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 인스타그램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FOCUS+

3월호

리포트 소수에서 다수로,
기부자에서 파트너로 문화예술 후원 트렌드

춤과 음악을 아우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바라로프트, 모듈형 3차원 아트 오브제를 개발하는 에온드에온, 국악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전개하는 원바이원스튜디오, 미술 시장 거래 데이터베이스 및 2차 거래 플랫폼인 파소, 재활용 크리스털 기반 상품을 개발하는 현희.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마다 특색 있는 이들 문화예술 기업의 연결고리는 다름 아닌 ‘포르쉐’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청년 예술가 후원 사업 포르쉐 프런티어 스타트업을 통해 5개 유망 문화예술 창업 팀을 선정했다. 총 2억 5천만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창업 고도화를 위한 전문 엑셀러레이터 매칭 컨설팅, 외부 자원 연계 유치 기회(데모 데이) 등을 제공하며 성장을 지원했다.

이는 문화예술 분야 최초의 스타트업 지원으로, 단순히 지원금 제공에 그치지 않고 창업 초창기부터 함께하며 사업 동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해 주목받았다. 포르쉐코리아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동차 브랜드 중 최초로 서울시 문화상(문화예술 후원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과거 일부 대기업이나 고액 자산가가 문화예술 후원(메세나)의 주된 주체였다면, 오늘날에는 중소기업과 개인으로 저변이 확대되며 후원이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후원 방식이나 분야도 점점 다각화하는 추세다.

고속 성장하는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기업의 후원 사업은 척박한 문화예술 분야가 지속 가능하도록 돕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기업은 정부 기관과 협회, 문화재단 등 전문 기관을 통해 후원 대상을 선정하고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지원 매칭펀드, 한국메세나협회의 기업·예술단체 결연, 지역 문화재단의 협력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125억 2,000만 원으로 2023년(2,087억 8,500만 원) 대비 37억 3,500만 원(1.8%) 증가했다. 지원 기업 수는 587개로 전년(515개)보다 72개(14%) 많아졌고, 지원 건수는 1,861건으로 전년(1,570건) 대비 291건(18.5%) 늘어났다. 1996년 메세나협회가 연도별 지원 현황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전통적으로 후원 사업을 이어온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례로 석유화학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인 삼두종합기술은 2014년 이후 매출액과 대표이사 연봉의 일부를 출연해 지역 작가의 작품을 구입해왔다. 2023년부터는 삼두미술상을 제정해 매년 지역 출신 작가 1~2명을 후원하고 있다.

단순 기부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메세나 활동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은 정부 기관이나 예술 단체를 통해 후원금을 전달하는 소극적 방식에서 나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후원 사업을 펼치며 직접 예술가와 협업하고, 전시를 기획·개최한다.

현대카드는 전시 공간인 현대카드 스토리지와 공연장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특화 도서관인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독자적인 시각으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발굴·소개하고, 디자인이나 건축 관련 서적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이 공간들은 젊은층에게 ‘힙’한 장소로 떠오르며 현대카드 브랜드에 역동적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신용산 본사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을 마련했다. 창업자 고 서성환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을 전시하던 태평양박물관을 모태로 한 곳으로, 무려 1만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다루는 기업 정체성에 걸맞게 고미술부터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전시와 연구·출판, 한국미술 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명품 기업이나 신생 브랜드 또한 예술을 매개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샤넬은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CHANEL Next Prize를 선정해 혁신적인 예술가에게 거액의 상금과 멘토십을 제공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후원함으로써 샤넬이 ‘혁신’의 아이콘임을 보여준다. 구찌 역시 서울 한남동 구찌가옥 지하에 파운드리 서울Foundry Seoul 갤러리를 두고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젊고 유망한 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한다. 탬버린즈와 젠틀몬스터는 하우스 노웨어 도산 매장에 거대하고 파격적인 작품을 설치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예술적으로 전달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Mark Bradford: Keep Walking》전시 전경.
사진 김경태, 제공 Mark Bradford, APMA

예술가와 직접 협업하는, 브랜드의 예술화

실제로 메세나협회의 현황 조사 결과, 2024년 기업의 전체 문화예술 지원 금액 중 56.5%가 자체 운영하는 공연장·미술관 등 인프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 지원 대상 선정 경위도 자체 선정이 30.9%로, 전문·공공기관과의 협업(31.9%)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이 직접 공간을 운영하고 예술가를 발굴하면서 고객과 소통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예전에는 브랜드 로고 노출을 목적으로 후원금을 전달하는 기업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예술가와 협업해 기업 고유의 가치를 창출하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의 발신지’ 역할을 자청하며 브랜드 자체를 예술화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국립현대미술관MMCA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통해 예술을 후원하고 특별 전시를 연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이어진 문경원&전준호의 《웨더 스테이션Weather Station》을 통해 예술과 현대차의 인공지능AI·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한 전시를 선보이며 자동차 제조를 넘어 ‘인류를 향한 진보’라는 브랜드 비전을 각인시켰다.

우리금융그룹의 공익 재단인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발달장애 미술가 육성 사업 ‘우리시각’을 펼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은 미술계에서 신진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문 작가와의 1대1 멘토링과 창작지원금을 제공하고 포트폴리오 제작 등을 통해 전문 작가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우리시각’ 지원 작가의 작품이 포함된 달력 약 80만 부를 배포하기도 했다.

발달장애 미술가 육성사업 ‘우리시각’ 참여 예술가의 모습

진화하는 문화예술 후원, ‘문화강국’ 위한 지름길

소수의 기업과 자산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문화예술 후원이 요즘은 다수의 개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달라진 풍경이다. 가장 대중적인 플랫폼은 텀블벅과 와디즈다. 개인은 독립 출판, 전시, 앨범 제작 등 프로젝트 단위로 후원하고, 그에 따른 리워드나 굿즈를 받는다. 패트리온은 구독형 후원 플랫폼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예술가의 비공개 작업기나 미공개 곡을 미리 감상할 수 있다. 카카오같이가치는 예술을 통한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 클릭 한 번으로 기부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후원을 넘어 수익까지 기대하는 ‘조각투자’(아트테크)도 최근 부상하고 있는 트렌드다. 조각투자 플랫폼인 테사·아트투게더에서는 개인이 거장의 작품을 지분 형태로 쪼개서 구매할 수 있다. 소액을 들여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후원함과 동시에 작품 가격이 오르면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팬슈머fan+consumer’의 성격이 강하다.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싶은 경우, 투명성이 보장된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기반의 예술 후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예술가 후원을 검색하고 직접 소통하며 후원하는 개인도 있다. MZ세대를 필두로 한 소액·다수 후원은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후원 대상과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단순한 기부자가 아니라 창작 과정을 함께하는 ‘서포터’의 역할을 하며 예술가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수의 자산가에서 다수의 개인으로 메세나 주체가 확대되면서 후원 영역도 순수 미술이나 클래식 음악 중심에서 미디어아트, 융복합 예술, K-컬처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서울 중심에서 지역 기반 후원으로 확산하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기술의 발달은 국경을 넘어 해외 후원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의 저변 확대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문화예술 후원이 앞으로 또 어떻게 진화할지,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어떻게 기여할지 기대된다.

포르쉐코리아와 함께한 서울 청년예술창업 페스타 2025 현장



김현경 헤럴드경제 문화부 기자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