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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동병상련의 위로가 필요할 때 뮤지컬 〈포미니츠〉와 〈유진과 유진〉

마음에 난 상처는 나무의 옹이와 같다. 완전히 아물어 상처가 생기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덧나게 방치하는 것, 혹은 상처가 난 자리를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정도가 주어진 선택지다. 어느 쪽이나 쓰라리긴 마찬가지겠지만 후자는 동병상련, 즉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의 이해를 통해 쉬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인생의 쓰라림을 겪고 방황하고 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나아가자며 관객에게 손 내미는 뮤지컬 두 편을 소개한다.
1, 2 뮤지컬 〈포미니츠〉
그럼에도 너의 문을 열어라 〈포미니츠〉 | 6.21~8.14 | 국립정동극장

60여 년간 교도소에서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는 10대 소녀 ‘제니’를 만난다. 제니는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지녔으나 살인죄로 복역하고 있다. 크뤼거는 제니에게 피아노 수업을 들을 것을 제안하지만 제니는 세상과 담을 쌓고 오히려 문제만 더 일으킬 뿐이다. 그러나 제니는 피아노를 쉽게 지나칠 수 없고 크뤼거는 제니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둘은 피아노를 매개로 서서히 가까워지고 제니는 크뤼거의 도움으로 청소년 콩쿠르에 출전하게 된다. 하지만 제니를 미워하는 재소자들과 제니의 재능을 질투하는 교도관 ‘뮈체’, 그리고 제니에게 상처를 준 양아버지까지 이들의 간섭 때문에 콩쿠르 결선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다.
제니와 크뤼거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 인생의 풍파 속에 이제 막 던져진 제니는 물론이고 전쟁 이후 60년을 더 살아온 크뤼거 역시 그 상처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그러나 두 인물은 함께 보내는 시간과 음악을 통해 살아가야 할 이유와 삶의 방향을 재정립한다. 극 중 크뤼거는 제니에게 “그러니, 그럼에도 너의 문을 열어라”라고 외친다. 비록 죄책감과 상처를 안고 있더라도 먼저 떠나간 사람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인생을 아무렇게나 흘려보내지 말 것을 당부하는 대목이다. 요즘 시대의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는 뻔함을 넘어 불쾌하기까지 하지만 크뤼거가 제니에게 건네는 조언은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 크뤼거는 아무나가 아니라 제니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영화 〈포미니츠〉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거트루드 크뤼거(1917~2004)라는 실존 인물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뮤지컬은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해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재연으로 돌아온 올해 무대에서는 크뤼거 역에 이소정과 이봉련이, 제니 역에 한재아와 홍서영이 열연하며 세대를 초월한 교감과 연대를 그린다. 무대 중앙에서 제니의 내면을 표현하는 피아니스트 김경민과 제니의 혼연일체된 연주가 대미를 장식한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
네가 옆에 있어서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어 〈유진과 유진〉 | 6.18~8.28 | 대학로 자유극장

부모님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고 모범생으로 조용히 살아온 ‘작은유진’과 공부에는 관심 없으며 털털하고 쾌활한 ‘큰유진’. 두 유진은 중학교 2학년 때 한 반에 배정받게 된다. 큰유진은 같은 유치원에 다닌 작은유진이 ‘그 일’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다며 반갑게 인사하지만 작은유진은 큰유진도, 그들이 함께 다닌 유치원도 모른다고 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유진은 원치 않는 일탈을 하게 되고, 자책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잊고 지낸 과거의 파편이 조금씩 생각난다. 작은유진은 큰유진에게 유치원 때의 일에 대해 묻고 두 친구는 서로의 편이 돼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두 친구가 과거를 함께 돌아보는 구조의 극이다. 잘못한 것 하나 없는 아이들이지만 과거의 일은 계속해서 유진과 유진을 괴롭힌다. 악몽을 꾸는 건 다반사고 가족과 남자친구에게도 2차 가해를 당한다. 이때 그들에게 힘이 돼주는 건 같은 고통을 겪고 옆에 있어주는 서로뿐이다. “네가 옆에 있어서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어” “그때의 우리를 안아줄 수 있는 건 지금의 우리뿐”이라며 유진과 유진은 서로를 토닥인다.
〈유진과 유진〉은 이금이 작가가 쓴 동명의 청소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해 관람 전 우려가 들 법도 하지만 극은 윤리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다만 따뜻하고 섬세하게 유진과 유진에게 위로를 건넨다. 가해자에게 한 치의 서사도 부여하지 않고 무대는 두 유진의 세계, 그리고 두 유진을 맡은 두 배우의 에너지로 가득 찬다. ‘상사화’ ‘홍연’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은 〈유진과 유진〉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 작곡을 맡았다. 루프 스테이션 활용과 악기 연주자들의 익살스러운 코러스 연기까지, 독특하고 감각적인 음악 구성도 〈유진과 유진〉의 매력에 큰 몫을 더한다.

연재인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 사진 제공 국립정동극장, 낭만바리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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