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의 집을 짓는 중입니다
- 앞서 둘러보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은평 센터는 아직 ‘조성 중’이다. 문을 열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진정한 의미의 무용의 집이 되기 위해서.
공간 조성 초기,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을 둘러싼 가장 큰 질문은 이곳이 ‘예술교육’을 위한 공간인지, ‘공연’을 위한 공간인지였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묻는 것처럼, 두 가지 질문은 결코 나뉠 수 없는 맥락에 있지만 정책 구조상 ‘문화예술교육’과 ‘창작지원’이 분리되어 있다 보니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은평 센터가 담아야 할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방향을 모색해나갔다. 그러던 중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한 ‘댄스하우스Dancehouse’ 모델을 발견했고, 그 개념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맞닿아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말 그대로 ‘무용의 집’인 댄스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창작, 공연, 커뮤니케이션 등 무용과 관련된 종합적인 활동이 펼쳐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2009년 유럽 댄스하우스 네트워크European Dancehouse Network, EDN가 출범한 후 현재 28개국 54개 공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확산되는 추세였다. 국내에도 이미 공연장을 중심으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거나, 반대로 예술교육 중심의 공간에서 소규모 창작을 지원하는 등 비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예술교육과 예술창작은 결국 하나의 흐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방향을 잡고나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댄스하우스를 경험한 예술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에 앉아 관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던 경험이 좋았어요.”
“무용수와 시민이 자유롭게 어울리는 워크숍 같은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공간의 청사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센터 내 댄스스튜디오 1과 2는 당초 전문가용 연습실과 시민 대상 다목적실로 구분하려 했으나 사용자에 따른 환경과 조건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개별 작업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조정했다. 특히 스튜디오 외부 복도에 열린 창을 배치해 누구나 무용의 움직임을 직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은평 센터의 블랙박스 극장은 가변성과 활용성을 중심에 두고 설계했다. 장르별 공연은 물론, 장애인·노약자·어린이 관객을 고려해 최대한 단차를 줄였고, 무대 전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무용 리허설, 프레젠테이션, 쇼케이스, 예술교육 등 다양한 목적의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 공연장을 다양한 상상과 확장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물론 트랜스포머처럼 ‘짠!’ 하고 변신하는 극장은 아니기에 노동이 필요하지만, 공연장을 무한한 상상과 확장의 공간으로 설계한 것은 센터의 지향점과 다르지 않다.
2024년 은평 센터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배리어프리Barrier-Free) 인증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서울 내 30개의 문화 및 집회시설이 BF 인증을 받았는데,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시설 중에서는 첫 기록이다. 로비 티켓부스와 카페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낮은 카운터를 마련했고, 댄스스튜디오에는 별도의 리프트를 설치했다. 엘리베이터는 장애인 승객을 고려해 천천히 움직이도록 설정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한 점도 많다. 진정한 배리어프리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아동·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물리·심리적 장벽 없이 다가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이 공간을 편안하게 이용하고, 예술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한 공간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최소 3~5년이 걸린다고 한다. 은평 센터는 아직 ‘조성 중’이다. 운영 기간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 진정한 의미의 ‘무용의 집’으로 성장해나가고자 한다.
서울무용창작센터는 국내 처음으로 조성되는 무용 전용 공공 공연장이다. 무대 상부엔 전 방향 무대 전환이 가능하도록 텐션 와이드 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객석의 유연한 조합이 가능하도록 블랙박스 구조로 조성했다. 무대 바닥엔 무용수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탄성 강도가 뛰어난 너도밤나무 소재를 사용했다. 9미터에 달하는 높은 층고는 관객이 공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감을 자아낸다. 총 256석 규모의 객석과 프로시니엄·아레나·양방향·런웨이형 등 다양한 무대 형식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듈형 객석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은평 센터로 들어서는 자동문이 열리면 로비의 큰 전광판이 가장 먼저 맞이한다. 전광판에는 은평 센터 홍보 영상부터 댄스필름, 프로그램 스케치 영상 등 다채로운 미디어가 상영된다. 왼편에는 센터 이용자를 위한 물품보관함이 있어 무거운 옷이나 물품을 넣어두고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로비의 긴 유리창을 따라 카페무브와 티켓부스가 자리하고 있다. 카페무브Cafe MOVE는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직전까지 운영되며, 누구나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카페 옆 작은 공간에는 무용 관련 서적과 웹진을 열람하고 공연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티켓부스는 로비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티켓을 받은 뒤에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공연 관람의 설렘을 남겨보면 어떨까.
3층과 4층엔 연습실 겸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는 댄스스튜디오가 있다. 3층의 댄스스튜디오 1은 높은 층고와 전면 거울, 댄스플로어 등 무용을 위한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갖춘 연습실이다. 내부에 탈의실이 있으며, 매트와 발레 바 등이 갖춰져 있다. 4층 댄스스튜디오 2 역시 댄스플로어가 시공돼 있고, 이 외에 빔프로젝터와 무선 마이크가 구비돼 있어 연습은 물론 워크숍과 예술교육 프로그램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주로 맨발로 연습실을 이용하는 무용수들을 위해 센터 내 다른 공간을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실내화가 준비돼 있다.
일반적인 분장실과는 다르게 무용수가 공연 전 몸을 풀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조성했다. 분장실은 지하 1층 그린룸과 1층 무대 뒤편 남·녀 분장실까지 총 3개가 있다. 지하 1층 그린룸에는 내부 샤워실, 화장실, 탈의실이 있으며, 바닥에서 스트레칭할 수 있도록 카페트를 깔았다. 다양한 무대 조명에 맞게 공연 분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분장실 조명에 자동 조절 기능을 옵션으로 추가했다. 1층 남·여 분장실 내부에 각각 화장실이 있는 것도 편의성을 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글 조현정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센터은평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