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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9월호

노들섬에 흐르는 클래식의 낭만

2023 한강노들섬클래식

발레나 오페라 같은 작품은 극장에서나 즐기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정통 클래식을 만끽하는 오직 나흘간의 기회가 온다.

2022년 10월, 서울문화재단 최초의 제작 오페라 <마술피리>의 막이 올랐다. 최근 ‘글로벌 예술섬’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노들섬이 그 무대였다. 선선한 가을 저녁, 노을 지는 한강을 배경으로 노들섬을 가득 채운 <마술피리>의 아리아는 함께한 관객들의 낭만을 채워줬다. 아쉽게도 한 회차는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예술인 116명이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16개국 대사 외에 여러 오피니언 리더가 함께했으며, 티켓 예매가 1분 내 전석 매진되고 3,200명의 시민 관객이 열띤 호응을 보여주며 서울을 대표하는 야외 클래식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난해 <마술피리>의 감동에 이어 올가을, 더 풍성해진 클래식 축제로 ‘한강노들섬클래식’이 다시 돌아온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엔데믹을 맞아 시민의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서울시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한강에서 조망할 수 있는 석양 명소를 중심으로 한강변 일대를 관광 자원화하는 프로젝트)에 발맞춰 ‘글로벌 예술섬’인 노들섬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클래식 공연을 노들섬 야외에서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시범 운영한 오페라 장르에 발레를 더해 10월 14일부터 15일(발레), 21일부터 22일(오페라)까지 총 4일간 전막 공연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장르를 확장해 콘텐츠를 다양화한 것 외에도 2023 한강노들섬클래식은 ‘보다 많은’, ‘보다 다양한’ 이들이 보러 올 수 있는 축제가 되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 전년 대비 1.5배 수준으로 좌석을 확장하고, 피크닉존을 구성해 좀 더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예매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민을 고려해 전화와 현장 예매 등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문턱은 낮췄지만, 품격은 높였다.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는 프로덕션을 중심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예술단체, 신진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클래식의 정통성을 한껏 살린 무대를 선보인다. 노들섬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무대 세트와 객석을 조성하고, 야외 환경에 걸맞은 시스템 디자인을 통해 다각도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모든 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축제를 운영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잘 만든 ‘고전’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2023 한강노들섬클래식의 무대는 ‘시대를 초월한 고전Timeless Classics’으로 채워진다. 극장의 문턱을 넘어 일상으로 스며드는 클래식 축제가 되고자 한 시도에서, 그 포문을 여는 주제로 시공을 초월해 사랑받는 ‘고전’을 선보이는 것은 의미가 깊다. 여러 고전 중에서도 한강노들섬클래식이 선택한 작품은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와 발레 <백조의 호수>다. 각각 1816년과 1895년 로마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작품이지만, 젊은 연인의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 질투와 훼방, 굳은 신념과 정의 실현의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삶의 이야기로 가장 보편적인 인간사가 담겨 있으면서도, 비극과 희극을 통해 삶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두 작품이 가져다줄 몰입의 순간을 기대해본다.

발레 블랑의 정수 <백조의호수>

푸른 달빛이 일렁이는 숲속 호숫가, 그리고 가을밤 한강 노들섬. 발레 <백조의호수>의 작품 배경과 너무도 닮아 있는 노들섬 특설 무대는 아마도 관객을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몰입시키기에 탁월한 공간일 것이다.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뛰어난 안무, 여주인공이 열연하는 1인 2역뿐만 아니라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각국의 캐릭터댄스 등 관객이 발레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춰 세기를 넘어 현재까지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클래식 발레의 명작이다. 특히 우아한 클래식 튀튀tutu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음악에 맞춰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며 춤추는 백조 군무 장면은 발레 미학의 절정이라 불리는 ‘발레 블랑Ballet Blanc(백색 발레)’의 대표 장면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다. 한강노들섬발레 <백조의 호수>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과 발레STP협동조합(서울발레시어터·와이즈발레단) 이 한 무대에 올라 감동을 극대화한다.

오페라 부파의 대명사 <세비야의 이발사>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오페라 부파Opera Buffa(희극 오페라)’의 거장 로시니의 대표작으로, 젊은 귀족 알마비바 백작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는 평민 여인 로지나와 결혼하는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시대를 풍자하는 유쾌한 스토리에 희극성을 극대화하는 레치타티보recitativo, 개성파 캐릭터들의 향연은 물론,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재주꾼Largo al factotum’, ‘방금 들린 그 목소리Una voce poco fa’ 등 잘 알려진 아리아로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강노들섬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서는 정통성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연출가 표현진을 필두로, 소프라노 박혜상, 테너 김성현, 바리톤 안대현 등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스타 캐스트들이 만나 명작을 재현해낸다. 노들섬과 어우러지는 입체적이고 상징적인 무대 세트가 극의 이해를 도우며, 노이오페라코러스, 젊은 지휘자 김건이 이끄는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해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무대를 선사한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클래식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 우리가 꿈꾸던 발레와 오페라는 오직 ‘한강노들섬클래식’에서만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사전 예약제로 9월 13일 인터파크티켓 누리집에서 예매가 시작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한강노들섬클래식 공식 인스타그램(@hangangarts.sfac)과 블로그(blog.naver.com/hangangarts_sfac)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강노들섬발레 <백조의 호수>

10월 14일부터 15일까지 오후 6시
한강 노들섬 잔디마당
★ 러닝타임 1시간 30분(인터미션 없음)
★ 출연 유니버설발레단,
    발레STP협동조합(서울발레시어터·와이즈발레단)

한강노들섬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오후 6시
한강 노들섬 잔디마당
★ 러닝타임 1시간 50분(인터미션 없음)
★ 연출 표현진, 지휘 김건
★ 출연 안대현(피가로), 박혜상(로지나), 김성현(알마비바),
    김경천(바르톨로), 김철준(돈 바질리오)
★ 연주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합창 노이오페라코러스

김근형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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