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놀아요
문학을 즐기러 가다
침대에서 책을 너무 오래 읽으면 침대보가 땀에 젖어 버리거나 팔이 저려온다. 이럴 때면 나 혼자만 책을 읽는 건 아닐 텐데 싶은 생각이 든다.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이렇게나 많고, 얼굴 모르는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문학을 향유하고 있는데 말이다. 스낵에서는 서점, 온라인 문학 플랫폼, 온라인 편지를 하나씩 소개한다.
#책과_술로_사람을_만나는_공간 #언제나_서점 #칵테일≒분위기 #읽고_ 쓰는_사람들을_위한_아지트
문학을 읽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문학을 말하고 쓰는 공간은 드물다. 문학살롱 초고의 대표 김연지는 살롱의 의미대로 문학을 즐기러 방문한 사람들이 대화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그 영향에 힘입어 문학살롱 초고에서 새로운 초고가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시인을 초청해 북토크를 진행해도 시인 혼자 말하게 두지 않는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연을 모으거나 시를 작성하게 해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오프라인 행사보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송출해 온라인으로 독자와 만난다. 10월 9일에는 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출간한 박상영 작가와 ‘초고 온라인 시음회’를 열었다. 소설의 등장인물 도윤도의 이름이 원래는 남윤도인데, 가수 에릭남의 본명이 남윤도라서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본론인 소설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방문한 이용객 김혜라 씨에게 초고에 오는 이유를 물어보니 “칵테일에 작품 제목을 붙여서 좋았어요(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오은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이 칵테일 이름이다). 번잡하지 않고 친구와 마주 앉아 술 마시거나 글 쓰거나 책 읽기 편해서 자주 오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답해 줬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2길 30 | 인스타그램 @salon_de_chogo
온라인 문학 플랫폼던전
#매일_만나는_동시대_한국_문학 #새로운_용사의_등장 #무기를_드시오!
#물약_지원
2개월 후에 운영을 중단할 플랫폼을 소개하자니 마음이 헛헛하다. 온라인 문학 플랫폼 던전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투고를 받아 매일 문학작품을 연재하는 곳이다. 12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으며, 11월 1일부터 모든 작품을 무료로 제공한다. 작품은 시와 소설이 많고 산문과 희곡도 드문드문 있다. 던전에 작품을 연재한 작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무슨 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고 어느 문학 공모전에 당선된 사실이 없으며 지인이 아니고서야 대다수가 이들이 글을 쓰는지 모른다. 던전의 운영진 박다래·박서련·서호준·이유리는 이들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며 자신들은 무급으로 플랫폼을 운영했다. 던전에 연재된 조우보 작가의 소설 <행위의 역사>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오른손잡이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쓴다. 그건 내가 남긴 흔적을 보면서 간다는 것이고 무척 신기한 일처럼 느껴진다.” 마치 던전을 묘사하는 문장 같다. 2020년 2월 24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하는 던전에는 작가 74명이 작성한 흔적이 남는다. 던전은 운영 중단 소식을 8월 16일에 알렸으나, 10월이 지나도 연재를 지속하는 작가가 있다. 던전의 문은 닫히지만 노력한 행위의 흔적이 역사에 남아 미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누리집 d5nz5n.com
#생활_속_작은_여유로움 #시와_문장의_전달자 #매주_목요일 #연애편지_대신
빨간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거둬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집배원을 떠올리면 정겨움이 묻어난다. 시와 문장을 배달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집배원은 그 분위기를 빌리고자 대표 로고에 빨간색을 칠했다고 한다. 문학집배원은 2006년부터 시를, 2007년부터 소설의 문장을 추가해 매주 시와 문장을 번갈아가며 15년 넘게 구독자에게 메일로 전했다. 2021년 15기 문학집배원부터 조금 달라진 점은 ‘문장배달’ 영상 콘텐츠에 낭독 배우가 등장해 연기를 한다. 소설가 김유원의 《불펜의 시간》을 소개한 ‘문장배달’에서는 배우 공준호가 “혁오는 오랫동안 일부러 볼넷을 던져왔다”라고 녹음실에서 낭독하더니 야외로 장면이 바뀌며 야 구공을 어딘가로 던진다.
역대 문학집배원은 시인 도종환·안도현·나희덕·문태준, 소설가 성석제·김연수·은희경·김애란을 비롯한 유수의 작가가 참여했다. 현재는 시인 박준과 소설가 편혜영이 집배원 역할을 맡아 매주 목요일에 시 혹은 문장, 감상평을 적어 보낸다. 소설가 편혜영은 첫 배달을 마치며 “처음으로 말을 걸어봅니다. 사소하고 고운 마음의 기척과 다정한 위로가 담긴 문장들을 배달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천천히 ‘읽을 준비’를 해주세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문학집배원 콘텐츠는 메일링 서비스를 신청해 읽을 수 있다.
문학집배원 아카이브 asq.kr/ZSnSJh
글 장영수 객원 기자 | 사진 제공 문학살롱 초고, 던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