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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2월호

그냥 내 친구 한 명 더 초대한다는 생각으로 시나브로 가슴에 〈구조의 구조〉 프로덕션 팀과의 대화

왼쪽부터 이재영, 조하나, 권지현, 권태현, 김현수

배리어프리를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배리어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우퍼조끼를 이용한 배리어프리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시나브로 가슴에’ 〈구조의 구조〉 프로덕션 팀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획 과정의 세심한 고민부터 실무자들의 솔직한 이야기, 때로는 시시콜콜한 문제들까지. 예술을 둘러싼 장벽을 낮추기 위한 긴 여정을 함께하는 고민을 나눠봤다.

권태현 우선 이번 〈구조의 구조〉가 초연이 아니잖아요. 그 작업의 콘셉트가 원래 가지고 있는 개념과 형식이 이번에 우퍼조끼를 포함한 배리어프리 기획을 통해 확장되는 지점이 있을까요?

조하나 작업 자체의 콘셉트나 형식에 큰 변화는 없어요. 〈구조의 구조〉는 애초에 접근성 문제를 완전히 염두에 두고 만든 작업이 아닙니다. 2018년 초연을 하고 재공연을 준비하는 중에 아르코 극장에서 배리어프리 관련한 제안을 주셨어요. 공공극장 차원에서 접근성 확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무용 공연에서도 본격적으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제안이었죠. 저희 프로덕션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성을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고요.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주저하는 마음이 좀 있었어요. 제가 프로듀서로 연극 장르에서 배리어프리를 여러 차례 시도하고 또 경험하면서 사실 피로가 조금 쌓여 있는 상태였거든요.

권지현처음에는 아르코 극장으로부터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우퍼조끼를 통한 듣기를 시도해 보려고 하는데 청각장애인 관객이 올 수 있으니 접근성 매니저가 필요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프로덕션에 들어왔어요. 제가 무용은 잘 모르지만 ‘시나브로 가슴에’ 공연은 이전에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기쁘게 함께했습니다. 프로덕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을 이 작업에서 더 풀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우퍼조끼로 바꿔 전달하는 것에 회의가 있었어요. 특히 무용 공연에서 말이죠. 그런데 음악 감독님을 만나 우퍼조끼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뭔가 다른 지점을 찾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에 맞춰 그냥 진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를 진동과 연계하는 무언가 필요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안무가님과 음악 감독님도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거든요.

김현수처음에 우퍼조끼에 대해 조사하면서 우선 음악의 비트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움직임과 연출에 방점을 찍고 조끼의 진동을 디자인해 보자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사실 음악의 흐름을 그냥 따라가야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더라고요. 하지만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에서 쓰는 것처럼 음악과 딱딱 맞추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에 우퍼조끼의 사용을 전반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양적으로 이번 작업의 연출에서 우퍼조끼를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어쨌든 단순히 오디오 소스를 넣어 박자 맞추는 식으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다른 구성이 나온 부분이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음악의 박자와는 상관없이 페이드인으로 진동을 쭉 올린다거나, 고조되는 음악을 따라 진동의 단계를 쌓는다거나, 진동의 강도를 높여가다가 갑자기 싹 빼버리는 등의 연출을 써봤습니다. 모니터링을 했을 때 진동이 쭉 느껴지는 것보다 오히려 진동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의 감각적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우퍼조끼를 중점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굉장히 심플하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렇게 덜어낸 것도 사실 다양한 고민을 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하나〈구조의 구조〉 공연을 배리어프리로 준비해 보자고 하면서 가장 핵심이 됐던 부분이 사실은 이런 부분이었어요. 초반 기획 단계에서는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음악을 미디어로 치환해 보자, 다른 시각 정보를 줘보자, 음의 파동을 이미지로 만들어보자, VR이나 AR을 써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죠. 그런데 배리어프리를 위해 본래의 작업 자체를 변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번 저희 기획의 핵심이 됐습니다. 처음부터 음성 해설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였어요. 어떤 감각을 지닌 관객이든 원래 보시는 그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음악이 들리지 않으면 음악이 들리지 않는 대로 관람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고민에서 지금과 같은 형식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재영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배리어프리 공연은 내 옆의 친구랑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우선인 것 같아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죠.

권태현_웹진 [춤in] 편집위원 | 사진 오창동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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