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생동하는 출발점에 서서
서울문화재단 권역별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의 완성이자, 서울무용센터와 함께 무용 장르의 거점이 될 공간의 문을 열며 그 의의를 생각해본다.
일상이 되기를
서울시 은평구 수색동 빽빽한 아파트 숲 사이, 이곳에는 특별한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2006년 수색증산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수색동 일대는 총 6개 구역 5,304세대 이상의 주거지가 들어서는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졌으며, 그중 수색13재정비촉진구역의 기부채납 시설이 무용 특화 예술교육센터로 조성돼 오는 9월 4일, 2년에 걸친 준비 끝에 문을 연다.
2024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시민의 연간 문화예술 이용 횟수 평균 7.2회이며, 이 중 무용 공연 관람은 1.5회로 조사 대상 장르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공연예술 장르인 연극은 2.4회, 음악은 1.9회였다. 무용이 여전히 대중에게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무용은 ‘어렵다’는 인식과 함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동반한다. 한 번도 무용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무용’이라는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시민과 만나게 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의 지점에서 낮은 수치의 무용 공연 관람 경험은 어쩌면 위기가 아니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말해주는 신호이자, 무용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마주하는 가능성의 출발점일 수 있다.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의 프로그램은 ‘무용’이라는 이름뿐 아니라, ‘움직임’, ‘춤’, ‘댄스’라는 더 넓은 언어로 확장된다. 누군가에겐 공연이 되고, 교육이 되며, 놀이의 방식으로 일상에 스며들게 된다. 예술가는 이곳에서 시민과 더 가까이 호흡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창작의 동기를 되새기고, 시민은 그 만남을 통해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은 2016년 서대문구 홍은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무용 전용 레지던시인 서울무용센터를 개관했다. 서울무용센터가 연습실과 레지던시 등 공간을 중심으로 입주예술가 사업과 안무가 교류 등 무용 장르 창작 기반의 역할을 맡고 있다면,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은 그 창작의 결과물이 시민과 활발히 소통하고 향유되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두 센터의 지리적 거리는 5킬로미터 남짓. 가까운 거리만큼 공간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한국 무용의 미래를 지탱하는 든든한 베이스캠프로 거듭날 것이다.
글 김윤경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센터은평팀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은평구 수색로 322-2
연면적 2,963.85m2, 지하 1층~지상 4층
공연장(가로 15미터×세로 24미터, 총 256석
규모), 교육실, 연습실, 회의실 등
무용예술의 거점
2.6%. 이 숫자는 2024 문예연감 통계조사에서 공개된 2023년 분야별 문화예술 활동 비율 중 최하위를 차지한 무용 장르의 성적표다. 공연예술 분야 중 가장 높은 활동 비율을 보여준 양악 장르(23.2%)와 9배 가까이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2023년 한 해에 그치지 않고 2021년(2.6%), 2022년(2.5%) 등 오랫동안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무용 장르의 현실적인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무용 장르의 문화예술활동 건수와 비율이 다른 장르에 비해 유독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마도 ‘무용’이라는 예술 장르를 일반 대중이 더 쉽고 친밀하게 접하고 다양한 유형과 흥미로운 방식으로 직접 경험할 기회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유추해본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최초의 무용 전용 공공 공연장이자 무용 특화 공간으로 탄생하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의 개관이 더욱 반갑고 기다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최초 무용 전용 공연장으로서의 특별한 의미는 물론, 단순 공연장 기능을 넘어 댄스 스튜디오 등 움직임을 온전히 담아내는 공연과 예술교육이 공존하는 무용 특화 공간으로 조성된다는 점이 더욱 유의미하다. 결국 좋은 공연을 보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좋은 예술가와 만나 작은 움직임 하나를 만들어보는 경험 또한 하나의 공연이 될 수 있다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로써 ‘보는 것’과 ‘배우는 것’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무용을 통한 예술의 심미적 체험을 오롯이 나눌 수 있는 열린 예술 공간으로서 새로운 철학과 비전을 지향한다는 면에서 우리로 하여금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의 개관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예술 현장에 ‘예술가’와 ‘예술교육가’가 마치 다른 역할을 하는 듯, 예술을 구현하는 예술가가 있고 예술교육을 수행하는 예술교육 전문가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평 센터는 공연과 예술교육이 공존하는, ‘보는 것과 배우는 것’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지향점을 통해 예술(공연)과 예술교육, 예술가와 예술교육가 사이 모호한 거리감과 이질감을 해소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돼주기를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결국, ‘가장 좋은 예술가의 예술(공연) 작업이 가장 좋은 예술교육이 될 수 있다’는 절대 불변의 법칙을 끊임없이 증명해내는 은평 센터만의 가치 있는 예술 작업이 탄생하기를 소망해본다. 예술(공연)과 예술교육이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전에 없던 아주 특별한 무용예술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우리 모두의 예술공간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이 될 수 있기를.
글 손혜리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