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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9월호

이달의 표지 작가 조영미

진실 혹은대담

<반복 그리고 다름 02> silk, wool / nunofelted | 45×120cm | 2014
“‘그들은 환상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들이 어젯밤까지 깁던 조각보 위에 세땀상침 바느질은 기약 없이 먼 후일로 미룬 채 말이다…’ <그들이 외출한다> 연작은 이러한 표현 이미지를 설정하고 시작한 작업입니다. 이 작품들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옛 사회를 배경으로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나서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화면은 늘 하던 바느질의 마지막 마감을 상징하는 ‘세땀상침’을 완성하지 않은 채 희망을 꿈꾸며 바삐 길을 나서는 그들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이 옛 여인들은 화려한 환상에 대한 열망과 극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이어지길 희망하며 제작했습니다. ‘그들이 보낸 인내의 시간은 지천으로 화려하게 펼쳐진 환상이 되어 사라지고 그들 밖 세상은 밝고 넓다.’
이 연작은 펠트공예 기법으로 제작했고, 신윤복의 화첩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속도감 있는 박음질을 곁들여 표현했습니다. 이들은 화첩을 벗어나 다른 시공을 걸어다니며 은유적이고 몽환적인 화면을 만들지요. 다양한 섬유 중 레이스를 선택한 것은 레이스가 ‘미래를 향하는 밝은 이미지의 환상’과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레이스의 반투명성은 공간과 시간을 머금은 듯하고, 그 투과 공간은 여운을 통해 더욱 환상을 자극합니다.” “한국, 여성, 전통문화 같은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익숙한 생활 범위에서 주제를 모색하면서 저는 연출자의 입장이 되어 작업에 등장시킬 표현법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생활 속에서 저 자신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업으로 가져오거나 독서에서 모티프를 찾기도 하지요.
저는 작업을 통해 이를 보는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단, 희망을 위한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은유적이고 시적으로, 은근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닮고 싶은 삶의 자세, 선인의 지혜 등도 작업에 담아보고자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로 활동하면서 신당동 주변에 의류 제조 공장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충무아트홀과 신당동 중앙시장 사이 거리 곳곳에 목공, 철공, 자개 등 제조업 종사자들이 있지만 예전에 비해 그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신당공작-100미터 안의 사람들’은 저를 포함해 서로 다른 분야의 작가 셋이 주변 제조 공장 측과 협업해 공예가와 지역 기술자의 상생을 도모한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주변 의류 봉제업체들의 도움으로 의상을 제작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하자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고부가가치 의류 상품 제작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의류 제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길이고, 전문 기술인과의 협업은 완성도 있는 상품 제작으로 이어져 공예인의 자립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신당공작-100미터 안의 사람들’ 이후 사업 정착과 바른 시행을 위해 2016년까지 의류 상품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업을 단발성으로 진행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지난 3년간 연계 의류 상품 개발을 계속 진행해왔고, 오는 9월에는 ‘신당동 봉제공장과 희망 꿈꾸기’로 봉제공장과 협업해 만들어진 의류 상품을 전시합니다.
이 전시가 공예인의 자립 능력 향상, 봉제공장의 다품종 소량생산화,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 작은 시작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더불어 섬유로 전하는 감성 이야기를 작업과 병행해 섬유 상품 개발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문화+서울
진실 혹은대담
<그들이 외출한다 05> Lace, Wool / Felt, Embroidery | 36×35cm | 2011
진실 혹은대담
<그들이 외출한다 02> Lace, Wool / Felt, Embroidery | 36×41cm | 2011
진실 혹은대담
<표지작> <그들이 외출한다 03> Lace, Wool / Felt, Embroidery | 36×43cm | 2011

진실 혹은대담

조영미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2?3?4기 입주작가. 홍익대학교 공예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섬유로 전하는 작가의 감성 이야기를 주제로 한 작품 활동으로 개인전을 11회 열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2년 신당창작아케이드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신당공작-100m안의 사람들’ 참여를 시작으로 협업에 의한 공예 상품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정리 이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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