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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7월호

우리에게 다가올
‘신대학로 시대’를 상상하며

대학로극장 쿼드·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서울연극센터 개관을 앞두고

서울문화재단은 2004년 열악했던 남산 시절을 지나 2005년 청계천이 복원, 대중에게 공개되는 때를 맞춰 청사를 이전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난 2016년에는 ‘대학로 시대’라는 숙제를 눈앞에 뒀다. 재단의 기본 재산을 부동산으로 전환해 대학로에 공유 플랫폼을 조성하는 일은 “재단의 ‘경영 자산’ 을 모두의 ‘공유자원’으로 전환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학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문화 집적지이나 현재는 과도한 상업화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금, 서울문화재단의 행보는 대학로에 다시 문화예술의 숨결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대학로에 탄생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

서울문화재단은 오랫동안 문화예술의 허브 역할을 해온 동숭아트센터를 매입한 후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로 리모델링을 마쳤으며, 혜화역4번 출구에 위치한 ‘서울연극센터’의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또한 장애예술 중심의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까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가칭’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학로에 옮겨온다.
그중 가장 중심에 선 ‘대학로센터’를 살펴보자. 이곳은 과거 동숭아트센터가 있던 자리인 만큼 그 문화적 의미를 되살려 미래의 대학로에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을 담는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7월에는 창작 중심의 1차 제작·유통 극장인 ‘대학로극장 쿼드’가 문을 연다.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예술 창작 발표 플랫폼인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가칭’도 올해 10월 대학로에서 문을 연다.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이 교류하는 공간으로 장애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또한 오는 11월에는 기존 서울연극센터가 증축과 리모델링을 거쳐 예술가의 요구를 담은 공간으로 재개관한다. 이 모든 공간은 각기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서로 연결돼 ‘신新대학로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다가올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 이후 펼쳐질 변화를 가상 인물 시민 ‘S씨’와 예술가 ‘K작가’의 하루를 통해 상상도想像圖로 그려봤다.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날씨 맑음. 대학로를 찾은 시민 S씨: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 P와 대학로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참관하고 체험한 뒤 늦은 저녁에는 공연을 보기로 했다. 먼저 대학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요량으로 서울연극센터 1층에 들렀다. 조금 이른 오전 11시에 왔다면 품격 있는 무료 공연 <서울 스테이지11>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다음 기회를 위해 차후 일정을 메모했다. 친구 P는 장애·비장애 공존 가치 실현을 목표로 건립된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를 먼저 방문하자고 했다. 마침 장애 예술인 오픈스튜디오 주간이라 센터에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장애·비장애를 넘어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동시대의 미학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인근에 자리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로 접어들었다. 그곳에서는 여러 예술가가 직접 작품을 들고 나와 판매 내지 물물교환을 하고 있었다. 또한 옆에는 쇼케이스 공연을 볼 수 있는 예술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장터 안쪽으로 이동하자 국내 최초의 ‘NFT 예술카페’에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커피 구매로 작품의 지분을 소유해 작가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대학로센터 지하에 있는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하이라이트 작품을 보는 것이다. 대학로극장 쿼드는 자체 제작극장이기도 하지만 일부 기간에는 우수한 국내외 공연을 소개하기도 하고, 단체와 협력해 일반 예술가에게 극장을 대관해 주기도 한다. 극장 인포메이션 부스에서 쿼드 회원 가입을 하고 30% 저렴한 티켓을 구입했다. 늦은 밤, 공연이 끝나고 거리로 나오자 여러 거리예술가가 모여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다음 주에는 거리공연은 물론 대학로의 여러 단체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대학로거리예술축제도 반드시 참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날씨 맑음. 대학로를 찾은 K작가:

나는 미디어아트 작업과 페인팅 예술을 하고 있다. 오늘은 희곡 작업을 하는 동료 작가 S와 만나 대학로에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고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형 예술가 재교육 강좌’를 들을 예정이다. S와 만나기로 한 서울연극센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친구는 연극 전문 라이브러리에서 희곡집을 조사하고 있었다. 친구는 나중에 3층 화이트박스에서 시범 공연을 올릴 예정이니 그때 꼭 초대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옥상 카페에서 서울문화재단 예술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차를 마시는 여유를 가진 후, 길 건너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예술 관련 전문 변호사를 통한 무료 법률 상담이 진행된다. 오늘 나는 일전에 기업과 협업하며 빚어진 저작권 문제를 상담할 예정이다. 2층 예술인통합상담지원센터에서는 이러한 무료 법률 상담 이외에도 예술가 일자리, 교육 등 다양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상설 운영되고 있다. 친구는 서울문화재단 통합예술지원 키오스크를 통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조사하고 난 후 올해 가을에 있을 공연을 위한 리딩 연습을 위해 연습실 대관 신청을 했다. 나도 1층에 있는 NFT 예술카페에 나의 작업물을 올릴 수 있는지 문의했다. 다음 주에 대학로센터 마당에서 열릴 예술장터 참가 신청서도 작성했다. 페인팅 작품 3~4점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거나 다른 작가의 작품과 교환할 생각이다. 앞으로 이곳 대학로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에 참가하거나 공동 작업을 할 예술가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새로운 작업을 기대해 봐야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축제 기간에 나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많은 사람이 관람하는 것이다. 이런, 바쁘게 움직이다가 ‘서울형 예술가 재교육 강좌’를 놓칠 뻔했다. 5층 교육장으로 가는 중 다양한 예술가를 위한 ‘학술대회’ ‘쇼케이스’ ‘세미나’ ‘아카데미’ 포스터를 보며 모든 일정을 체크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다 소화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골라야겠다. 예술가 참여 프로그램이 정말 많아 나중에 차분하게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상상하며 적어본 이야기이지만 향후 새롭게 문을 여는 대학로의 문화공간은 독립된 기능과 역할을 넘어 각 공간이 갖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파워를 교차해 하나의 강력한 대학로 문화 벨트로서 기능할 것이다. 누구나 대학로를 찾을 때 예술가를 만나고 그들의 프로젝트와 작품을 상시적으로 조우할 수 있도록 오픈형 공간을 조성할 것이다. 나아가 대학로 생태계와 연동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할 것이다. 이로써 대학로에 문화예술의 활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이것이 서울문화재단이 꿈꾸는 ‘신대학로 시대’이다.

김영호_서울문화재단 극장운영단장 |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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