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많이들 기억하겠지만 부산에서 여중생 몇 명이 한 학생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다. 못난 어른들의 폭력도 모자라 또래 사이에서도 이렇게 비참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가…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아몬드’를 닮은 뇌 속의 편도체가 작아서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엄마는 뇌에 좋다는 아몬드를 먹이며 감정을 가르치지만, 윤재는 책을 읽어도 행간을 읽을 수 없고 말은 하지만 ‘소통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불의의 사고로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홀로 남겨진 윤재에게 새로운 친구 두 명이 다가온다. 윤재는 상처투성이 소년 ‘곤이’에게서 분노와 두려움을 상상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소녀 ‘도라’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소통과 공감의 노력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아몬드’를 찾아간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공감 불능의 시대를 극복해야 하는 우리 자신을 마주한다. 어쩌면 이 시대 우리 각자의 ‘아몬드’를 키우는 것이 예술교육의 역할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곤이’와 ‘도라’의 상처를 궁금해하고 그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것이 바로 예술치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서울형 예술교육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10여 년간 미적 경험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고 예술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즐기도록 돕는 통합예술교육의 방법론으로 서울형 예술교육을 선도해왔다. 다름의 이해를 통해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한편 스스로의 삶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도록 도왔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2017년, 청소년 예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문예술교육을 제시했다.
서울만의 독자적 학교예술교육사업인 ‘서울형 예술가교사(TA)’는 전문 예술교육 인력을 양성하고 초·중학교의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함으로써 어린이·청소년들이 창의성과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청소년TA의 경우 3인 팀 단위로 지원 신청을 받으며,
어린이TA는 방과 후 ‘예술로 돌봄’ 사업을 정규교과와 연계한 ‘예술로 플러스’ 사업으로 전환·통합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또한 TA들이 지속 가능한 활동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아카데미와 연구과정지원을 보다 강화했다.
서울시민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향유를 위한 사업으로,
‘서울시민예술대학’은 평생학습의 기회를 확대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단기형, 연속형, 그리고 심화 과정의 단계별 체계를 갖추고 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주말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 접근성 강화를 취지로 하며, 새로운
콘텐츠 연구개발 및 참여자가 주체가 되는 캠프형 프로그램을 서울만의 차별화된 지원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형 프로그램 발굴 지원사업으로 특화하고 있으며, 자치구 문화기반 시설과 협력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한다.
‘예술로 플러스’.
공간별 예술교육·예술치유 프로그램
서울문화재단의 세 공간에서는 각각의 정체성으로 예술교육·예술치유사업을 운영한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6~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예술로 놀이터’를 운영하며, ‘예술로 상상극장’ 사업을 통해 기존 예술지원 트랙에서 소외된 어린이
공연작품 개발의 기회를 예술가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일상공간에서 어린이들과 만나는 기회를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서울시가 조성하는 권역별 예술교육센터 1호로, 국내 최초의 상주형 예술가교사
플랫폼 ‘예술놀이 랩(LAB)’을 운영함으로써 서울시창작공간에 이어 레지던시 개념의 새로운 예술교육공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상주 예술가교사 LAB에서 연구개발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서울 서남권 학교 및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예술치유허브는 프로젝트 입주 공모에서 선정된 단체들과 함께 예술적 경험을 통해 일상의 회복을 지향하는 일반 성인 대상의 ‘예술보건소’를 운영하는 한편, 콜센터상담원, 청소년 미혼모 등 특수한 환경에 처한 사회적 위기계층의 정서적 회복을 지원하는 ‘예술마음치유’를 운영한다.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이 시대에 사회적 예술치유 거점으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인간의 본성을 정의하는 것은 욕망, 경쟁, 이기심이 아니라 이해, 공감, 협력과 이타성이라고 했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삶을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라면, 예술가들은 예술
안에 존재하는 생명이나 사랑 같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통해 자기만의 예술언어로 이미 예술교육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예술의 교육·치유 작업에 관심 있는 많은 예술가들과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
- 글 서명구_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