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테마토크

7월호

먹고, 나누고, 예술하며 창작이 싹트다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1기

공간과 사람이 만나 창작이 발화하는 곳.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1기 네 팀은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팬데믹 이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변화를 준 서울무용센터는 올 상반기와 하반기 서울무용센터 공간을 누빌 입주예술가를 공개 모집했다. 입주 기간은 5개월. 안정적인 창작을 위한 공간 지원 외에 무궁무진한 실험을 펼치고 기획·개발된 작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지원 또한 더했다. 상반기에 선정된 1기 입주예술가 네 팀은 서울무용센터에서 어떤 작업을 펼쳤을까?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one. 처음 만나는 독자들을 위한 자기소개
two.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공모 신청 계기
three. 입주 당시 가장 기대한 부분
four. 나의 방을 소개합니다
five. 입주예술가로 지내며 가장 만족한 프로그램
six. 아쉬운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seven. 5개월간 탐구한 것
eight. 서울무용센터에게 바란다
nine. ‘최애’ 공간을 꼽자면
ten. 서울무용센터와 헤어질 결심

권효원

one.주로 안무를 하고 있는, 그리고 계속하고 싶은 권효원이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활동하다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로 선정되면서 이곳에 오게 됐다.

two.지난해 서울에서 공연을 하게 됐는데, 그때 서울무용센터 연습실을 대관해서 연습했다. 연습실만 아니라 건물 밖 잔디가 펼쳐진 마당이나 테라스 같은 공간이, 내가 생각해온 ‘서울스럽지 않은 공간’이라 인상 깊었다. 이전에 대구에서도 레지던시에 입주한 경험이 있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서울무용센터는 레지던시 기간이 짧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입주 기간이 5개월로 바뀐 것을 보고 새로운 환경에서 진득하게 작업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청했다

three.새로운 동료들과의 만남. 새로운 곳에서 만들게 될 작업의 모양.

four.‘잘 자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작업 때문에 잘 자지는 못하지만) 좋은 수면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는 데 신경을 썼다.

five.특정한 프로그램보다 입주 이후 순차로 진행된 시기별 프로그램이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됐고, 실제로 지금 내가 레지던시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3월 30일 서울문화재단 6개 창작공간 입주예술가가 모두 모인 ‘서울아트스페이스인’에서 알게 된 연희문학창작촌 작가님들이 과정공유회에 찾아와 쇼케이스를 보고 작업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눈 것이 무척 인상에 남는다. 함께 생활하더라도 같은 시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기에, 서울무용센터 직원분들과 입주예술가가 모두 모여 소통하는 네트워킹 시간도 좋았다.

seven.입주 기간 ‘주문식 안무’라는 프로젝트를 탐구하고 발전시켰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안무를 주문받아 만들어보는 작업인데, 결과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주문을 받아 안무를 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상영하고, 그 결과를 실연했다. 즉, 관객은 과정(영상)과 결과(실연)를 함께 보게 되는 것이다. 이전의 작업에서는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전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다.

nine.로비, 복도 계단 등등 우연히 혹은 갑자기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모든 공간.

ten.작업, 계속해야죠!

서태리

one.무용을 토대로 안무를 하고 있는 서태리라고 한다. 뼈의 이미지에 연동하는 시간과 공간을 구성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인무를 만들고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올해 서울무용센터에서는 지난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two.작업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three.지금까지는 보통 혼자서 안무 작업을 해왔다. 사실 고독하고, 답답할 때가 많다. 이곳에서는 동료 예술가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자연스레 교류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four.산등성과 바로 마주하고 있어 무척 조용하다. 고요한 밤이면 주황빛 스탠드를 켜놓고 잠들곤 한다. 창이 넓어서 책상 앞 커튼을 걷어두면 아침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창밖 나무에 앉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깰 때도 있고. 방이 넓고 러그가 마련돼 있어 가볍게 몸을 풀 수도 있다. 화장실에 가는 길에는 테라스가 있어 종종 바람을 쐬기도 한다.

five.워크숍과 과정공유회 때 몇 명을 초대해 내가 지내는 공간에서 그간의 연구와 작업을 공유하는 시간이 좋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평소의 모습을 꾸밈 없이 드러낼 수 있고,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던 것 같다. 항상 완성된 작업만 공유해왔는데, 아이디어와 과정, 날것의 질문, 다듬어지지 않은 움직임을 공유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six.개인 공간과 공용 연습실이 주어지는데, 연습실 또한 개인에게 주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하나의 공간에 오래 머물고 함께 숨 쉬며 그 변화를 작업에 반영해봐도 재밌지 않을까? 그렇다면 레지던시의 성격이 담긴 작품이 나오게 될까?

seven.안무에 관한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고, 더 나아가고 싶었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테크닉과 안무 형식을 깨고 내가 할 수 있는 추상적인 작업을 시도하고자 했다.

nine.공용 주방과 요리를 할 수 있는 넓은 받침대. 음식과 작업을 동료들과 자연스레 나누게 되는 곳.

ten.내가 가는 어느 곳이든 레지던시가 되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이곳에서 감각한 몸의 기억이 또 다른 작업으로 파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하 무브먼트

one.2020년 아하 무브먼트라는 단체를 창단, 안무가와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하지혜다. 오랜 기간 무용수로 활동하다 뒤늦게 안무에 관심을 두고 2020년 처음 솔로 작업을 진행했다. 아하 무브먼트는 그 이름처럼, 깨달음의 순간인 ‘아하’ 모먼트에서 착안했다. 공감을 키워드로 삼아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유추할 수 있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움직임으로 작업을 풀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아 작업 소재를 대부분 일상에서 찾는 편이다.

two.2022년 서울무용센터 레지던시에 선정돼 쇼케이스를 한 경험이 있다.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참 좋았고, 서울무용센터의 지원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때의 쇼케이스는 다음 단계로 연결되지 못했다. 올해 프로그램은 입주 공간만 아니라 무대까지 연계해주는 시스템이라 지난해의 못내 아쉬운 마음을 해소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의 상상이 무대와 만나고, 전문 멘토링과 협업을 거쳐 좀 더 완성도 높은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 테니.

three.서울무용센터는 공간이 정말 예쁘다. 햇살이 비치는 연습실, 바람이 불어오는 테라스, 가지런히 책이 꽂힌 서가, 없던 창작 욕구도 생기는 기분이랄까. 공간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고 느낀다. 다른 안무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입주를 기대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four.203호를 사용했다. 노란색 문이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침대 하나와 4인용 식탁, 작은 싱크대, 옷장 등이 있다. 책과 의상, 폼롤러 같은 각종 물건이 널브러져 있는데, 처음 입주할 당시 깨끗하던 공간에 각종 실험과 시도가 중첩된 것 같아 그 풍경마저 애착이 간다.

six.개인적인 일정으로 5개월의 입주 기간을 온전히 쓰지는 못했다. 욕심일 수 있겠으나, 1년짜리 입주 프로그램이 생겨도 좋을 것 같다.

seven.‘휴식’을 키워드로 리서치를 진행했다. ‘휴식 결핍 사회’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휴식이란 무엇인지 오랜 시간 고민했고, 그 결과 ‘휴식’, ‘에너지-몸’, ‘현존’을 키워드로 삼아 작업을 진행했다.

eight.지난해에도 좋았지만, 올해 프로그램은 더욱 안정된 것 같다. 입주예술가가 늘어나고, 향후 네트워크가 형성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생긴다면 더 좋겠다.

nine.스튜디오 블랙. 쇼케이스를 진행한 공간이기도 하고, 두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종종 출현하는 귀여운 고양이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춤출 때면 괜히 더 행복한 기분이랄까.

ten.7월은 온전히 휴식하려고 한다.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하반기에는 여러 공연을 앞두고 있다. 특히 5개월간 서울무용센터에서 작업한 <음-파>를 잘 마무리해 유통하려는 목표가 있다.

주희&박유라

one.신체를 기반으로, 퍼포머와 안무가로 활동하는 주희라고 한다. 이번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에 박유라와 함께 팀으로 입주했다.

two.시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싶었다. 보통 작업할 때면 시간에 쫓기기 십상 아닌가. 창작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제작에 들어가야 하고, 또 공연하기 바쁘고…. 그렇다고 혼자서 넉넉히 시간을 갖고 작업하기에는 금방 지치니, 누군가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원래 각자 자기 작업을 하는 동료 관계인데, 이번에는 아예 팀으로 지원했다. 함께할 때 레지던시에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three.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장 기대했다.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로 선정되고 레지던시에서 지내는 동안 작업 과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니, 그런 점에서 서울무용센터라는 공간에 기대고 의지한 듯하다.

five.연구모임 지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입주예술가가 각자 필요한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점이 효율적이었다. 서울무용센터의 다양한 지원 외에 ‘함께 하는 개인 연습’, ‘이른 과정 공유회’ , ‘326JAM’ 등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간을 보낸 것도 유익했다.

six.막상 지내보니 5개월이 생각보다 짧은 느낌이다. 사업을 위해 기관에서 사용하는 행정적인 명칭과 우리의 작업을 분리하는 시간이 꽤 필요했다. ‘결과공유회’, ‘예비 유통’ 같은 단어들이 결국 레지던시에서 지내는 동안 반드시 어떠한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고 느끼게 했다. 물론 어떤 예술가들은 의미 있는 결과를 완성하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결과를 완성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레지던시 입주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과 경험이 되도록 노력했다. 그럼에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극장을 경험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다만 열심히 준비한 결과를 그저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예술가가 극장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지가 중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seven.‘즉흥’이라는 키워드를 다양한 형식 안에서 연구하는 시간을 보냈다.

eight.서울무용센터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안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기에, 전문 무용수를 위한 프로그램도 종종 생겼으면 한다. 그러다보면 안무가와 무용수 간의 네트워킹도 발생하지 않을까.

nine.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은 ‘주방’. 공용 공간이다 보니 다른 입주예술가분들이나 서울무용센터에 방문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예술가의 작업에 대한 존중이 생겨나고,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을 배우지 않았나 싶다. 모든 일들은 먹고, 마시고, 수다 떨면서 벌어지더라.

ten.퍼포머로 리서치 작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물론 안무가로서의 작업도 지속할 예정!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