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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책 《규칙 없음》과 《베조노믹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왜 잘나갈까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힘든 건 아니다. 오히려 위기의 시대에 승승장구하는 기업도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국 기업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집콕’ 시대를 맞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세계 각국에서 유료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아마존은 비대면 쇼핑 수요 급증에 힘입어 물류 시스템을 확장하기까지 했다. 두 회사 모두 올 들어 크게 성장했고 주가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런데 과연 이들은 우연히 시대를 잘 만난 덕에 잘나가는 것일까. 책 《규칙 없음》과 《베조노믹스》에는 이들의 남다른 성공 비결이 담겨 있다.

‘이래라저래라’가 없는 회사 《규칙 없음》 |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지음 | 이경남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넷플릭스에는 휴가 규정이 없다. 어떤 직원은 두 달 동안 휴가를 내서 아마존 탐사를 떠나고, 또 누군가는 매달 마지막 주일을 통째로 가족과 지내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출퇴근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재택근무는 물론이고, 주중 3일만 일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한다.
넷플릭스에는 출장이나 접대 비용 규정도 없다. 이 역시 판단과 결정은 직원의 몫이다. 판단의 유일한 기준은 ‘회사에 이득이 되는가’다. 예를 들어 회사 중역이 아니라 실무 직원일지라도 밤 비행기로 장거리 이동을 한 후 다음 날 아침 중요한 발표를 해야 한다면 이코노미석보다는 비즈니스석, 비즈니스석이 없다면 1등석을 이용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피곤함에 짓눌려 흐릿한 상태로 중요한 업무를 다뤘다가는 오히려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심지어 넷플릭스에는 보고 체계나 승인 절차도 없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도 실무자에게 맡긴다. 정보에 가장 밝은 사람, 즉 그 일을 담당하는 직원이 CEO보다 성공 여부를 더 잘 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넷플릭스는 ‘이래라저래라’가 없는 ‘꿈의 직장’ 그 자체다. 하지만 다소 무서운 성공 비결이 더 있다. 자율만큼 무거운 책임의 무게다. 자율을 택하는 대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두 달간 아마존 탐사를 떠나려면 회사가 인정할 만큼의 성과를 먼저 내야 한다. 자리를 비우더라도 다른 직원에게 업무 피해가 가선 안 된다.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을 확신할 만큼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회사 문화가 매우 솔직하다. 서로에 대한 평가가 과감하다. 상향 평가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도록 넷플릭스는 애초에 ‘유능한’ 사람들을 골라 채용한다. 경쟁사에 비해 직원 연봉을 더 높게 책정해 인재를 모은다. 대신 적당히 일하는 사람은 재빨리 내보낸다. 조직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퇴직금을 두둑하게 줘 서둘러 내보낸다. 달콤한 듯하지만 한국 사회 기준에선 일면 살벌하기도 한 조직 분위기가 넷플릭스를 오늘날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그냥 해외 직구 사이트? 아닙니다! 《베조노믹스》 | 브라이언 두메인 지음 | 안세민 옮김 | 21세기북스

아마존 앞에 흔히 붙는 수식어는 ‘글로벌 유통 공룡’이다. 아마존은 20세기 말 인터넷에서 책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시작해 거대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우스갯소리로 ‘없는 것 빼고는 다 파는’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이 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아마존은 IT, 유통을 넘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물류, 환경, 헬스케어, 금융 등 끊임없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도무지 어떠어떠한 기업이라고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언젠가는 우주가 아마존의 사업 본거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우주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이처럼 무섭게 승승장구하는 아마존의 성공 비결은 도대체 뭘까. 책은 CEO 베이조스의 경영 철학에 주목한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고객 중심주의다. 고객에게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해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악평도 받지만 “회사는 제품 안내서를 읽으려고 하지 않는 고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아마존의 성공 경영 상징이 된 ‘식스 페이저(six pager)’가 탄생하기도 했다.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나 제품이 제공되는 일이 없도록 직원들은 사업 기획 초기부터 텍스트로 된 6장짜리 보고서를 꼼꼼하게 만들어야 한다. 베이조스는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은 눈속임이라고 생각한다.
또 책은 “대부분의 CEO가 다음 분기 혹은 그다음 분기를 고민할 때 베이조스는 6년, 7년 뒤에 얻을 결과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아마존 경영의 또 다른 상징인 ‘플라이휠(fly wheel)’이 등장한다. 플라이휠은 일종의 상상 속 바퀴인데 처음엔 돌리는 게 힘들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엄청난 속도로 돌게 된다. 다시 말해 처음엔 멀리 내다보고 상상하는 일이 어렵지만 자꾸 생각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 결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이 아마존에는 더 이른 시기에 유입돼 여러 방면에 적용됐고, 고속 성장의 동력이 됐다.

글 정영현_《서울경제》 기자
사진 제공 알에이치코리아,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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