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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혁신의 핵심은 창의성

현대 스포츠가 된 브레이크댄스

2024년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크댄스. 그 변화에는 현대 스포츠의 혁신이 담겨 있다.

꼭두 미스테리 극장 사진

내년 여름 열릴 2024 파리 올림픽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혁신’이다. 특히 파리 올림픽은 브레이크댄스를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시작된 스포츠 클라이밍?스케이트 보딩?서핑 등 ‘도심형 스포츠Urban Sports’ 도입 흐름의 일환이다.
특히 브레이크댄스는 현대 스포츠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왜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스포츠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스포츠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는 ‘규칙이 지배하는 경쟁적 신체 활동’이다. ‘규칙, 경쟁, 신체 활동’이 핵심이다. 얼핏 보면, 브레이크댄스는 이런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격렬한 신체 움직임을 동반하고, 각종 경연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 경쟁 요소 또한 존재한다.
브레이크댄스가 균열을 내는 건 ‘규칙’ 영역이다. 브레이크댄스의 가장 큰 매력은 창의성이다. 실제 파리 올림픽에서 브레이크댄스는 디제이DJ가 트는 무작위 음악에 맞춰 즉흥 춤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회를 위해 일부 규칙을 만들긴 하겠지만, 창의성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젊은층에 익숙한 종목이라는 점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브레이크댄스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런 창의성이다. 과거 스포츠가 아마추어리즘과 단절하며 체계화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영역을 확장하는 쪽으로 철학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공정과 효율을 강조해온 스포츠가 창조와 자유를 중시하는 예술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이는 그간 현대 스포츠가 보여온 행보와 정반대다. 지금까지 스포츠는 창의성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규칙을 정비하고 종목을 제도화·체계화하는 길을 걸었다. 예를 들어 피겨스케이팅은 1920년대만 해도 예술과 스포츠를 종합한 창의성을 강조하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후 경쟁이 심해지고 평가의 주관성 문제가 대두하면서, 누가 더 고난도 기술을 펼칠 수 있는지를 겨루는 종목이 됐다.
태권도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태권도는 그간 판정 논란 등을 겪으며 여러 세부 규칙을 도입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경기 방식은 수비에 치중하며 필요한 점수만 내는 방식으로 변했다. 자연스럽게 갈수록 재미가 떨어졌다. 두 종목뿐 아니라 많은 종목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스포츠는 외면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림픽 시청자도 계속 줄었다. 미국에서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는 NBC의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시청자는 1,700만 명이었다. 반면 2016 리우 올림픽은 2,650만 명, 2012 런던 올림픽은 4,070만 명이 시청했다.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더라도 두 대회 만에 시청자가 무려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스포츠계가 혁신에 나선 이유다.
이번 대회에서 브레이크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올림픽 정식 종목에 도전하는 다른 스포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댄스스포츠나 치어리딩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평가에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그간 정식 종목이 되지 못했다. 또한 브레이크댄스는 그간 규칙에 얽매였던 기성 종목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준희 한겨레신문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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