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김수화 안무가
<스크린그라피> 2021 | 문래예술공장 갤러리M3
실재에 있는 신체 중 오로지 눈만 재현 이미지 공간으로 빠져들 때, 그 신체는 이 세계와 저 세계 중 어디에 있다고 해야 할까? 일상에서의 의식·무의식적 응시 행위부터 가상·증강·혼합현실 등의 산업기술이 낳은 다층 현실에서 경험하는 시각으로부터의 지각 행위는 매번 현존재의 위치를 되묻게 한다. 여러 감각을 느끼는 신체에서 시각을 분리해 취급하는 현대 기술 진보의 지향은 존재를 신체와 정신으로 나누고, 감각을 다섯 가지로 나눈 근대주의적 사고의 연장인 것 같다. 몸이라는 3차원 덩어리가 카메라 프레임을 만나 2차원으로 납작하게 인지되고, N차원의 실제 세계는 가상현실에서 2차원 재현 이미지의 3차원적 봉합으로 구성된다. 시각 중심 기술은 사실 우리를 ‘N-1’ 차원으로 이끄는 게 아닐까?
2022년 3월, 어떤 현실에서도 변치 않는 사실은 우리의 발이 여전히 이곳을 딛고 있다는 것이다. 비장소성과 장소성이 혼재된 디지털 공간과 다양한 매체의 재현 방식이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동시대에 몸은 무엇을 보고 어디에 위치해야 할까? 매체와 재현의 틈에서 신체는 해방될 수 있을까, 해방되어야 할까? 해방을 향한 시도가 치장으로 남지 않으려면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실재 공간에 대한 인지가 조각나고, 신체 감각이 서로 동기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몸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 알아차림은 공동의 기억일까?
스크린그라피Screengraphy는 재현된 상像부터 환상에서 발현하는 이미지까지를 아우르는 의미 차원의 스크린Screen과 시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행위인 안무Choreography를 조합한 단어다. <스크린그라피>(2021) 퍼포먼스는 카메라, 줌 화상 대화, 가상현실이라는 매체와 신체가 맞닿는 현상에서 신체와 공간의 현존성을 고민한 작업이다. 나아가 가상공간을 약속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주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유하는 감각 경험의 상실이라는 딜레마에 놓인, 머뭇거리는 객체로서의 신체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