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커스 페스티벌
<서커스 캬바레> & <서커스 시즌제> 미리 보기
지난해 11월, 잠실종합운동장에 파란색과 노란색의 강렬한 원색 대비가 시선을 사로잡는 빅탑(서커스 텐트)이 설치됐다.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등으로 잘 알려진 캐나다 서커스 단체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쿠자>로 9주간 20만 명의 관객을 매료시킨 것이다. 화려한 무대와 고난도 기예, 판타지 요소가 결합된 매력적인 스토리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기다 문득 한국의 전통연희인 줄타기, 널뛰기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서커스 기예는 우리나라에서도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왔다. 전통연희, 근대 서커스, 그리고 현대 서커스까지 각 시대의 모습을 담은 서커스 축제가 열린다. 바로 국내 최초의 서커스 축제인 <서커스 캬바레>와 <서커스 시즌제>다.
1 2018 <서커스 캬바레> 모습.
#지금까지 이런 서커스는 없었다, 이것은 축제인가 캬바레인가!
가정의 달이자 따뜻한 바람이 불어 나들이하기 좋은 5월, 문화비축기지에서 <서커스 캬바레>와 <서커스 시즌제>가 열린다. <서커스 캬바레>는 지난해 5월 서커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문화재단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개최한 국내 최초의 서커스 축제이다. 엄선된 국내외 현대 서커스 공연 10편과 서커스의 경향 및 발전을 위한 사례를 공유하는 오픈 포럼, 시민들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 ‘서커스 예술 놀이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축제가 열린 이틀 중 하루는 종일 비가 내려 대부분의 공연이 다음날로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서커스 축제에 참여했다. 올해 <서커스 캬바레>는 더욱 풍성해진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지난해보다 하루 더 늘어나 5월 4일 토요일부터 5월 6일 월요일까지 총 3일간 진행되며, 프랑스, 벨기에, 대만에서 참가한 해외 4작품과 전통연희, 근대 서커스, 그리고 현대 서커스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국내 10작품이 공연될 예정이다.
2 2019 <서커스 캬바레> & <서커스 시즌제> 포스터.
3 갈라피아 서커스의 <사탕의 숨결>.
#국내 최초 실연, 해외 공연 4편
이번 <서커스 캬바레>에 참가하는 해외 작품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발표되지 않은 작품들로 구성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단체 갈라피아 서커스(Galapiat Cirque)의 <사탕의 숨결>(la Brise de la Pastille)이 있다. 악사들의 연주 속에서 차이니즈 폴을 타는 광대가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해학적 작품으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2017 서커스 신진예술가 양성과정 프로그램 ‘서커스 점핑업’을 통해 서커스 예술에 발을 들이고 왕성하게 활동 중인 공연 예술가 김선혁이 출연한다. <사라방드>(Sarabande)는 첼리스트 노에미 부탱(Noemi Boutin)의 바흐 첼로 모음곡 연주, 그리고 저글링 서커스 예술가 요르그 뮐러(Jorg Muller)의 긴밀하고 섬세한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첼로 음악과 요르그 뮐러가 해석하는 3개의 시각적 장면들로 60분간 T1(문화비축기지 Tank 1 파빌리온)을 가득 채운다. 또 벨기에 단체 라 시 뒤 부루종(la Scie du Bourgeon)의 핸드투핸드와 공중 아크로바트 기예를 통해 남녀가 겪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작품 <이노센스>(Innocence), 해외 팀 중 유일한 아시아권인 대만 단체 포모사 서커스 아트(Formosa Circus Art)가 샴푸, 과일, 테이블 등 일상용품을 저글링 도구로 사용하여 물체의 외형과 재질, 정의를 바꿔가며 서커스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는 <찰나의 빛 : 지금 이 순간은 얼마나 길까?>(How long is Now?)도 있다.
4 안재근의 <스토리 서커스_根(뿌리)>.
5 서커스 자리의 <나의 서커스>.
#전통, 근대, 현대 서커스가 한자리에!
전통연희로는 <솟대쟁이놀이>와 <쌍줄타기>를 볼 수 있다. <솟대쟁이놀이>(솟대쟁이놀이보존회 작)는 놀이판을 벌이는 패거리들이 놀이판 가운데에 긴 장대 같은 솟대를 세우고 양쪽으로 두 가닥씩 줄을 내려 재주를 부리는 작품이다. <쌍줄타기>(줄타기 권원태 연희단 작)는 대한민국 최고의 어름사니인 권원태 명인이 제자 유진호와 함께 2개의 줄을 설치하여 각기 다른 재주를 펼친다. 근대 서커스로는 1925년 창단한, 서민들의 삶과 애환, 고통, 기쁨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서커스 공연단이자 국내 최장수 유랑극단 동춘서커스의 <초인의 비상>, 서커스 집안에서 태어나 50년 넘도록 근대 서커스의 명맥을 잇고 있는 곡예사 안재근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 서커스_根(뿌리)>(안재근 작)이 있다. 현대 서커스로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서커스의 오늘과 미래를 보여주는 단체들의 작품 6편이 준비되어 있다. 참가작으로 <태움>(봉앤줄 작), <우주고래>(공연창작집단 사람 작), <서커스 올림픽>(서커스 디랩작), 설치공연 <지.라운드>(창작그룹 노니 작), 비눗방울 마임쇼 <경상도 비눗방울>(팀클라운 작), 서울시 대표 B-boy단의 <필드 홀러>(갬블러크루 작) 등이 공연된다. 이 밖에 창작그룹 노니는 서커스와 연희의 국내외 종사자, 잠재 관객인 비종사자들의 기억들을 인터뷰를 통해 수집해 그 자료를 <리서치:서커스/연희>라는 전시로 소개하고, 저글링, 죽마 체험, 에어리얼 실크 등 어린이 대상의 체험 프로그램 ‘서커스 예술놀이터’도 진행된다. 한편 이번 <서커스 캬바레>에는 캐나다 몬트리올 서커스 전문 공연장 ‘토후’(TOHU) 및 몬트리올 서커스 페스티벌의 대표 스테판 라브와(Stephan lavoie), 벨기에 서커스 전문기관 ‘공간 카타스트로피’(Espace Catastrophe)의 대표 까뜨린느 마지(Catherine Magis) 등 서커스 아시아 네트워크 CAN(Circus Asia Network)멤버들이 참여한다. 이와 관련해 학술 행사 ‘라운드 테이블’은 5월 6일, ‘오픈 포럼’은 5월 7일에 진행된다.
6 요르그 뮐러의 <모빌>.
#일상에서 만나는 서커스 공연 <서커스 시즌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2014년부터 봄과 가을에 서울시내 도심과 공원 등 일상 공간에서 <거리예술 시즌제>를 열어왔다. 봄, 가을 두차례 진행되는 <거리예술 시즌제>가 올해는 상반기엔 서커스, 하반기엔 거리예술로 나뉘어 열린다. 올해 새롭게 생긴 <서커스 시즌제>는 <서커스 캬바레>가 끝나는 5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되며 해외 1작품, 국내 13작품을 선보인다. 해외 작품으로는 <서커스 캬바레>에도 참여하는 요르그 뮐러의 개인 작품 <모빌>(Mobile)이 공연된다. 신체 퍼포먼스, 무용, 서커스와 순수한 서사시를 뒤섞으며 마침내 간단한 오브제로 현대 서커스의 본질을 보여준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창작지원 및 전문가교육 사업을 통해 제작된 작품 등 국내 서커스를 대표하는 우수 공연도 선보인다. 특히 ‘서커스 자리’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2018 전문가 양성과정 ‘서커스 펌핑업’의 수료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서커스 기예도구에서 발견한 소리와 움직임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녹여 풀어나가는 <나의 서커스>를 공연한다. 이외에 국내 다수의 거리예술 축제 및 야외 공연 경험이 있는 마린보이의 <나홀로 서커스>, 김찬수마임컴퍼니의 <블랙클라운> 등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광대극도 준비되어 있다. ‘5월은 서커스지!’를 테마로 문화비축기지에서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 <서커스 캬바레>와 <서커스 시즌제>는 1970~1980년대 이후 국내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서커스 공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현대 서커스에 대한 친밀감을 형성하고 색다른 공연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글 이현정_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홍보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