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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3월호

빈 공간을 각기 달리 채워나가며
서울연극창작 센터를 만든 사람들

공간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사람의 손길이 깃들수록 그 깊이가 배가되곤 한다.
개관을 앞둔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공간을 쓸고 닦고 아껴온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연극창작센터 식구들에게 묻다

1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2
이곳에서의 담당 업무는
무엇인가요
3
맡고 있는 공간의 특징을
소개해주세요
4
센터를 조성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5
새 공간의 첫인상이 어떠했으면
좋겠나요
6
서울연극창작센터는 __________
(이)다

피율서

1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한 첫 공연장인 서울열린극장 창동을 거쳐 남산예술센터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조명감독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서울연극창작센터팀 조명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피율서입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상경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했고, 무대디자인에서의 빛과 어둠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조명디자인으로 전공을 변경했습니다. 미국 칼아츠CalArts에서 조명디자인을 공부한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이후 조명감독으로 재단에 입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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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연극창작센터 무대기술 파트를 총괄하면서 조명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공연 조명 디자인과 조명 전반을 유지관리하고, 서울연극창작센터 설계 및 시공, 리노베이션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3
1~2층의 서울씨어터 제로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자유로운 블랙박스 극장입니다. 대학로극장 쿼드를 설계·시공한 노하우를 최대한 적용해보려고 했습니다. 공연 작업자가 원하는 위치에 장비나 무대세트를 설치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성하고, 공간의 동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조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건축 설계의 한계로 인해 모든 부분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최초 의도를 구현하려고 노력했고요. 4~5층에 걸친 서울씨어터 202는 프로시니엄 극장입니다. 시공이 완료된 상태에는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면 천장의 높이가 낮고 배튼의 높이로 인해 무대의 3분의 1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운영자문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을 강하게 지적했고, 관객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무대 기계와 조명 설비를 재구성·설치해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또 나무 합판으로 된 천장 자재를 제거하고 철재 그리드로 변경해 객석의 개방감을 개선하고 음향의 확장을 유도하거나 가파른 객석에 안전 난간을 설치하는 등 극장을 완성하기까지 섬세한 부분을 점검했습니다. 이 외에 공연 스태프들을 위한 휴게실과 사무실, 공연 중에도 이용 가능한 편의시설 등을 구성해 편히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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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씨어터 202의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처음 답사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연극 전문 공연장이라기보다는 학교 강당을 떠올리게 하는, 깨끗하고 반질반질하게 코팅된 베이지색의 무대 바닥과 천장·벽을 보면서 당황했는데요. 서울시에서 서울문화재단으로 센터 운영이 이관된 후 리노베이션에 가까운 공사를 진행해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습니다. 연극인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와 효율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모두가 힘쓴 결과이지요. 기획·행정·시설· 무대 파트가 하나가 돼 센터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힘들었지만, 무척 즐거웠습니다.

5
개관한 후에는 많은 연극인이 즐겨 찾는, 모두에게 친밀한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6
서울연극창작센터는 ‘여행의 시작’이다.

김아연

1
2023년 11월,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창작센터팀이 신설될 즈음 입사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김아연입니다. 이전에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뉴딜 청년문화매개자로 근무하며 문화예술 공간 운영을 경험했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평소 공간에 관심이 많은데요. 업무적으로는 연극인오피스를 운영하며 공간 활용을 고민하고, 개인적으로는 집을 최대한 편안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신경쓰는 편입니다. 이제는 가구나 인테리어를 둘러보는 게 자연스러운 취미가 됐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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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센터 3층에 위치한 연극인 전용 공유 사무실 ‘연극인오피스’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연극 분야 비영리법인과 단체가 안정적인 사무공간을 확보하고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으로, 개별 사무실 12개(약 6평 규모), 회의실 2개, 커뮤니티룸, 탕비실, OA존 등으로 구성됩니다. 지난해 10월 공모를 통해 입주 단체 9곳을 선정했으며,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활발히 공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해 5월경 수시 공모를 통해 하반기 입주 단체를 추가 모집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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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오피스는 연극인이 창작과 함께 행정 업무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입니다. 이 공간이 처음 논의될 당시, 대학로에서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정작 이를 준비할 사무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어요. 특히 협회·단체만 아니라 페스티벌이나 공연 제작을 위해 단기로 구성된 단체들이 마땅한 업무 공간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최대 3년까지 장기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의 단기 사무실을 마련해 프로젝트 단체도 유연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공간을 기획할 때는 유사 사례를 찾아보며 운영 방식을 고민했어요.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을 방문해 공간 구성과 입주 지원 방식을 참고했고, 여러 조언을 구하며 방향을 잡아갔습니다. 재단의 공간 운영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의 경험이 반영된 부분도 많아요. 공모 방식이나 공간 사용 기준 같은 세부 운영 방식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창작공간의 노하우를 많이 차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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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임대료를 책정하는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재단에서 처음으로 임대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기에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신축 공간이라 임대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재산평가액조차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공유재산 관련 법령을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면서, 이리저리 해당 조항을 찾아 적용하려 애썼습니다. 숫자 계산에 약한 편이라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몇 달간 임대료 산정에만 집중하다보니 관련 법령과 계산 방식에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렇게 계산한 금액이 법률 검토와 승인을 거쳐 적절하다고 확인받았을 때는 안도감과 함께 뿌듯함도 컸습니다. 어렵지만 보람 있는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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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창작센터는 규모만큼이나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도 알차다는 인상을 전했으면 합니다. “서울연극창작센터에 가면 공연도 보고, 연습도 하고, 다양한 단체를 만나고, 리스테이지 서울에서 공연물품도 대여할 수 있어!”라고 예술가와 시민 모두가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활기차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6
서울연극창작센터는 ‘연극의 시작을 함께하는 곳’이다.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준비 과정에서 든든한 기반이 돼주고, 시민에게는 연극이라는 장르를 더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만들어지고,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모든 순간이 연극의 시작과 함께하는 경험이 되면 좋겠습니다.

윤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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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정직으로 일한 지 4년 차가 된 윤혜원입니다. 지역 기초문화재단에서 위탁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전시 사업을 담당했고,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한 지는 2년 정도 됐습니다. 두 재단에서의 공통점이라면 새로 개관하는 공간의 업무를 맡았다는 점입니다.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업무보다는 좀 불안정할 수 있지만, 시작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제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업무와 연결되는 관심사를 가지려고 하는 편이라, 요즘은 전시뿐만 아니라 연극·뮤지컬 등 공연 분야까지 관심을 넓혀가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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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극장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센터 개관 후의 대관 사업, 공연 협력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면서 개관 페스티벌 업무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 ‘개관 전 시범공연’이라는 사업을 통해 극장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처음 가동해보는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예술가와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덕분에 객석을 가득 채웠고, 사고 없이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기획공연을 진행해봤는데, 각종 피드백을 토대로 앞으로의 극장 업무에 잘 반영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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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창작센터의 두 극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선 센터 1층에 들어오시면 바로 만나볼 수 있는 ‘서울씨어터 제로’가 있습니다. 이 공간은 지정된 객석 수가 ‘0’인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으로, ‘0’의 공간을 창작진과 관객이 함께 채워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5층에 위치한 ‘서울씨어터 202’는 프로시니엄 형태의 비어 있는 空, 0 무대와 객석을 각기 다른 사람들 異, 2이 채워나간다는 의미를 담은 극장입니다. 극장의 무대 기술에 관한 전문적인 부분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극장, 백스테이지, 로비, 티켓박스까지 처음 본 공간이 지금의 극장 공간이 되기까지의 모든 순간의 기억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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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연령의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 힘들 수 있는 업무 상황에서도 정말 많이 웃을 수 있었어요. 사소한 농담이나 이야깃거리도 잘 들어주고 웃어주는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인상 깊게 남은 에피소드 중 하나는 센터에서 처음으로 올라가는 시범공연 리허설이 있던 날인데요. 예술가들도 처음 쓰는 공간이라 긴장한 상태였고, 저희도 시설이나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어요. 그런데 리허설이 시작되자마자 걱정이 싹 사라지더군요. 무대와 조명, 음향이 어우러지면서 이제 이곳이 정말 극장이 됐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리허설이 끝난 뒤 다 같이 손뼉을 치며 기뻐하던 순간의 감정이 아주 오래 제 마음속에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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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낯선 이미지보다는 이 자리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언제든 공간을 활용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마련된 공간이어도 그 공간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모습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공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센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주신 연극인과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막연하던 개관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보내주신 관심에 부응할지, 개관 후 운영에 대한 걱정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앞으로 공간을 방문해주실 분들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차근차근 준비를 지속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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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창작센터는 ‘오래 남을 수 있는 첫 기억’이다. 첫 기억, 첫 경험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오래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극에 관심을 가지고 연극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제 취향의 연극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극인에게는 새로운 무대에서의 첫 기억으로, 시민에게는 연극에 대한 첫 기억으로 오래 남는 센터가 되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일상에서도 가깝게 연극을 접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재희

1
2024년 1월 서울연극창작센터 업무를 통해 재단과 처음 만났으며, 그해 6월부터 지금까지 시설안전1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재희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졸업할 때쯤 건축에 대한 관심이 생겨 관련 업무를 희망했고요. 처음 시작은 건축 도면을 그리는 설계 업무였는데요. 도면을 그린 지 3년 정도 됐을 때, 종이가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만난 곳이 서울문화재단입니다. 재단에 지원할 당시에는 예술인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다 같이 만든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일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지금도 이런 열정적인 마음을 잊지 않고 하나씩 배워가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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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센터의 전반적인 시설 관리와 개관 준비를 위한 건물 내부 조성 공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24년은 센터 공사로 시작해 공사로 마무리하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서울연극창작센터팀, 무대기자재공유센터팀(리스테이지 서울)의 많은 직원들이 협조해주신 덕분에 원활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직원들이 얼마 남지 않은 서울연극창작센터의 개관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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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서울연극창작센터는 입사하고 처음 맡은 건물이라 유독 뜻깊은 곳입니다. 처음 건물을 마주했을 때 적벽돌로 둘러싸인 외관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센터 내부에는 연극인을 위한 오피스뿐만 아니라 시민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극장도 두 곳이나 갖춰져 있습니다. 6층에는 옥상공원이 있습니다. 옥상공원을 조성하는 내내 날씨가 좋은 날이면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연극창작센터에 놀러 온다면 6층 옥상공원에 꼭 한번 방문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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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바라봤을 때는 적벽돌로 둘러싸여 있어 투박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층 내부에 들어서면 반겨주는 서울씨어터 제로와 2층 아카이브 공간 등 층마다 다양한 느낌과 인상을 자아내지요. 이처럼 방문하는 모두의 기억에 다채로운 건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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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창작센터는 ‘창작의 허브’다.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 사진 Studio K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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