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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2023소설가 장강명의
‘시스템’
2018년의 대화2018년 9월,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공연됐다. 소설가 장강명의
원작을 정진새가 각색하고 강량원이 연출한
작품이다. 공연을 앞두고 [문화+서울]은 장강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2015년 이 작품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고, 인터뷰가 있던 해
5월 『당선, 합격, 계급』, 7월 『팔과 다리의 가격』을
연달아 내놓으며 창작열을 불태우던 때였다.
장강명은 작가로서의 현재 좌표를
“배를 띄우는 데 성공했고 그다음 과제인 연안
벗어나기도 막 이룬 상태”라고 말했다. 이제 자신이
가고 싶은 북극성을 향해 먼바다로 나아가면서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대작을 쓰고 싶다고 했다.
대작을 쓰고 싶은 야심과 예술가로서 투쟁하는
태도를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작가에게 대작은
어떤 작품인지, 도스토옙스키나 빅토르 위고 말고
현대 작가의 작품으로 예를 들어달라고 하자
그는 미국의 범죄소설가인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달리아』를 들었다.
2023년의 대화 지금, 작가로서 현재 위치 혹은 상황을 스스로 다시금 진단한다면 어디쯤 와 있나요?
“5년 전과 같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배를 띄우는 데 성공했고 그다음 과제인 연안 벗어나기도 막 이룬 상태”이고, 거기서 더 멀리 가지는 못했네요. “가고 싶은 북극성을 향해 먼바다로 나아가면서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대작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그대로입니다. 자괴감도 약간 들고 조바심도 납니다만, 긴 레이스라 생각하고 꾸준히 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대작을 쓰고 싶다고 하셨고, “졸작을 써서 비참해지더라도 자신의 업, 직업, 예술적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예술가라고 생각해요”라고도 말씀하셨는데요. 대작을 쓰고 싶다는 바람은 5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한가요?
“네, 그대로입니다. 저의 작가적 테마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구조를 파악하고
균열과 부조리를 지적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심이 있는데 각각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나
『산 자들』 연작, STS SF 활동 등으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모두 제가 계속 쓰려는 글들입니다.
『산 자들 2』에 들어갈 단편을 올해 4편 썼습니다.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어떤 사회의
윤리 기반에 대해서도 생각에 미칩니다. 거대한
시스템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굴러갈 수 없습니다. 이익 대신 윤리를 제공하지요.
때로 그 기반 윤리가 변하는 전환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이 장편 소설 『재수사』로
연결됐는데, 아마 같은 문제의식으로 소설과
논픽션을 몇 편 더 쓰게 될 것 같습니다.”
2018년 9월호(vol.139)
문학, 또는 장강명이 세계와 싸우는 방식
글 권영미(뉴스1 기자) | 사진 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