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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8월호

함께해서 가능한
‘플레이업’의 순간들

연극을 둘러싼 우리가 모두 함께해왔기에 가능했던 플레이업 아카데미.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두 담당자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가 같이 성장해나간 시간
김윤경
2013년 4월~2014년 4월,
2017년 2월~2018년 1월 사업 담당

2012년 처음 시작된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극배우를 위한 재교육 과정으로 기획됐다. 영화 분야의 ‘영화아카데미’처럼, 공연 분야에서도 현역 배우들을 위한 체계적인 재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 바로 플레이업 아카데미다.

2013년 4월, 서울연극센터로 발령받으며 아카데미를 담당하게 됐다. 가장 먼저 주어진 과제가 바로 사업명을 정하는 일이었다. 당시 서울연극센터에서는 영어 단어를 활용한 브랜드 이름이 유행했는데, 각 사업에는 상징적인 단어 조합이 부여됐다. 유망 연출가를 발굴·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새로운 무대를 뜻하는 ‘뉴스테이지NEWSTAGE’, 한 해 동안 주목받은 공연을 시민과 함께 다시 보는 프로그램은 ‘리플레이RE; PLAY’, 그리고 배우의 성장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은 ‘플레이업PLAY-UP’이라고 붙였다.

‘플레이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업명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현재까지도 플레이업 아카데미 대표 강사로 활동하는 연출가 강량원·교수 김혜리의 커리큘럼이 처음 시작된 때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4년에는 커리큘럼의 체계화를 꾀하며, 연극배우뿐 아니라 연출가와 극작가를 위한 창작 방법론 공유 워크숍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이것이 오늘날 ‘연극인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의 토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2013년, 플레이업 아카데미를 처음 담당할 당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은 해외 연출가 워크숍이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연출가와 직접 호흡하는 수업은 항상 높은 수요가 있었지만 재단이 직접 예술가를 초청하기에는 예산의 한계가 있어, 초청공연이 확정된 경우에만 협력 기관과 연계하거나 공간을 협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어렵게 운영했다. 우리가 원해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다른 부서를 거쳐 2017년 다시 서울연극센터로 돌아왔다. 플레이업 아카데미를 다시 담당하게 됐을 때 가장 반가웠던 점은,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이 안정적으로 정착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연극인에게 필요한 재교육 방향이 정규 과정(화술·신체·텍스트 분석·움직임·인지 감각)과 심화 과정으로 체계화됐고, 이는 단기적인 트렌드를 반영하기보다 장기적인 운영을 위한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줬다. 특히 수강생을 모집할 때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진 않을지 늘 걱정이었는데, 모집 이후에는 강사진과 함께 한 명이라도 더 수강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자 함께 고민한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열정적인 연극인이 수강생과 강사진이라는 이름이 아닌 동료가 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치열한 하루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연습실을 자율적으로 개방해두었는데, 수업 이후에도 연습실에 남아 프로그램을 복습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추가로 연습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수업에 늦거나 오지 않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돌아보면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는 우리도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며 모든 것들은 결국 예술 작업의 토대 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플레이업 아카데미를 담당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한 가지가 바로 현장성이었다.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때로는 강사로, 때로는 수강생으로 참여하며 서로의 예술 세계를 나누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자 변하지 않는 지향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가야 할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플레이업 아카데미가 이처럼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던 배경에는 기획 초기 남산예술센터·서울연극센터·연극 지원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극발전TF’라는 조직 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플레이업 아카데미가 서울연극창작센터에 안착하는 만큼, ‘PLAY-UP’이 ‘PLAY-UP-PLUS’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오래 지속되는 플레이업 아카데미의 힘
함수령
2018년 1월~2020년 6월 사업 담당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됐지만, 이 사업의 출발점이자 여전히 핵심을 이루는 키워드는 ‘연극인 재교육’일 것이다. 프로 연극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인 만큼, ‘재교육’은 이미 알고 있지만 잠시 잊었거나, 무대 위에서 본능적으로 체험했지만, 명확히 언어화하지 못한 것들을 꺼내 다시 정리하고 분석하며, 새로운 배움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특별 프로그램 형태로 기획한 ‘캄 다운 아카데미Calm-down Academy’다. 늘 뜨거운 열정으로 훈련하던 시간에서 잠시 한 걸음 물러나, 차분한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일지 고민하며 만든 프로그램이다. 배리어프리와 페미니즘 등 지금도 많은 창작자가 꾸준히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주제를 중심으로, 동시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의 창작 과정을 서로 들어보고, 질문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커리큘럼을 통해 얻는 배움도 의미 있지만, 서로 대화 나누는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배움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 순간이다.

짧게는 8회차, 길게는 12회차까지 함께 달리다보면, 수강생들 사이에 어느새 끈끈한 공감대와 창작의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생겨나고는 했다. 그래서일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이대로 수업이 끝나버리기엔 너무 아쉽다”, “짧게라도 작품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 “작은 쇼케이스라도 해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바람을 이루지 못한 채 헤어질 때가 많았다.

최근에는 부서를 이동해 청년예술팀에서 청년예술지원 사업을 담당하며 청년 예술가들의 첫 작품 발표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종종 플레이업 아카데미에서 만난 연극인들이 실제로 정식 공연을 함께 준비해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잠시 잊고 있던 플레이업 아카데미의 힘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앞으로도 플레이업 아카데미가 연극인에게 열정 넘치는 배움의 장이자, 동료 창작자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돼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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