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뜨겁게
물드는 서울
올여름,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문화 이벤트를 모았다. 심금을 휘젓는 감미로운 선율과 함께 서울의 여름밤을 만끽해보자.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
“파파파파파” 새잡이 파파게노가 부르는 익살스러운 노래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18세기 서민을 위해 가볍고 흥미롭게 만들어진 <마술피리>는 오페라를 처음 만나는 관객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 이야기는 신비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지지만, 그 메시지는 상당히 진지하다. 밤의 여왕이라는 권력 존재, 시련을 이겨내는 파미나·타미노 커플,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웃음을 선사하는 파파게노·파파게나 커플이 어우렁더우렁 모험을 이어나가는 이야기. 대중에게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르는 상당한 난도의 밤의 여왕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 불타오르고’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오페라를 거대하고 엄숙한 극장이 아닌 여름밤 하늘이 무대 막이 되는 광장에서 본다면 어떨까? 6월 1일과 2일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 야외 오페라 <마술피리>가 막을 올린다.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는 2022년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해온 공연으로, 2023년 비제 <카르멘>과 2024년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무대에 올려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올해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모차르트 오페라를 통해 일상의 행복과 감동, 위안을 전하겠다는 취지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양일간 서로 다른 캐스팅을 만날 수 있다. 1일에는 테너 김성진(타미노), 소프라노 김순영(파미나)·이하나(밤의 여왕)·김동연(파파게나), 바리톤 박정민(파파게노), 베이스 이준석(자라스트로)이 무대에 오른다. 이어 2일에는 테너 이명현(타미노)과 소프라노 양귀비(파미나)·문현주(밤의 여왕)·김동연(파파게나), 바리톤 공병우(파파게노), 베이스 최공석(자라스트로)을 만날 수 있다. 다수의 오페라에서 실력을 발휘해온 김광현이 지휘하며, 유수의 오페라단과 작업한 장재호가 연출을 맡았다. 130여 명 규모의 시민예술단이 합창으로 참여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종문화회관
제1회 국악의 날·국악주간
지난해 국악진흥법이 제정됨에 따라 올해 처음 국악의 날이 시행된다. 세종대왕이 ‘백성과 더불어 음악을 즐긴다’는 뜻을 담아 반포한 ‘여민락’이 처음 기록된 6월 5일이 뜻깊은 날로 정해졌다. 이날을 시작으로 6월 11일까지 국악주간으로 지정해 광화문·경복궁 등지와 서초동 국립국악원 일원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6월 5일 오후 3시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 마련된 무대에서 전통 연희 축하공연으로 국악주간의 성대한 시작을 알린다. 저녁에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기획공연 <연희_판>이 흥겨운 한마당을 이어간다. 현충일인 6일에는 광화문광장 무대에서 진도씻김굿이 한바탕 펼쳐진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전승되는 무속으로, 국가무형유산으로 전승되는 씻김굿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회다.
7일과 8일 주말에 걸쳐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리는 세종조 회례연은 장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예와 악으로 다스리는 유교 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세종대왕이 창제한 결과물을 집대성한 궁중 연례악으로, 600여 년 전 그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해낼 계획. 역사서에서 보고 듣기만 했던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동시에 광화문광장 무대에서는 국악 미래세대와 TV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이들을 만날 수 있다.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여우락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신진 국악인의 무대, 파격적인 시도로 인기를 끈 이희문밴드, 경연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진 등이 전통예술의 다양한 면면을 선보인다. 동시에 광장 한편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악기·탈·전통 매듭 만들기, 전통 의상·악기 체험, 국악사전 전시, 융복합 콘텐츠 감상 등 국악을 이해하고 즐기며 놀아보는 다양한 자리가 마련된다.
공연이나 체험 행사도 좋지만, 국악과 함께 ‘쉼’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명상 치유 프로그램도 있다. 8일 오전 7시 창경궁에서 열리는 아침 고궁 명상과 오후 4시 잠수교 남단 수변무대에 마련된 <마음, 쉼>이다. 잠수교 뚜벅뚜벅축제와 연계해 진행되는 <마음, 쉼>에선 명사들에게 마음 수련법을 배우고 인도자와 함께 국악 명상을 체험해본다. 보고 즐기는 것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 국악이 깊게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국립국악원
서울의 음악과 빛
서울시향 강변음악회
이맘때만 즐길 수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도 놓칠 수 없는 이벤트다. 6월 13일과 14일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앞 광장에선 예술감독 야프 판 즈베던이 지휘하는 화려한 음악 향연이 펼쳐진다.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으로 시작해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페스킨 트럼펫 협주곡 1번 중 1악장,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중 3악장 등 주요 부분을 발췌해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사운드트랙과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대표 넘버 ‘투나잇’을 들려주며 도시를 누비는 음악적 즐거움을 끌어올릴 예정. 마지막 곡으로 관능적인 춤곡 리듬이 돋보이는 라벨 ‘볼레로’를 연주한다. 첼리스트 이재리와 트럼피터 이상욱, 소프라노 이해원과 바리톤 김주택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KBS 클래식FM ‘가정음악’을 이끄는 아나운서 신윤주가 사회자로 함께한다.
사전 신청 없이 시민 누구나 당일 방문하면 선착순으로 무료 관람 가능하며, 입장하지 못하더라도 객석 주변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한강공원을 찾지 않더라도 유튜브에서 생중계를 즐기는 것도 방법.
이 외에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야외 공연이 여름밤을 반긴다. 5월 7일 개막해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선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이 펼쳐진다. 클래식 음악·발레·뮤지컬 등 월별 테마에 맞춰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cultureseoul.co.kr) 특별히 날짜를 정해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주요 명소와 공원·한강변 등 발길 닿는 어디서든 문화예술과 만날 수 있는 ‘구석구석 라이브’ 역시 연말까지 약 2천 회 공연된다.(seoulbusking.com)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리 [문화+서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