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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8월호

NFT가 문화예술계에 가져온 새로운 변화

NFT 아트의 세계

2021년 3월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디지털 그림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693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785억 원)라는 사상 초유의 가격으로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 낙찰되면서 NFT 예술품 시대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후 1년 5개월이 흘렀다. 그사이 마냥 생소하기만 했던 NFT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변화했고, 동시에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NFT 기술이 미래에 가져다줄 비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아울러, 한편으로는 NFT와 함께 탄생한 가상세계 미술품의 가치가 거품과 허상이 아니냐는 부정적 인식 또한 살펴볼 수 있다.

비플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2021)은 하루에 하나씩 만든 이미지를 5000일 동안 조합해 완성한 콜라주다.

제도권의 검열을 거치지 않는 진정한 ‘소셜 아트’ 시대 도래

우선 긍정적 측면으로는 수많은 창작자의 작품이 세상에 널리 드러나게 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진정한 ‘소셜 아트Social Art’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그동안 창작자가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와 같은 제도권의 심사, 규율, 관습이 필요했다. 기성 작가들이야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신진 작가들에게 일종의 벽과 같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NFT 시대와 함께 태생한 오픈시opensea.io 등과 같은 국내외 다양한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장소가 가진 물리적 제약이 없는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작품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금까지 작품 한 번 선보이지 못한 수많은 예술가가 일반인과 창작물을 거래하면서 기존의 미술시장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컬렉터층이 생겼고, 젊은 MZ세대에게까지 미술품 수집붐이 일어났다. NFT 작품에 대한 관심은 실제 미술품으로 이어지면서 아트페어 혹은 갤러리와 같은 오프라인 미술시장 역시 성장했다.
이러한 신호탄과 함께 일반인이 만들어낸 디지털 창작물 역시 주목받게 됐다. 미국에서는 부모가 깜짝 이벤트를 벌이며 디즈니랜드에 가자고 하자 기뻐하는 소녀 클로이의 곁눈질하는 표정이 밈meme, 2차 창작물 또는 패러디물으로 제작돼 8,700여 만 원에 거래됐고, 그 밖에도 ‘찰리가 날 물었어’ 같은 다양한 밈이 고가에 거래됐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동안 제도권 미술계에서 기회를 찾지 못했던 여러 창작자가 작품을 발표하며 좋은 거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스스로 커뮤니티를 구축해 온·오프라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중학생 NFT 아티스트 ‘아트띠프ARThief’가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까지 실거래돼 이목을 끌었다.
필자는 지금의 NFT 시대가 도래하기 훨씬 전인 2009년부터 디지털 매체를 통해 작업하고 있다. 그리고 2021년 초, 이전에 작업해 둔 작업물 몇 점을 세계적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시에 처음으로 올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가 이뤄졌다. 가상세계에서 거래된 작품은 2009년에 디지털 그래픽으로 작업한 <108달마도> 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당시 전문작가가 아니었음에도 이 그림으로 말미암아 큰 미술관에 초청됐다. 미술계에서 활동 이력이 없는 필자와 같은 창작자에게도 이러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를 계기로 NFT가 야기한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그동안 작업해 둔 작품에 이어 새롭게 작업한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고, 한국 기업이 만든 다양한 NFT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08달마도> <시공상상> 시리즈 등 과거에 작업한 디지털 작품이 NFT 시대를 맞아 그 가치가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이 선보인 평범한 변기 하나가 ‘개념미술’이라는 새로운 미술사적 사조를 탄생시켰다. 대상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가치를 만들어낸다. 지금의 NFT 또한 새로운 관점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일 것이다.

아티스트 팍(Pak)의 디지털 아트가 소더비 경매를 통해 약 190억 원에 거래됐다.

김일동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달마>(2009)

중학생 NFT 아티스트 아트띠프의 <play game>(2021)

NFT를 넘어 예술이 가진 진정한 가치에 대한 이해

NFT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많이 거론되는 것은 NFT 붐 속에서 천문학적 금액에 거래된 미술품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 사건이다. 트위터의 창업주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1트위터 창업주인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 NFT는 전 세계 첫 트위터 메시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2021년 290만 달러(약 35억 원)에 팔렸지만 1년 만에 280달러(약 34만 원)로 주저앉았다.이나 이더록EtherRock2이더록은 ‘애완용 블록체인 바위’를 표방하는 그래픽 파일로, 2017년 이더리움 기반의 NFT로 발행됐다. 등은 처음 거래 당시 수십억, 수백억 원을 호가했으나 재거래 시 몇십만 원이라는 낮은 가격이 매겨졌다.
국내의 대표적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발매된 수많은 아티스트의 작품 역시 재거래가 되지 않으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 NFT로 인해 탄생한 모든 것이 거품과 허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자칫하면 NFT 미술품이 가상세계 자산이나 주식 등과 같은 빠른 유동성을 지닌 투자수단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NFT를 포함한 모든 예술품이 가치를 갖게 되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 이해의 부족, 그리고 NFT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주는 인식의 혼돈으로 인한 단편적 해석일 여지가 크다.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NFT 미술품 또한 실존하는 미술품과 가치가 형성되는 원리와 근본은 일치한다. NFT 미술품에 진정한 가치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 기본이 되는 것과 함께 컬렉터 또한 이러한 가치의 근본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우선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코인이나 주식처럼 유동성이 빠른 다른 자산과 성질이 완전히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구매한 코인은 손익 계산에 따라 금방이라도 되팔 수 있지만 예술품은 그렇지 않다. 작품에 가치가 생기려면 작가와 작품의 스토리와 의미가 알려지고 그 진정성이 대중에게 이해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소신 있게 작품 활동에 매진해야 하며 컬렉터는 이슈와 붐에 따라 작품을 성급하게 선점하기보다 그 스토리와 철학을 이해하며 작가와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관심을 갖는 컬렉터가 하나둘 늘어나면 어느새 그 작가와 작품에 대한 커뮤니티는 성장해 있을 것이고, 이렇게 끈끈하게 성장한 작가의 커뮤니티가 기반이 된다면 지금과 같은 급격한 NFT 작품 가치의 하락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성과 측면으로만 본다면 성장 속도에 비해 느린 유동성에 자칫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와 반대로 작품을 소장하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이점도 존재한다. NFT 작품의 경우 디지털 액자나 출력을 통해 자신의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고, 작가가 이끌어가는 다음 작품에 대한 스토리를 기대하며 함께 공감할 수도 있다.
이처럼 미술 작품의 가치는 그것을 알아보는 이들에 의해 점점 탄탄하게 형성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흐나 앤디 워홀 같은 경우도 이러한 커뮤니티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그 의미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기에 그 가치의 크기와 규모 역시 세계적으로 확장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와 같은 미술품 컬렉팅의 성공은 다른 투자 자산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익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며, 한번 형성된 가격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정성 있는 발걸음이 지속된다면 세상이 반드시 그것을 알아보는 시점이 찾아올 것이다. NFT 시대의 화려한 서두를 연 비플 역시 15년 전 디지털 아트가 지금처럼 각광받지 못하던 시절에는 그저 열심히, 꾸준히 뛰어다닌 어느 무명 아티스트였을 뿐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비디오작가 백남준이 지금의 미디어 시대를 먼저 예견한 것과 같은 이치다.
앞으로 NFT 미술품에 대한 새로운 이슈는 계속 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이슈와 사건이 발생했고, 우여곡절 끝에 NFT 미술품이 가진 가치에 대한 이해가 정립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NFT 예술이 미래에 얼마만큼 의미 있는 지표를 만들 수 있을지는 창작자와 컬렉터 모두의 몫이 될 것이다.

패션 브랜드 아디다스가 NFT 프로젝트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와 협업한 한정판 NFT 아바타 '인디고 허츠'

사치아트(Saatchi Art)의 2022년 1월 프로젝트 ‘The Other Avatars’에 수백 명의 아티스트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에서 영감 받아 다양한 스타일의 아바타 시리즈를 NFT 아트로 만들었다.

김일동_미디어 아티스트, 《NFT는 처음입니다》 저자 | 사진 제공 김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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