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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0월호

34

우리가 주목한
발레리나
박세은의 성장

2021년 6월, 파리오페라발레의 ‘별etoile’이 된 박세은은 그 여름 귀국해 [문화+서울]과 인터뷰했다. 입단 10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선 그는,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해야 하는 인터뷰는 좀 어렵다면서도 춤 이야기에는 연신 눈빛을 반짝였다. 춤을 향한 뚝심과 열정은, 12년 전 ‘영 아티스트Young Artist’ 코너에 실린 ‘국립발레단에 최연소 특채로 입단한 발레리나 박세은’에 담긴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지면에선 박세은을 “발레 여왕의 지위를 획득할 서열 1위의 공주”라 예견했고, 그 희망 어린 예측은 적중했다. 2009년 국립발레단 입단부터 2021년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승급, 그리고 그사이 서른넷이 된 박세은의 성장을 살펴봤다.

2009

그리고 올해 갓 스무 살의 박세은은 귀향을 결정했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입단 허가와 국립발레단 특채 중에서 그녀가 택한 것은 후자였다. 그녀는 국립발레단에서 보다 굵직한 출연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특히 자신을 환호하는 관객 앞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박세은은 프로 무대에서의 첫발을 코르드발레corps de ballet(군무진)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녀 자신도 “반짝 스타가 되기보다는 그동안 했던 대로 한 단계, 한 단계 탄탄하게 밟아 올라가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특채로 들어온 단원들이 주역으로 올라간 전례를 볼 때 그녀의 앞날은 밝다.

프로가 된 지금부터가 박세은에게는 시작점이다. 지금까지의 훈련과 수상과 경험은 모두 프로 발레리나로서 우뚝 서기 위한 것이다. 박세은은 내심 서른 즈음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그녀는 여전히 만족할 줄 모른다. 수줍어하면서도 “프로 세계에서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경쟁자일 수밖에 없어요. 남이 더 잘하는 부분은 본받고 내가 더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낄래요.”라고 야무지게 말할 줄 아는 그녀에게서 준비된 스타 발레리나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2021

그해2016 있던 승급 시험에서 박세은은 프르미에르 당쇠르Premiers danseurs(제1무용수)로 올라섰다. 그녀는 오랫동안 춤을 췄지만 비로소 프르미에르 당쇠르가 되고 나서부터 자신감이 붙었다면서 “내 춤을 의심하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이자, 승급 시험이 아닌 이사회의 결정으로 지명되는 에투알이 된 것에 대해 “기다리고 인내한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처음 프랑스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춤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전까지 저는 언제나 정답을 찾으려는 사람이었거든요. 연습을 엄청나게 해서라도 모든 테크닉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했고, 그렇게 했을 때 언제나 결과도 좋았어요. 그런데 프랑스에서 공연을 보고 알았죠. 제가 알던 춤이 전부가 아니며, 이렇게나 다양한 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요. 에투알마다 색깔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고,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도 달라요. 춤에 정답이 있지 않고, 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사람마다 풍기는 오라aura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제가 여기서 춤을 춘다면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으로 돌아와 본다. 쉬제 이후 박세은이 보여주는 모든 행보에 붙는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 그리고 ‘최초의 아시아인 에투알’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그런 말들이 중요할까 싶어요. 발레는 국경과 인종, 피부색을 뛰어넘는 예술인데, 그런 타이틀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저를 아시아인으로 통칭하기 전에 박세은의 춤을 먼저 봐주길 바라요. ‘최초의 아시아인 에투알’, 물론 대단하죠. 하지만 제가 아시아인이 아니었다면 에투알이 되지 못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2021년 9월호(vol.175)
무르익은 춤의 색, 꽃망을을 터뜨리다, 발레리나 박세은
김태희(무용평론가) | 사진 제공 에투알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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