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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9월호

이달의 표지 작가 정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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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해철> 캔버스에 펜, 마커, 콜라주 | 33×24cm | 2014
2 <2014년 음반을 발매한 가수들> 아크릴 물감, 마커, 콜라주 | 79×220cm | 2015
3 <빅펀> 종이에 펜, 마커, 콜라주 | 36×51cm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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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작 <리틀비틀즈>
마커, 펜, 콜라주 | 32×24cm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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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운
잠실창작스튜디오 제9기 입주 작가. 서울미술고등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힙합 뮤지션 등 인물을 그리고 인물을 소재로 한 캘리그래피 작업을 한다.
글 정도운

나는 늘 음악을 듣는다. 마음에 드는 가사가 나오면 공책에 적어둔다.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 검색에 몰두한다. 나는 인터넷으로 세상을 본다.
어느 날 가수 신해철의 사망 기사가 떴다. 나는 신해철을 검색했다. 그의 노래 제목, 가사, 생년월일, 가족 이름…. 신해철의 빈소에 조문하고 장례식에 참석한 연예인 기사가 줄줄이 올라왔다. 그들은 신해철의 친구들일까? 그렇겠지? 그가 이 세상에서 떠나는 마지막 길에 함께했으니. 신해철이 죽어서 가장 슬픈 사람은 누구일까? 신해철은 하늘나라에 가서도 아들과 딸을 보고 싶어 하겠지? 혼자 남아 아이들을 키울 아내도 걱정스럽겠지?
인터넷의 세계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나는 문득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하고 연관 검색어가 뜨면 또 그것을 검색한다. 그것들을 내 공책에 정리하고 컴퓨터 메모장에도 모아둔다. 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거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 슬픈 노래를 한 뮤지션을 그리고 가사를 쓴다. 죽음은 어떤 걸지 궁금할 때 검색을 하고 죽은 뮤지션을 그리거나 죽음을 이야기한 노래를 부른 가수를 그리며, 그 가수의 트랙 리스트를 쓴다.
사람들은 내가 그저 가수들을 많이 그리는 작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무언가 말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줄 뮤지션을 찾아 그리거나 그들의 이름을 모아 주제가 있는 캘리그래피 작업을 한다. 나는 보기보다 세상사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그들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하다.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걸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 나의 작업을 보고 내게 말을 걸어준다면 나는 짧게라도 대답해줄 것이다. 당신이 그 짧은 말과 그림으로 퍼즐을 완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만약 <빅펀> 그림을 보고 배 속에 왜 이런 음식들을 그렸냐고 물어보면 나는 초고도 비만으로 죽은 빅펀이 몸에 좋은 한식을 즐겨 먹었다면 더 오래 살았을 거라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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