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리포트
사람이 성장하는 행복한 일터로
관악문화재단
소홍삼 대표이사
관악구는 약 48만 명의 인구가 사는 지역이다.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많은 청년이 살고 있고, 예술인 등록 인구가 마포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예술 저변이 단단한 곳이 관악구다. 그러나 예술 활동은 활발하지 않다. 지역은 관악아트홀을 중심으로 공공시설에 의존해 돌아가며, 마땅한 민간 공연장이나 갤러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는 많으나 활동이 부족한 지역이 관악구라 할 수 있다.
2019년 관악문화재단이 설립됐다. 비교적 늦게 설립된 재단이지만, 성과는 대단하다. 단적으로 재단 설립 이래 무려 53개의 상을 받았다. 2025년만 해도 한국문화가치연구협회가 수여하는 한국문화가치대상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수여하는 표창,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5 대한민국 예술과 기업 동반성장 대상 우수 사례(재단 부문)로 선정됐다. 또한 2022~2025년까지 경영평가에서 가등급을 받은 실력 있는 재단이다. 소홍삼 대표는 지난 7월부터 재단을 이끌고 있다. 의정부문화재단에서 근 25년간 근무한 그는 문화 기획 및 재단 운영의 베테랑이다. 그의 경영 철학과 비전은 무엇일까?
이제 7개월 되셨네요. 간단한 소회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복’과 ‘인복’ 많은 사람입니다. 의정부에서도 쉬지 않고 일했는데, 관악구도 만만치 않네요. 밖에서 본 관악은 지역 밀착형 사업이 촘촘하게 펼쳐진 곳이었는데, 직접 와보니 생각한 것 이상의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7개월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재단을 바꾸는 데 노력했습니다. 공연, 축제, 교육, 도서관, 청년 등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조직이 하나의 유기체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지요. 아직 뼈대를 만드는 중인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인복이 좋은 제가 좋은 직원들을 만났으니 다행이지요.
의정부문화재단과 관악문화재단은 여러모로 다를 텐데요.
많이 다릅니다. 의정부문화재단은 1,2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고 있습니다. 관악문화재단은 700석 공연장을 갖고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중규모 극장은 그 나름대로 친밀도가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관객과 거리가 가까운 것이지요. 저는 그 특성을 이용해 극장을 더 친밀하고 가까운 공연장으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일까요?
적절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관악 ‘GPSGwanak Play Signal’라는 시즌제를 만들었습니다. 통상 시즌제는 1년제로 돌아가는데, 저는 너무 길고 경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 같은 중규모 극장에서는 탄력적으로 시즌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6개월 단위로 시즌제를 운영합니다. 주력하는 것은 ‘가객歌客 4’입니다. 이전에 CJ문화재단·유재하음악장학회 등과 함께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열었는데요, 그걸 인정받아 지난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예술과 기업 동반성장 대상 우수 사례로 선정됐습니다. 올해부터는 이걸 확대하려 합니다. 유재하뿐 아니라 김광석과 국악의 송소희, 재즈의 웅산 등을 엮여 ‘가객 4’를 만들고, 이것을 기반으로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과 연계한 공연과 동아일보와 협력한 국제무용콩쿠르 및 뮤지컬 페스티벌 등을 개최해 관악아트홀만의 브랜드를 만들려 합니다.
공연장을 아주 단단하게 만드시네요.
기초문화재단의 중심은 공연장을 포함한 문화예술회관 운영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설을 중심으로 사람과 공간, 콘텐츠를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이 평범한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며 특별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게 재단의 역할이지요. 그래서 물리적 거리를 넘어 예술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춰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런 문화를 만드는 게 재단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예술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재단을 만들기 위해 중점으로 삼은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이 크는 재단을 만들고자 합니다. 재단은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직원들이 잘해야 성과도 나오고, 주민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의 성장을 가장 우선으로 여깁니다.
‘직원의 성장’, 중요한 키워드 같습니다. 이를 위해 주로 하시는 일은 무엇일까요?
직원들에게 여러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라고 하고, 여기저기 심사하러 가거나 평가할 일 있으면 서슴지 않고 출장 다녀오라고 말합니다. 이것저것 보고 경험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사고도 나오고,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게 성장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문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을 다니다보면 출근하기 싫은 날도 있는데, 그래도 회사에 오면 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합니다. 일은 어차피 개인이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것은 일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즐겁게 일하고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 그런 직원이 자산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제가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직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할 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선배 기획자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에 대한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일을 해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상상력은 함부로 나오지 않습니다. 내 일, 내 조직, 내 부서가 아닌, ‘이타적인 사고’를 해야 나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의정부에 있을 때 경기도문예회관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문예회관별로 있으면 잘 안되니 여럿이 모여 파이를 키워보자는 게 아이디어였지요. 제가 만약 제 일만 했다면 그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제 일을 떠나 전체를 생각했고, 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했습니다. 이처럼 지금과는 다른 판과 시각에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단 내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을 텐데요.
관악문화재단은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가 너무 많더군요. 그러다보니 사업의 집중력도 떨어지고, 브랜드도 약했습니다. 의원들이 저에게 가끔 전화해 ‘재단이 뭔가 열심히 일은 하는 것 같은데,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팀별로 각자 업무가 많다보니 서로 협력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줄이고 기획력을 강화하려 했습니다. 중복성 있는 사업은 과감히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 한 것이지요. 저는 지금도 직원들에게 좀 더 넓은, 글로벌한 관점에서 생각하라고 얘기합니다. 생각하는 판이 커지면 상상력도 향상됩니다. 그러다보면 전혀 다른 사업이 나오지요.
관악구는 무엇보다 청년문화가 중요할 텐데요.
관악구는 청년 1위의 도시입니다. 그래서 구에서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은 2023년부터 관악청년청을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관심 있는 것은 청년들의 문화입니다. 청년이 가진 문화를 활용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사업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덕질이 때로는 업이 되기도 합니다. 관악의 청년 가운데도 덕후가 많습니다. 여러 재주가 있는 청년이 많은데, 이들의 재주나 취향을 이용해 서로 교류하도록 하고, 취미생활 이상의 경제활동이나 일자리를 창출해보자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그래서 ‘덕업德業일치스쿨’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덕후들의 취향과 재주를 업, 즉 일자리로 만들어보자는 것이 취지입니다.
외부 재원도 많이 유치하셨던데요.
기초문화재단에서 외부 재원은 필수입니다. 그것 없이는 재단 운영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초부터 직원들과 뛰어 약 15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역대 최대 성과입니다. 이것은 단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업 완성도를 높이고, 예술적 깊이를 더하는 마중물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구민에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전 저희의 독특한 후원 제도인 ‘관악늘봄’을 축으로, 크라운해태·CJ문화재단·유재하음악장학회 등과 협력해 다양한 후원과 협찬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초문화재단 육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서울은 25개 구로 구성된 도시입니다. 각 지역에 고유한 문화가 있고, 그 문화가 서울의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문화가 다양해지고 튼튼해지려면 지역의 문화가 단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초가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사업보다 기초와 협력해 사업하는 새로운 방식이 정착됐으면 합니다.
관악문화재단의 역사는 비록 짧지만, 화려한 수상 경력이 말하는 것처럼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갖고 있다. 소홍삼 대표는 직원들의 역량을 믿고 더 키워가고자 노력한다. 직원의 성장이 곧 조직의 자산이고, 지역이 성장하는 길이며 주민이 혜택받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즐거운 직장을 만들고, 보람된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한다. 작은 공연장이지만 탄력 있는 6개월 시즌제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려 하고, 청년들의 취향과 재능을 살려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를 구축하려 한다. 소홍삼 대표를 비롯한 그들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며, 관악문화재단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한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