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업 아카데미,
연극인의 자부심이 된
그간의 여정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이제 서울연극센터에서의 14년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서울연극창작센터로 둥지를 옮긴다.
서울연극센터에서의 시간과는 또 다른 모습의 새로운 역사가 이곳에서 다시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이것으로 플레이업PLAY-UP 아카데미 수업을 모두 마칩니다.”
지난 7월 11일 서울연극센터 3층 스튜디오에서 연출가 구자혜의 ‘연출의 기술적 사유를 위하여’라는 이름의 총 15회차 강의가 마무리됐다. 이렇게 올해 기획한 서울연극센터에서의 플레이업 아카데미가 모두 끝났다.
162개 프로그램, 315명 강사, 2,834명 수강생이 함께한 전대미문의 연극인 재교육 프로그램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지난 14년간 서울연극센터의 대표 프로그램이자 서울연극센터의 또 다른 이름으로 존재해왔다.
서울연극센터에서 처음 연극인 재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은 2012년.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성공리에 운영 중이던 ‘영화아카데미’처럼 연극 분야에서도 배우들을 위한 소수 정예 재교육 아카데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여기에 소극장에서 중극장 중심의 제작 시스템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연극인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해졌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발족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술인 복지 프로그램 운영 요구도 나왔다.
서울연극센터는 산발적으로 진행되거나 단기간 교육 프로그램으로 소진되는 기존 프로그램과 달리 처음부터 ‘소수정예’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먼저 2012년에 지춘성·오순택 선생의 화술과 연기 실습을 비롯해
해외 연출가 워크숍 등으로 꾸려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84명 수강생의 출석률과 만족도가 기대 이상으로 높음은 물론이고 언론의 관심 또한 커서 2013년부터는 ‘플레이업 아카데미’란 새로운 이름을 달고 정식
연례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됐다.
‘play up’이란, 영어로는 뭔가 부각하거나 말썽을 피운다는 다소 장난스러운 의미가 있지만, 재교육 프로그램명이 되면서 배우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기량을 향상하는 아카데미 본연의 의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름이 됐다.
배우 오순택·방은진·김신록, 연출가 강량원·고선웅·성기웅·박해성·윤한솔, 무용가 정영두, 마임이스트 고재경, 극작가 고연옥·김은성, 이밖에 김혜리·장재키(장은주)·조만수·윤종연 등 고유한 테크닉을 장착한 우리나라
대표 공연예술가 315명이 강사로 총출동했다. 배우 김신록과 연출가 구자혜는 처음에는 수강생으로 참가했다가 강사로 그 역할이 전환되기도 했다. 배우 중심의 창작자 기초 역량 강화에서 공연 생태계 자생력 강화로 점차
교육의 범주도 넓어졌다. 수강생들은 연극인으로서의 기본 역량은 물론이고 자신감과 공동체 의식, 예술인으로서의 연대, 나아가 치유의 순간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노라 고백하기도 했다.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이제 서울연극센터에서의 14년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서울연극창작센터로 둥지를 옮긴다. 한성대입구역 부근에 올해 3월 개관한 서울연극창작센터는 공연장과 연습실, 연극인 오피스 등 연극인의 작품
창작에 필요한 다양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준비된 곳이다. 서울연극센터에서의 시간과는 또 다른 모습의 새로운 역사가 이곳에서 다시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연극인의
자부심과 같은 이름으로 살아 있기를 바란다.
한편, 서울연극센터는 대학로를 찾은 시민과 연극인의 사랑방 역할에 집중, 시민 연극 워크숍을 비롯한 다양한 참가 프로그램과 정보 프로그램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모두를 아우르는 ‘대학로-업’의 시대를 더 활짝 열어나갈
것이다.
글 한정희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