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읽고, 경험하다
서울연극센터는 지금공간을 몰라도 다음 셋 중 하나는 들어봤을 것이다. 개관 이래 꾸준히 연극인과 시민 곁에 함께해온 서울연극센터 대표 사업들은 올해도 오픈 런!
마임이스트 고재경의 ‘움직임의 경제적 효율성’
PLAY-UP 아카데미
“그동안 오직 대화로만 느꼈던 선생님의 생각을 직접 구체적으로 작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가 내게는 너무 소중하다. 2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일주일에 세 번 만나는 선생님과의 수업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i의 『배우 수업』에 나올 것만 같은 내용이지만, 2013년 PLAY-UP 아카데미 기록집 중 ‘정규 과정: 장면연기실습’에 관해 기록된 이야기다. 2023년 현재는 그와 다른 강의와 강사, 수강생들이 참여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의와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연극인 재교육 프로그램 ‘PLAY-UP 아카데미’는 2012년 시작됐다.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교육’에 대한 현장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연기·연출·극작 등 연극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교육 과정을 제공해왔다. 서울연극센터 사업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사업으로, 2022년까지 121개 과정, 856회가 열리고 수강생 1,956명이 참여했다. 이제 막 연극계에 진입했거나, 경력은 있지만 소속된 극단이 없어 개인적으로 활동하거나, 경력 단절을 경험한 창작자 등 다양한 상황의 수강생이 참여해 역량을 강화할 뿐 아니라 유대감과 동료애 등을 다지는 경험을 했다.
PLAY-UP 아카데미는 크게 정규 과정과 특별 과정으로 이뤄진다. 2022년에는 6개의 정규 과정과 6개의 특별 과정이 진행됐다. ‘기술적 사유를 통한 연출 기술 획득’, ‘극작수업-희곡창작워크숍’, ‘퍼포머를 위한 신체 훈련과 안무해보기’ 등 정규 과정을 통해 배우·극작가·연출가의 역량 강화를 도왔다. 더불어 특별 과정으로 동시대 극작가들의 이슈를 탐구하는 ‘극작주간’과 공연 사전 준비를 위한 ‘워밍업주간’을 진행해 창작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올해는 재개관하는 서울연극센터 공간을 활용해 아카데미 사업을 좀 더 다양하게 운영할 예정이다. 2층 다목적 공간뿐만 아니라 3층 스튜디오 공간을 이용해 더 많은 수강생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아카데미 과정 후에도 수강생의 네트워킹과 창작 발표를 위한 공간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소극장이 밀집한 대학로의 특수성을 고려해, 추후 개관할 서울연극창작지원센터(가칭)와는 차별화된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장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과정과 더불어 시민 창작 워크숍 등을 통해 참여 대상의 폭을 시민까지 넓힐 계획이다.
연출가 윤한솔의 ‘수행 프로젝트’
웹진 ‘연극in’
“대학로에 왔는데, 무슨 연극을 보면 되나요?” 서울연극센터에는 종종 이런 문의 전화가 온다. “관객을 위한 연극가이드!” 웹진 ‘연극in’ 창간호 옆에 적힌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연극센터는 2012년부터 웹진 ‘연극in’을 발행해 이런 질문들에 답하고 있다. 관객을 위한 가이드뿐만 아니라 연극계 이슈를 담아내는 담론지까지, ‘웹진’ + ‘연극’ + ‘in(인/人)’이라는 말에 그 대답이 들어 있다.
‘연극in’은 ‘웹진’ 형식으로 격주간 발행해 다양한 소식을 온라인으로 신속하게 공유하고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 5월에는 200호를 맞아 배리어프리 특집호를 마련, 기존의 읽기 방식뿐만 아니라 수어 통역과 음성 낭독을 제공했고, 2022년에는 웹사이트 개편을 통해 웹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신인 배우와 음성 낭독을 진행하고 시각장애인 관객과 웹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연극 현장과 함께 호흡하고자 노력했다.
‘연극in’은 ‘연극’이라는 예술의 고유성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보여준다. 김혜자·이강백·전미도 등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연극인부터 어린이 배우까지,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조금은 덜 알려졌을 공연도 세심하게 찾아서 다루는 리뷰, 연극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심층 조명하는 기획과 현장의 문제의식에 대한 취재 기사, 필자만의 관점이 드러난 칼럼, 극작가들의 신작 희곡과 공연 소식이 담긴다.
‘연극in’은 연극을 만들고 보는 ‘in(인/人)’을 통해 변화하는 연극을 기록하고, 동시대 연극이 세계를 그려내는 방식을 탐색한다. 연극인의 건강, 연극과 지구 환경, 미투 이후의 연극계, 새로운 비평 방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2022년에는 127명의 필진이 참여해 169개 콘텐츠로 연극을 기록하고 탐색했다.
서울연극센터 재개관을 앞둔 지금, 다양성을 인식하는 작품이 점차 늘고 있다. 관객의 안전을 위해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불건전성에 관한 경고문)이 공연 홍보물에 포함되거나 더 많은 관객의 지속 가능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공연 접근성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연극 현장을 다루며 함께 호흡하는 웹진 또한 다양성을 인식하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웹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새로워진 서울연극센터 공간을 활용해 오프라인과도 연계해 시민의 연극 경험을 활성화하고, 내부적으로는 제작 및 편집 환경을 점검, 보완해 지속 가능한 제작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연극in’ 230호 대담
2015년 10분희곡릴레이 낭독공연 조영주 작 <힘줄>
희곡페스티벌
서울연극센터는 직접 희곡을 공연으로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웹진 ‘연극in’에 게재된 희곡을 낭독 또는 공연으로 제작하는 10분희곡릴레이페스티벌을 진행한 것이다. ‘10분희곡릴레이’라는 ‘연극in’의 코너가 신진 작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과 참여를 보이면서 10분희곡릴레이페스티벌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신진 작가에게는 작품 제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에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 체험 기회를 마련해 연극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했다.
공연작은 2014년 8편으로 시작해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2018년에는 32편에 이르렀다. 그렇게 총 105편의 희곡이 10분희곡릴레이페스티벌을 통해 소개됐다. 참여 작가 중에는 아직 연극계에 진입하지 않은 비전공자도 있었기에, 이들에게는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0분희곡릴레이페스티벌로 시작해 현재까지도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도 다수다. 그간 이 페스티벌에는 총 360여 명의 작가·연출가·배우 등 제작진이 참여했다. 이로써 창작자 간 네트워킹뿐만 아니라 작가와 연출가, 연출가와 연출가, 작가와 배우 사이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해, 그 인연이 또 다른 공연으로 이어져 나가기도 했다. 10분희곡페스티벌에는 연평균 330여 명의 관객이 참여해 공연 관객의 저변을 넓히고, 시민에게 새로운 연극을 소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점차 10분 희곡의 주제와 수준이 서로 유사해지면서 2019년에는 이 코너가 폐지됐는데, 2020년부터 다시 새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희곡 게재를 이어나가고 있다. 2022년에는 94편을 투고받아 25편을 선정, 게재했으며, ‘희곡’ 코너에 대한 극작가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2023년에는 재개관 프로그램과 연계한 ‘희곡제’를 통해 2020년과 2021년 ‘연극in’에 게재된 희곡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희곡제는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3층 스튜디오를 주로 이용해 낭독공연, 전시 등 희곡을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 낭독공연은 별도로 연출가를 두어 진행하던 기존 희곡페스티벌 방식에서 벗어나 작가가 연출을 맡는 등 작가가 주도적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전시를 통해 동시대 희곡의 생성·전달·소멸 과정을 시청각화하고, 희곡 작품과 희곡 쓰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자 한다.
희곡제
1 낭독공연4월 18일부터 5월 30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30분~7시 30분 | 3층 스튜디오
2 전시
4월 13일부터 5월 31일까지1층 라운지·3층 스튜디오
글 김상민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