
셋째, 과세 불평등. 음악·음원 관련 소매 업체, 녹음 스튜디오, 라디오 서비스 및 음반사는 스트리밍에 따른 세금에서 면제된다. 하지만 이 세금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송출 서비스 전반)를 겨냥한 것이라면, 음원을 송출해 광고 이익을 얻는 라디오나 방송사에도 똑같이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에 해당하는 세금은 올리고, 전통적으로 수익을 취하던 기관은 면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사례는 미국 시카고에서도 있었다. 시카고에서는 오락·유흥 시설이나 그 장소의 소유자·관리자·운영자·티켓 판매자의 경우 요금의 9%를 오락세Amusement Tax로 내도록 하고 있는데, 2015년부터 이를 영화·음악·게임·쇼핑 플랫폼에도 부과하기 시작했다. 역시 오프라인에서 걷던 세금이 줄어들면서 내놓은 방편으로 해석된다. 시카고의 오락세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처음 포함된 2015년 1억 4,600만 달러(한화 약 1,918억 원), 2022년 2억 3,200만 달러(한화 약 3,048억 원)가 걷혔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 한정한 세금은 적어도 유럽 내에서는 프랑스에서만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해서는 스위스 4%, 덴마크 5%, 포르투갈 1% 등 특별세를 걷고 있다. 이미 유럽의 경우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높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 20%를 비롯해, 영국 20%, 아이슬란드 24%, 노르웨이 25% 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한정한 과세를 논하기에는 아직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과세 논의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과세가 이뤄질 확률도 있다. 시장이 워낙 큰 데다, 과거 국내 업체 한두 곳이 점유하던 음원 스트리밍계가 개방되며 다양한 해외 플랫폼의 국내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 점유율 1위는 유튜브 프리미엄이며, 1월 말 애플 뮤직 클래시컬Apple Music Classical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만약 정부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과세를 생각한다면, 앞서 갈등이 일어난 시카고와 프랑스 사례의 후속 여파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단편적인 정치적 제스처나 세수 확보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국내 음악계의 다양성을 어떻게 넓혀갈지, 혹은 세금 부과가 그 다양성을 저해하지는 않을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우리 대중이 해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국내 플랫폼이나 오프라인에서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음악을 발견하고 누릴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므로.

글 음악평론가 전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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