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는 무(無)에서 유(有)로 새로이 창조되는 예술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또 어떤 이야기든 만들 수 있다. 도자 또한 다양한 방법 및 기법으로 여러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나는 이렇듯 닮은 두 분야의 성격을 융합해, 다양한 작업을 이어나간다. 캐릭터 도자 작업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스토리를 담은 캐릭터를 만들어 하고 싶은 말, 또 나누고 싶은 주제에 관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작업은 이를 보다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 대형 조형 작업, 그리고 슬립캐스팅을 이용하여 산업적으로 많은 양을 양산하는 아트 소품 작업으로 나뉜다. 슬립캐스팅 작품들은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생활소품이나 아트토이로 제작하여, ‘소구씨’(sogoossi)라는 브랜드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 ‘블랙애니멀’ 시리즈는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귀여운 돌연변이 동물들로, 본성을 잃어버리고 좀비화된 모습을 표현했다. 무분별하게 변형되어 복제되는 애니멀 공장에서 탈출한 이들은 자신의 본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펼치는데, 머리 위의 전구는 이들의 본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다.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나’를 찾아가는 이들은 자신의 머리에 불을 밝힐 수 있을까?’라는 기본 시놉시스를 통해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되는 생태계를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다. 블랙이라는 어두운 색에 침식된 동물들이 아이러니하게 이와 반대되는 빛(본성, 자아)을 찾으러 떠나는 모험은 서로 대비되는 상태의 공존을 의미하면서도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한 슬픔을 시사한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가치관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계속된 변형으로 잃어버린 것에는 이름이 있다. 산업화된 새 이름과 변화를 위한 또 다른 이름이 부딪치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대표 캐릭터로는 생각이 많아 머리가 무거운 듀곰(?-1), 두 손을 꼭 모은 예의 바른 늘보 늘(?-2), 까칠하지만 속 깊은 토선생(?-3), 언젠간 하늘을 날겠다는 꿈을 꾸는 콩닥(?-4), 그런 콩닥과 함께 꿈을 꾸는 콩(?-5)들이 있다. 친구들은 점차 늘어갈 것이다.
캐릭터 도자 작업은 단순히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 문화 등의 문제에 대해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것들을 내비치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작업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자를 전통예술이나 식기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도자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며,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인다. 재료의 편견을 깨고 장점을 살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