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힘 실어주기
창작 국악인 지원 사업
색다른 국악을 창작하는 팀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국악을 찾아 듣는 팬도 늘어나며 국악계에 훈풍이 분다. 반면 다양한 창작자가 공연을 선보일 무대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공공 기관에서는 음악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 더 많은 무대가 필요합니다. 무대를 만드는 일은 창작자가 할 일보다는 정책적 지원의 뒷받침이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 국악인들이 공연을 할 수 있어야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창작이 꾸준해야 하고요. 무대 한 번 세우는 지원으로는 부족하고, 긴 호흡으로 키우는 지원이 필요해요.” 국악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악을 토대로 활동하는 추다혜와 한승원은 여전히 무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원만으로 해결될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악을 지원하는 공공 기관들은 다양한 지원 사업이 창작자에게 활로가 되길 바라며 여러 시도를 해왔다. 음악산업 종사자와 전통음악 창작자가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대중이 어디서든 국악을 들을수 있게 지원하고, 청년 국악인의 창작을 유도한다. 이러한 지원이 씨앗이 돼 언젠가 다양한 국악을 카페에 앉아서도 들을수 있기를 상상하며 국악 지원 사업을 정리해 봤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2020청년예술가창작지원’팀 거문고자리 공연
무대가 다른 무대로 이어지다
파격이란 말이 따라 붙는 소리꾼 이희문, 밴드 이날치의 결성을 주도한 장영규, 추다혜차지스를 이끄는 추다혜는 민요 록밴드 씽씽 출신이다. 씽씽은 2015년에 결성됐고, 그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서울아트마켓 개막 공연에 참여했다. 서울아트마켓은 국내 공연예술 작품을 해외 전문가에게 홍보해 창작자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공연시장 활성화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사업에 참여한 씽씽은 이후 뉴욕 음악 축제 ‘글로벌페스트globalFEST’ 무대에 오르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에머슨 도쉬 갤러리’에서 공연하는 등 미국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원 사업에 팀이 참여하고 해외 무대로 연결돼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예다. 씽씽은 2018년 10월 해체 후 각자 활동을 이어가며 대중에게 색다른 국악을 알리고 있다.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한국 전통음악 단체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저니투코리안뮤직Journey to Korean Music’ 프로그램으로 창작자를 지원한다. 일명 한국음악으로의 여행으로, 2008년부터 지금까지 54개국에서 약 180명의 해외 음악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한국 전통음악과 문화를 소개했다. 달음·더튠·동양고주파를 비롯한 많은 팀이 이를 통해 해외 무대를 경험했다. 이를 계기로 동양고주파는 세계 음악 박람회 ‘2020 WOMEX’의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다. 2021년 공모에서는 리마이더스·백다솜·삐리뿌 등이 선정됐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하 공진단)도 국악인의 해외 진출을 돕는 사업을 시행한다. 지난 5월 ‘2021 전통공연예술행사 해외진출지원’사업 일환으로 ‘해외 홍보 콘텐츠 제작 지원’ 공모를 진행했다. 선정된 단체는 최대 2,500만 원을 지원받아 해외 아트마켓·축제 등에 참가하는데 필요한 공연 영상·영문 소개 자료를 만들 수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공연에 어려움을 겪는 12개 팀의 홍보 영상을 제작했는데 총 32개 라이브 실황 영상과 28개 홍보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그중 백다솜과 잠비나이는 공모를 통해 제작한 영상이 발판이돼 미국 음악 축제 ‘2021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다. 지원 무대가 다른 무대의 꼬리를 물며 창작자가 공연을 이어가도록 돕는 양상이다.
여성 5인조 창작 음악 그룹 더튠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음악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세계 음악 시장에 통하는 성향을 가진 것 같아요. 해외 반응이 아무래도 더 좋아요. 그들에게는 처음이니까 음악 자체로 이해하는 것 같고, 참여형 음악이라 축제에서 열광적으로 반응합니다”라고 해외 무대에서 공연한 소감을 말했다.
지원은 계속된다
우리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공연의 반응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다는 더튠의 소감은 희망적이면서도 또 하나의 과제를 남긴다. 색다른 국악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 어떻게 알려야 할까. 국립국악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변화한 공연예술 환경에 맞춰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올해 ‘2021 Gugak IN 人’ ‘국악기 디지털음원’ ‘사랑방중계’ ‘국악아티스트 랩’ 온라인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이 중 ‘2021 Gugak IN 人’은 국악인 30팀의 음원을 바탕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지원한다. 6살 어린이부터 무형문화재 보유자까지 다양한 경력의 국악인이 참여했다. 뮤직비디오 30편은 6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국립국악원 유튜브와 네이버TV에 한 편씩 공개된다. 국내외 주요 음원 사이트에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상업적 유통망에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창작자에게 돌아가도록 국립국악원이 배급 업무를 담당한다. 우리가 많이 듣는 만큼 창작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공진단이 공모하는 ‘전통 분야 청년예술가 창작지원’ 사업은 청년 창작자를 직접 지원한다. 사업에 선정된 창작자들에게 4개월간 소정의 창작 활동금을 지급하고, 연습실·멘토링·공연 기회 등을 제공한다. 2020년 첫 공모에 선정된 거문고자리·공칠·김보미를 비롯한 청년 예술인 3명과 단체 4팀은 국악과 아카펠라·택견·스트리트 댄스 등을 조화한 시도를 선보였다. 올해도 면접심사 결과 5명과 2팀이 선정됐고, 공진단은 “기존 활동 경력이나 창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도전적이고 실험적 창작 활동에 중점을 두고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셀 수 없이 많은 국악인은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고, 이를 지원하는 여러 기관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국악’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생계가 불안정하면서도 우리 음악을 고민하는 창작자, 창작자를 지원하는 예술기관·단체, 음악과 관객의 다리 역할을 하는 공연장과 매체, 그리고 꾸준히 우리 음악에 박수를 보내는 관객까지, 많은 이가 긴 시간 기울여온 노력의 결실일 테다. 지원과 결실, 관객의 호응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꾸준히 힘을 실어주길 기대해본다.
글 장영수 객원기자 | 사진 제공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