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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운이 좋으면 우리는 ‘달’을 발견한다

융합예술의 새 루트 찾기

‘달로 가는 정거장’이라 이름 붙인 이번 페스티벌은 국내외 전례 없는 플랫폼이자 전시로서 ‘언폴드엑스’의 도약을 선언한다.

우박 스튜디오, <맵 탈출 투어>, 2022, 데이터 시각화, 홀로그램 영상 설치, 인터랙티브 설치, 가변 크기,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2 전경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최근 번역서가 출간되며 화제가 된 책 『세계 끝의 버섯The Mushroom at the End of the World: On the Possibility of Life in Capitalist Ruins』(애나 로웬하웁트 칭Anna Lowenhaupt Tsing 저, 노고운 역, 현실문화, 2023)의 한 구절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연결’을 찾아 나서는 세계적인 인류학자 애나 칭은 전 세계의 ‘버섯’을 단서로 미래의 불확정성을 탐구해나간다. 이 시의적절한 말을 우리는 2023년 11월 10일 문화역서울284에서 시작하는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3 《달로 가는 정거장》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삶을 압도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운이 좋으면 우리는 미래의 ‘달Moon’을 발견한다.” 전시는 과거 시베리아를 향해 달렸던 기차의 루트를 상상하며 융합예술의 새 루트 짜기에 초점을 두고 기획됐다. 모든 작업은 예술과 기술의 예상치 못한 연결을 찾아 나선다. 즉, 서울문화재단 언폴드엑스Unfold X의 국내외 전례 없는 ‘플랫폼이자 전시’, 지원 제도로서의 복합성을 특화하고자 했다. ‘언폴드엑스’는 서울문화재단에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에 기반한 선두적이며 또 역사적인 프로그램이다. 2023년 전시는 작가의 작업과 동시에 예술기관의 비전과 담론을 ‘달Moon’을 단서로 관람객과 나누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 것은 전시 공간을 융합예술의 시공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함께 드나들었고, 출발과 도착의 꿈이 새겨진, 1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공간 안에 동시대 기술 기반의 실험을 모아 ‘몽타주’ (충돌의 편집) 효과를 일으키고, 유럽과 대한민국 서울·캐나다 등 다양한 세계를 연결하는 기예의 ‘정거장’을 세우고자 했다. 1925년 문을 열어 과거 만주와 프랑스 파리로 가는 열차를 운행했던 옛 서울역사를 전시 공간으로 삼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전시를 ‘융합의 정거장’으로 명명했다. 전시 공간과 작품, 관람객과 작가 자체가 ‘융합’되는, 그 자체로 여행(동선)이 되는 시공간을 기대했다. 전시는 서울의 중심에서,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융합예술의 특성을 공간과 승부하며 도전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달의 이미지를 닮은 작업은 동시대 기술로 (인공) 자연을 만들어낸다. 인간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꿈과 악몽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가들은 VR을 통해 가상에 존재하는 꿈과 현실을 교란해 제3, 제4의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사라져가는 언어와 인공지능의 관계를 탐색한다.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3 《달로 가는 정거장》은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섹션에 이름을 붙여 해당 이름이 다른 도시와 시간대로 연결되는 통로의 이름이 되고자 했다. Gate 1. ‘환승시간-인/아웃’ 섹션에서는 동시대 융합예술의 역사적 기원과 ‘지금’의 상황이 펼쳐진다. Gate 2. ‘우리, 여행자들’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여정과 항해를 각자 또는 공동의 풍경으로 제시한다. 인류세와 게임적 의상, 아날로그 기술과 과거를 예측하는 미래의 기술이 공존한다. ‘우리, 여행자들’은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통해 공동체, 사회, 다른 시간대, 혹은 자연과의 공존/긴장을 상상하는 다른 방식의 ‘인터랙션’, 즉 상호 접촉을 질문한다. Gate 3. ‘내일 도착’ 섹션에서는 1990년에 제작된 역사적 작업부터 2023년 동시대성을 감각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작업의 향방을 쫓는다. 이 자리에 배치된 상희의 인터랙티브 VR 작업 <원룸바벨>2022-23은 2022년 언폴드엑스 창·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올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다시 선보인다. 이 작품은 2023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특별상을 받고, 베니스 영화제 이머시브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은 시간의 환승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깥의 쌀쌀한 공기를 넘어 들어오면 기계 장치와 전원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일종의 별세계가 우주처럼 펼쳐지고, 일상 깊숙이 들어온 여러 전파와 효과, 이제는 자연과 딱 달라붙은 데이터들이 제시된다. 이 정거장 안에는 비디오아트 개척자 백남준의 작업부터 2023년 VR, 키네틱, 접촉, 인공지능, 공명 스피커 등을 매체로 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신작이 가득하다. 각각의 작업은 각각의 자리에서 빛, 속도, 기술의 지식이 만들어내는 예술의 형식을 다각도로 ‘실험’한다.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3 《달로 가는 정거장》에서 ‘달’은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온 꿈의 대상이자,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실제로 도착할 수 있는 시공이 되어가고 있는 리얼리티다. 자, 그렇다면 관람객은 어떻게 이 전시를 봐야 할까?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찾은 관람객에게 첫째, 전시 작품과 함께 전시 공간인 옛 서울역사의 건축과 실내 동선을 동시에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차역으로 설계된 천장 벽화와 백남준의 <시스틴 채플>1993을 겹쳐보고, 서측 복도에서 들리는 전철의 생활 소음과 류필립의 천둥소리를 데이터 삼는 사운드 작업을 ‘동시에’ 볼 것을 권한다. 둘째, 서울문화재단 언폴드엑스의 창·제작 지원으로 올해 제작된 다섯 팀(김치앤칩스·룸톤·류필립·서수진& 카를로 코린스키·장지연)의 작업이 각각 얼마나 다른 말하기의 방법론을 가졌는지 살펴보는 흥미진진한 ‘차이의 관람법’을 권한다. 기차가 만주·시베리아·파리 등 다른 도착점을 삼아 내달렸듯, 다섯 팀의 작가들은 매체와 공간, 동시대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다양한 ‘렌즈’를 제시한다. 셋째, 독일 예술과 매체기술 센터ZKM, 스위스 전자예술 박물관HEK, 캐나다 일렉트라 몬트리올ELEKTRA Montreal 등 세계 주요 융합예술기관과 교류해 초대한 작품들 앞에 꼭 한번 서보기를 원한다. 패션, 신체, 스캔, 글쓰기와 게임을 다루는 해외 작가들의 작업 면면은 융합예술의 기저에 미술사·과학사·철학·패션· 디자인·문학 등 다양한 레퍼런스의 축적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의 융합예술은 아시아·남미 등 더 많은 도시들과 연결되리라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업 바라보기가 ‘재밌는 일’이라는 걸 관람객들이 발견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전시가 미래를 과거/현재와 겹쳐 생각하는 ‘잠재적 공유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에 거주할 뿐 아니라 서울을 상상할 줄 아는 모든 관람객이 ‘언폴드엑스’의 주인이다.

현시원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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