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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6월호

디아스포라 예술의 존재 이유

전 세계 문화예술의 대지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디아스포라

팬데믹 일상에서 ‘디아스포라’의 삶이 주목받고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이스라엘 건국(1948) 이전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던
유대인(공동체)을 가리키다가 점차 그것의 역사·문화적 맥락이 심화되고
확장되면서 자신 고유의 삶의 터전을 떠나 낯선 타방에서 삶을 살고 있는 존재를
두루 포괄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 중
“사람이 태어난 곳은 고향이라는데 사람이 묻히는 땅은 뭐라고 하느냐?”
한진의 단편소설 〈그 고장 이름은?〉 중
“근대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한 세계 분할과 식민지 쟁탈전 이후, 전 세계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머금고
태어난 땅을 뒤로했을까.”
서경식의 산문집 《디아스포라 기행》 중
한국 사회와 디아스포라의 관계

디아스포라의 삶에는 온갖 정치·사회적 어려움이 난마처럼 뒤엉켜 있다. 어떤 존재가 자신이 태어난 곳, 그것도 국민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삶의 존재 가치를 보증받지 못한 채 다른 국가의 주변인으로서 정치·사회적 소외를 감당해야만 하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전 세계의 디아스포라는 여실히 보여준다. 디아스포라의 이러한 삶은 앞에 언급한 문구에서 헤아려볼 수 있다.
최근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Apple TV+에서 방영되는 것을 계기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존재에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와 ‘디아스포라’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숙고하게 한다. 앞서 언급한 인용문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동안 한국 사회가 국민국가의 낯익은 프레임에 얼마나 안주하고 있었는지, 근본적 자기비판이 요구된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그리고 남북 분단의 숨 가쁜 역사 속 전 세계의 낯선 땅에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간 코리안 디아스포라(주로 일본, 중국, 옛 소련의 중앙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등)의 삶에 대해 한국 사회가 가진 정치·역사적 입장은 어떠했는가. 그동안 한국 사회는 한반도를 에워싼 국제사회의 역학 관계 아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프레임으로서 특별하게 인식하지 않았는가. 해묵은 혈연 중심의 내셔널리즘은 물론 분단 체제에 속박된 채 남과 북의 체제 경쟁 측면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정략적으로 이해하지는 않았는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이민진(재미 한인)과 한진(재소 고려인)과 서경식(재일 조선인)의 문학적 발언은 한국 사회를 향해 제기하는, 좁게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넓게는 전 세계의 디아스포라가 겪어온 삶의 난경을 매우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

국민국가의 폭압과 궤를 같이하는 해방의 서사

이처럼 디아스포라와 관련한 문화예술은 어떤 특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록 밴드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도 엄밀히 말하자면 디아스포라와 관련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머큐리의 가계家系는 파르시, 즉 조로아스터교로서 아버지의 고향은 인도인데, 머큐리는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작은 섬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인도 뭄바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이후 영국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록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이렇듯 머큐리의 국적은 영국이지만 그의 음악적 삶은 국민국가 영국에 구속되지 않는다. 머큐리는 그의 삶에 바탕이 되는 디아스포라 정체성에 기반한 마성적 음악 세계를 창조했다. 그래서 퀸과 함께한 머큐리의 주옥같은 노래들은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감동을 배가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대중에게 새롭고 깊은 인식적 충격과 감명을 안겨준 문화예술의 경우 디아스포라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아프리카 흑인 디아스포라가 대중음악과 댄스 등 전 세계에 미친 예술적 파장, 유대인 및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가 서로 다른 정치·역사적 입장에서 축적한 예술적 성취, 그리고 전 세계의 다양한 디아스포라적 존재가 광범위한 분야에서 일궈내고 있는 빼어난 예술적 성취는 세계 문화예술의 대지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디아스포라 예술의 성취 도정에서 국민국가의 정치·사회적 폭압과 모순이 드러남과 동시에 인류의 참다운 행복을 향한 해방의 서사가 예술적 상상력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명철_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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