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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6월호

팔을 다리처럼, 다리를 팔처럼

브레이킹, 예술의 경계에서

언뜻 즉흥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춤에는 사실 숱한 연습 끝에 확장한 창조성이 담겨 있다. 브레이크댄스가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열린 체계인 이유다.

꼭두 미스테리 극장 사진

브레이크댄스는 바닥춤이다. 대부분의 춤이 일단 선 상태에서 갖가지 동작을 행한다면 브레이크댄스는 바닥에서 튕기고, 구르고, 펄럭이고, 뒤집는다. 공중으로 높이 도약하거나 공간을 가로지르는 대신 바닥을 활용해 낮은 공간을 밀도 있게 채운다.
바닥으로 내려가 보자. 쪼그려 앉아 있을 순 없으니 바닥에 손을 짚게 된다. 이 상태에서 움직이려면 팔로 몸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상체 근력이 필수다. 걸음마를 뗀 후 평생 직립해 살아온 인간은, 다리 힘이 빠질 때쯤이 되어서야 바로 서는 데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하물며 팔로 몸무게를 지탱하려면 얼마나 단단한 코어와 균형 감각이 필요할까.
브레이크 댄서들은 팔을 다리처럼, 다리를 팔처럼 사용한다. 실리는 무게를 다리뿐 아니라 팔·머리·어깨 등으로 분산시키고, 자유로워진 두 다리로 다양한 제스처를 행한다. 그 결과 신체 부위의 위계나 역할 구분이 사라지고 움직임의 가능성이 확장됐다.
몸의 수직축도 깨어졌다. 브레이크댄스엔 응당 얼굴이 있어야 할 위치, 팔다리가 있어야 할 위치랄 게 없다. 마치 중력을 벗어난 것처럼 몸의 온갖 부위가 제각각의 위치와 방향을 가진다. 유아가 과자를 흘리지 않도록 설계된 이중 그릇을 처음 목격했을 때처럼 경이롭다. (궁금하다면 ‘자이로볼 그릇’을 검색해보라.)

다운록downrock이나 파워무브power move가 몸의 직립성과 수직축을 깨뜨린다면 프리즈freeze는 시간을 멈춰버린다. 박자를 쪼개며 현란하게 휘몰아치다가 스냅사진처럼 얼어버린다. 그것도 주로 한 손으로 온몸을 지탱한 상태에서. 그 옛날 공중으로 뛰어올라 머물렀다고 하는 니진스키Vaslav Nijinsky처럼 움직임의 한가운데서 멈추는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댄서들이 프리즈로 춤을 마무리하곤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브레이크댄스는 역동적이고, 창의적이며, 기교적이다. 아슬아슬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동작을 몰아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개성적이다. 그들의 춤엔 즉흥적인 요소도 많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 명칭이 있는 동작이다. 초보자에겐 마구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고수들은 기본 동작과 변형, 그리고 즉흥적인 시도와 개인의 독특한 동작을 읽어낼 수 있다.
동작 명칭은 직설적이고도 은유적이다. 바닥에서 한 다리를 빙빙 돌리는 커피 그라인더coffee grinder, 풍차처럼 온몸을 돌리는 윈드밀windmill, 바닥에서 떠 있는 플로트float, 불꽃처럼 일렁이는 플레어flare 등 듣는 순간 동작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명료하게 정리되거나 고정된 것은 아니다. 댄서들이 기본 동작을 변형하고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내면서 브레이크댄스의 어휘는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확장한다. 발레처럼 닫힌 체계가 아니라 열린 체계다. 그러니 브레이크댄스를 관람하는 것은 펄떡펄떡 살아 있는 전통을 목격하는 것이다.

정옥희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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