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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1월호

서울국제예술포럼,
세계가 함께 말하는 예술과 도시의 미래

도시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서울이 예술 언어로 서계와 소통하며 세계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장이 펼쳐진다.

11월 4일 세계가 서울에 모여 예술과 도시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서울국제예술포럼Seoul, Arts, Future, Talks, SAFT이 시작한다. 올해는 한국이 20년 만에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한 해이기도 하다. 세계가 다시 한국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서울문화재단은 예술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국제 대화를 시작한다. SAFT 2025는 정치와 경제 회의가 아닌, 인간과 예술,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국제 포럼이다.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AI의 등장과 챗GPT의 상용화 이후 현대 문명과 사회의 패러다임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간단한 문장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손쉽게 뽑아내는 시대의 변화에 예술계는 빠르게 적응하며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내고 있다. 이제는 AI 기술을 공동 창작자로 칭하는 것처럼, 기존에 우리가 알고 사용하던 개념조차 본래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국제 예술 시장에서 서울은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세계 시장 안에서 문화 콘텐츠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멀게는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BTS의 활약과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 그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한류의 성적이 날로 갱신되는 요즘이다. 이것을 서울의 매력이라고 봐야 할까, 콘텐츠의 힘으로 봐야 할까. 대중문화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서울의 순수예술도 세계 시장에서 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도시정책, 도시의 실천 방안은 무엇인가?” 이 기세에 힘입어 서울시도 세계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술이 미래를 상상하게 하고, 현장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반응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이에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포럼을 통해 실질적으로 ‘정책과 현장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하려 한다. 예술가의 창의성과 도시 정책의 구조가 어떻게 서로를 지지할 수 있을지, 또 예술이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매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논의한다.

SAFT 2025는 단순한 강연이나 전시가 아니라, 예술과 정책,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협력의 바탕이 되는 담론의 무대가 되고자 한다. 예술가·행정가·도시계획자·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참여해 서울을 비롯한 세계 각 도시의 사례를 공유하고, 그 속에서 ‘예술도시 서울’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세계 문화도시를 위해 우리가 나눌 이야기

올해 포럼의 세션은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1부 예술과 기술의 공진화Artistic·I × Artificial·I, 2부 서울다움과 예술도시Seoul × Arts, 3부 로컬리티와 매력의 도시정책Locality × Attraction이다. 세 축은 각각의 분야를 다루지만,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바로 ‘인간과 예술,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이루기 위한 실천 방향 모색’이다.

1부 예술과 기술의 공진화 세션에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김대식 교수(뇌과학자), 생성형 AI를 활용해 새로운 안무 방식을 연구하는 김혜연 안무가, 기술 기반 예술 창작자인 오주영 작가, 그리고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의 공동대표이자 예술감독인 게어프리트 슈토커Gerfried Stocker가 함께한다. 이들은 기술의 지능과 예술의 감각이 만들어내는 공진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적 상상력과 인간 창의성의 관계를 논의한다.

2부 서울다움과 예술도시 세션에는 캐나다 공연예술마켓CINARS 총감독 질 도레Gilles Dore,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Creative Scotland 국제교류총괄 로나 두기드Lorna Duguid, 그리고 필라델피아 미술관 아시아미술 디렉터 겸 한국미술 큐레이터인 우현수 디렉터가 참여한다. 질 도레 총감독은 세계 예술시장의 트렌드와 유통 구조의 변화 양상을 현장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나누고, 로나 두기드 국제교류총괄은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모멘텀 프로그램 사례를 중심으로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가 정책적으로 어떤 구조를 통해 활발하고 지속적인 국제 교류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부관장을 지내기도 한 우현수 디렉터는 지난 30여 년간 미국 미술계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미술, 그리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분야와 도시에서 경험한 ‘한국·서울다움’의 매력을 해석하고, 서울이 예술도시로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전략과 방향을 제시한다.

3부 로컬리티와 매력의 도시정책 세션에는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의 모종린 교수(도시경제 및 골목상권 전문가), 바이브랩VibeLab 공동 대표이자 야간문화정책 컨설턴트 루츠 라이센링Lutz Leichsenring,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우정현 교수가 함께한다. 특히 루츠 라이센링은 야간문화가 단순히 유흥과 관광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아닌, 다양성과 안전이 보장된 시민문화로 확장돼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모종린 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지역의 로컬리티가 도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체적 자원임을 짚으며, 도시의 매력이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공유한다. 우정현 교수는 디지털 기술, 인간의 감각적 경험, 그리고 도시 공간의 관계를 연구해온 관점을 바탕으로, 기술이 도시의 물리적 공간과 시민의 감성적 경험을 어떻게 매개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디지털 전환DX이 도시의 장소성, 즉 로컬리티의 의미를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하며, 예술과 기술, 정책이 함께 도시의 매력을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들은 로컬리티와 매력을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바라보며, 예술과 정책이 결합된 지속 가능한 도시 문화 전략을 모색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국제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도시의 매력을 예술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서울의 예술 현장 경험과 정책적 실험을 바탕으로, 예술이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서울국제예술포럼은 그 첫걸음으로, 서울이 세계와 예술의 언어로 소통하며 ‘세계 문화도시 서울’로 나아가기 위한 담론과 도약의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

이번 포럼은 서울이 세계와 함께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는 작은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 단순한 담론의 교류를 넘어, 실제 협력의 기반을 조성하는 구체적 장치로 기획됐다. 이를 위해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정책의 주요 관계자, 국제 예술기관, 도시정책 전문가를 초청해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자리에서는 각국의 문화 정책 경험과 예술 교류 사례를 공유하며, 서울의 예술 생태계가 전 세계 네트워크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모색한다. 단기 교류를 넘어 도시 간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을 고민하고, 예술과 정책이 만나는 실질적 접점을 탐구한다. 이러한 만남이 포럼 이후에도 이어져 서울이 세계와 긴밀히 협력해나가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SAFT 2025는 완성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연결하고 서로의 가능성을 비춰보는 과정에 가깝다. 기술, 예술, 정책, 그리고 도시의 삶이 하나의 무대 위에서 만날 때 어떤 상상력이 피어날 수 있을지 함께 탐색하는 자리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포럼이 단발적 행사가 아닌, 예술과 도시, 사람과 정책이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러한 논의가 향후 서울문화재단의 사업과 정책에도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해 예술 현장에 구체적인 도움과 더 나은 변화를 끌어내는 가교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세계가 서울을 주목하는 지금, SAFT 2025가 그 출발점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불빛을 밝혀갈 것이다.

“문화 교류는 거래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로나 두기드 Lorna Duguid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Creative Scotland
국제교류 총괄 Head of International

Q. ‘모멘텀Momentum’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모멘텀’은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Creative Scotland, 그리고 페스티벌스 에든버러Festivals Edinburgh(에든버러 주요 축제의 연합 조직)가 함께 운영하는 국제 문화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는 각국의 문화기관과 예술가 중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인물을 초청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예술가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기관의 리더나 정책 담당자, 큐레이터, 페스티벌 기획자 등 문화 생태계 전반을 움직이는 인물들입니다. ‘모멘텀’에서는 그들을 위해 맞춤형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에든버러 축제 기간 다양한 공연과 회의에 함께하고, 스코틀랜드의 주요 예술기관과 실무자들을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하죠. 저는 이 프로그램을 종종 ‘문화 파트너 결연 프로그램cultural dating agency’이라고 설명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기관과 기관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새로운 협업이 탄생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그것이 저희 ‘모멘텀’의 국제 교류 모토입니다.

Q. 프로그램의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핵심은 ‘관계’입니다. 모멘텀은 단기 거래가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업을 지향합니다. 참가자들은 짧은 체류 기간 스코틀랜드의 예술가, 프로듀서, 행정가들과 교류하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이어가며 협력의 형태를 발전시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호혜성reciprocity’이에요. 많은 나라가 자국의 콘텐츠를 해외로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우리는 외부의 창작자와 사상가를 초대해 스코틀랜드 내부에서 협업이 일어나게 합니다. 이런 접근은 작품의 수출입이 아니라 공동 창작의 과정이고, 그 안에서 더 깊은 이해와 신뢰가 쌓입니다.

Q. 구체적인 운영 구조나 사례를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매년 특정 국가를 선정해 해당 국가의 문화 관계자 대여섯 명을 초청합니다. 한국·터키·폴란드·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가 참여했죠. 이들은 일주일간 에든버러의 여러 축제 현장을 방문하며 스코틀랜드의 문화 현장을 체험합니다.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는 각 참가자에게 맞는 기관이나 예술가를 연결하고, 필요한 경우 후속 협업을 위한 초기 자금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2024년 한국의 극단 산과 스코틀랜드 극단 원더풀스Wonderfools가 ‘모멘텀’을 통해 만나 서로의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공동 창작 공연을 만들었습니다. 양국의 배우와 연출가가 함께 작업했고, 에든버러에서 초연 후 한국에서도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모멘텀은 단발성 교류가 아닌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작동합니다.

2024년 ‘모멘텀’을 통해 한국의 프로듀서 홍민진(극단 산)과 스코틀랜드 극단 원더풀스가 진행한 공동 프로젝트의 모습

Q. 스코틀랜드는 도시 차원의 문화 전략도 활발합니다. 에든버러시와의 협력은 어떤가요?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는 국가-연방 수준의 예술 지원기관이지만, 에든버러 시의회와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도시 마케팅 부분에서는 서로가 역할을 분담해 협력하지만, 다른 국가 기관들과 협력해 에든버러의 여러 페스티벌을 공동으로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스코틀랜드 전체의 예술 생태계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죠. 이 모델의 핵심은 ‘협력의 균형’입니다. 각 기관이 자신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는 스코틀랜드 내에서도 독특하고 성공적인 협업 사례로 꼽힙니다.

Q. 스코틀랜드의 예술가 지원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우리는 단기 프로젝트 중심의 지원을 최소화하고, 다년제 지원을 원칙으로 합니다. 스코틀랜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예술가와 기관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현재 251개 기관이 3년 단위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장기적인 창작과 관객 개발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개별 예술가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문화 생태계 전체의 기반을 강화합니다. 지속 가능한 예술은 성과가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 서울이 스코틀랜드의 ‘모멘텀’에서 착안할 만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울은 이미 예술적 잠재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모두 갖춘 도시입니다. 다만 도시 차원에서 국제 교류를 지속 가능하도록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관계 중심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시는 단순히 예술 행사를 유치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기관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이 돼야 합니다. 모멘텀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연결’하고,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지원합니다. 도시가 이러한 교류를 촉진하는 중개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문화 교류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발전합니다. 국제 교류는 성과 중심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신뢰와 협력의 구조를 쌓는 것이 국제 사회에서의 ‘지속적인 교류’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밤이라는 시간의 무대에서
사람과 도시를 잇다”

루츠 라이센링 Lutz Leichsenring
바이브랩 VibeLab 공동 CEO

Q. 서울국제예술포럼에서 도시의 새로운 매력 자원으로 주목받는 ‘야간문화’에 대해 발표합니다. 어떤 내용을 다룰 예정인가요?

서울국제예술포럼의 청중이 ‘야간문화’라는 주제에 얼마나 익숙한지에 따라 발표의 깊이를 조절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 야간경제의 흐름, 거버넌스, 그리고 정책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주제는 ‘해가 지지 않는 글로벌 야간경제The sun never sets on the global nighttime economy’입니다. 이 표현은 지구 어디에서나 밤은 계속 존재하므로, 글로벌 차원에서 야간경제는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야간경제는 단순히 시간의 개념을 넘어 문화·공동체·경제가 상호작용하며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야간문화를 상업이나 관광 요소로 바라보지만, 그 이면에는 문화적 가치, 사회적 관계, 그리고 경제적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바로 그 복합적인 구조를 조명해보려 합니다.

Q. 한국에서는 ‘야간문화’가 주로 관광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문화정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야간문화는 단순한 여가나 관광이 아니라, 상업 공간의 재활성화, 글로벌 인재 유치, 그리고 기후 적응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에 바이브랩에서 발표할 연구에는 ‘문화가 기술산업 종사자들의 도시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술산업 종사자는 원격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퇴근 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지역에 머무는 것을 선호합니다. 역설적으로, 야간문화가 풍부한 도시에 젊은 전문가들이 이주하고 정착하게 되는 것이죠.유럽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한 생활 리듬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낮 더위가 심해지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 시간대에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처럼 기후가 문화를 바꾸고, 문화가 다시 도시의 커뮤니티를 바꾸는 현상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는 반드시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야간 활동이 늘어나면, ‘밤에 쉬고 싶은 사람’과 ‘밤에 활동하고 싶은 사람’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죠. 안전과 규제, 공공의 질서를 조율하는 정책적 장치가 필수적입니다.또한 이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려면, 접근성과 이동성 역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자정이면 모든 대중교통이 끊기기 때문에, 택시 외에는 이동 수단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야간문화의 주체가 이동할 수 있는 특정 계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야간문화는 관광을 넘어서는, 삶의 영역이자 문화의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대상을 ‘관광객’으로 볼지, ‘거주민’으로 볼지에 따라 야간문화의 방향과 도시의 정체성도 달라질 것입니다.

야간문화가 활성화한 코펜하겐의 풍경 ⓒRaymond van Mil/VibeLab

Q. ‘야간문화’를 유흥의 범주로 바라보는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야간문화의 예술적 가치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연예술·시각예술·문학·음식문화 등은 모두 야간문화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이러한 활동이 문화 정책의 영역 안에서 인정받을 때 비로소 단순한 오락을 넘어 도시의 문화 자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대상을 젊은 남성의 음주 중심에서 다양한 시민층으로 확장하면, 밤은 유흥의 시간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장場으로 변화합니다. 이는 콘텐츠의 폭을 넓히고, 안전과 공존을 강화하며, 알코올 중심의 매출 구조를 줄여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방안을 설명해주세요.

이러한 확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야간문화’를 정책 영역에 포함해야 합니다. 그래야 예산과 제도,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도시문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관광 정책의 부속’이 아니라, 문화·안전·교통·도시계획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종합 정책으로 다루는 것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야간문화의 활력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첫째는 커뮤니티입니다. 누가 야간의 문화를 만들고 있는지, 창작자와 참여자, 현장의 주체를 이해하고 이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둘째는 공간입니다. 공간은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접근성, 다양한 실험과 경험의 기회를 가진 장소로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창작과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는 제도적 기반입니다. 정부와 공공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으로, 정책, 야간 교통, 관련 지원금, 운영 시간 규제 완화, 그리고 안전 등이 포함됩니다. 세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야간문화는 특정 계층의 소비 공간을 넘어 도시의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서울은 야간문화를 도시의 전략적인 매력으로 발전시키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것 같습니다. 야간의 안전과 대중교통이 훌륭하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창작자와 참여자 또한 풍부해 보입니다. 따라서 창작자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야간문화를 서울의 도시적 매력으로써 전략적으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Q. 팬데믹 이후 야간문화가 일부 위축된 경향을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신다고 해서 교류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도시는 음악, 예술, 그리고 공공 공간을 야간에 활용해 새로운 사회적 결속의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술은 단순한 감상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도시의 언어이자 사회의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공연·설치미술·거리예술·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형식의 예술이 밤의 공간을 재해석하고 시민의 참여를 끌어낼 때, ‘야간문화’는 소비의 장이 아닌 인간적 교류의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여러 복합적인 위기가 일어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공연장과 음악 공간의 수익 구조가 무너지고, 임대료 상승까지 겹치면서 많은 문화 공간이 문을 닫고 있죠.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정책, 커뮤니티와의 소통, 긴급 지원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서울도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축제, 공연, 야간에 즐길 수 있는 안전한 트래킹이나 커뮤니티 모임 등은 이러한 도시의 밤에 활기를 더해줄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Q. 야간문화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은 세대나 계층, 배경을 넘어서는 언어입니다. 그 어떤 디지털 플랫폼도 대신할 수 없는 공유된 경험을 만들어내며, 도시의 밤이 여전히 인간적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늦은 시간에 전시나 버스킹 공연(커뮤니티 콘서트)으로 거리를 밝히는 예술은 공공의 공간을 ‘함께 머무는 장소’로 바꿀 수 있습니다. 결국 미래의 야간경제는 소비가 아니라 문화와 창의성을 통한 ‘연결’에 관한 이야기이며, 예술은 그 연결의 구조를 세우는 핵심적인 기여 요소가 될 것입니다. 다양한 예술 행위가 ‘밤’이라는 시간의 무대에서 사람과 도시를 이어줄 때, 우리는 비로소 야간문화를 인간적 교류의 인프라이자 도시의 매력으로 재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한국 야간문화의 미래는 어떻게 예상하나요?

야간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기준으로 본다면, 서울은 이미 높은 잠재력과 기반을 갖춘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베를린의 야간문화도 매우 인상적인데, 서울은 그와 닮은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도시의 안전성, 그리고 국가 차원의 문화 재정 지원이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야간문화’가 정책적으로 재정의된다면 서울은 이를 도시의 전략적 매력으로 발전시킬 상당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이 공공의 차원에서 야간문화를 실험하고 있다는 점, 특히 ‘서울어텀페스타’처럼 도시가 직접 야간 시간대의 문화를 기획하고 시민과 나누는 시도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승희조 서울문화재단 미래전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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