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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5월호

그날 그곳에선 무슨 일이?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연희문학창작촌, 금천예술공장 매달 첫 번째 목요일
오전 11시에 서울시내 11개 창작공간에서 동시 진행될 <서울 스테이지11>,
시범 공연을 통해 포문을 연 4월 7일 3개의
공연 현장을 다녀왔다. 대학로센터, 연희문학창작촌, 금천예술공장.
위치도, 모습도, 기능도모두 다른 이곳에서 그날 각각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공연 중인 크로스오버 재즈 밴드 ‘만동’
(기타리스트 함석영, 드러머 서경수, 베이시스트 송남현)

조용한 동네의 오전,
대학로에 울려 퍼진 국악+양악의 선율 봄을 여는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 & 재즈’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공연의 메카인 대학로의 피크 타임은 주로 공연이 진행되는 저녁 시간이다. 하지만 올해 4월을 시작으로 매달 첫 번째 목요일 오전만큼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7일, 공연이 열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 오전 11시, 대학로가 들썩였다.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 곳곳에서 운영하는 예술 창작공간 11군데에서 선보이는예술공감 콘서트 <서울 스테이지11>이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종로구 동숭길 122)에서 펼쳐진 것이다.

무가와 젬베의 이색 만남

<서울 스테이지11> 대학로센터 공연의 시작은 무가巫歌, 무속음악과 펑크, 레게 등을 결합해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화제의 팀 ‘추다혜차지스’의 히로인 추다혜와 록과 재즈가 혼합된 크로스오버 재즈 밴드 ‘만동Mandong’이 열었다. 조용하던 동숭길은 국악과 양악이 혼재된 선율로 가득 찼다. 당초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파란 하늘 아래 밝은 볕이 둘러싼 대학로센터 야외마당은 소규모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 듯했다. 흔히 ‘마티네 콘서트’라 불리기도 하는 오전 공연은 익숙한 공연의 한 형태다. 팬데믹이 장기화한 지금, 일상에서 만나는 문화예술이라는 점에서 새삼 의미를 더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추다혜차지스’가 아닌 소리꾼 추다혜의 목소리로 온전히 채우게 된 이번 무대는 기타와 젬베만으로 꾸린 어쿠스틱 버전으로 진행됐다. 추다혜는 서도 민요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연극적 요소를 활용해 장르의 경계를 과감하게 넘나드는 국악 창작자다. 한국 민요를 록 음악과 결합해 민요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며 ‘조선팝조선+POP’ 의 열기를 이어가는 젊은 예인 중 한 명이다. 추다혜는 2020년에 결성한 창작음악그룹 ‘추다혜차지스’를 통해 2021년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조선팝 여행

하얀 천이 봄바람에 휘날리는 야외무대에 하얀 깃털 머리띠를 한 채 등장한 추다혜는 평안도 서낭굿의 무가 ‘비나수+’를 첫 곡으로 선보였다. ‘비는 손(손없는날)’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곡은 신에게 굿을 행하는 장소와 이유를 읊고, 굿이 잘되길 기원하며 부르는 노래다. 공연에 앞서 추다혜는 “요즘 다들 힘드실 텐데 관객 앞에 설 때면 ‘돈 많이 버시고, 건강하시라’라는 마음을 노래에 담는다”며 노래를 소개했다. 앞부분은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베이스라인을 통해 루츠 레게Roots Reggae, 아프리카 민족 간의 통합과 사회 정치적·종교적 내용을 담은 레게 음악의 색채를 강하게 내뿜고, 뒷부분은 보컬에 맞춰 흘러가는 자유로운 연주를 통해 실제 굿판에서 볼 수 있는 악사와 무당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특징이 있다.
공연이 정점으로 무르익을 때쯤, 때맞춰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인근의 직장인들도 하나둘 발길을 멈추고 대학로에 울려 퍼지는 ‘조선팝’에 머물렀다. ‘비나수+’에 이어 추다혜는 평안도 다리굿의 무가인 ‘오늘날에야’, 제주도 칠머리당영등굿의 무가 ‘사는 새’, 제주도 무가이자 제주도 대표 민요인 서우제소리를 재해석한 ‘리츄얼댄스’, 황해도 배굿에서 쓰이는 무가 ‘에헤리쑹거야’ 등을 연이어 불렀다. 우리 국악에 젬베, 기타 음색이 더해지자 어깨를 들썩이고 리듬을 타는 관객이 늘어갔다.
이날은 록과 재즈의 문법이 혼재돼 장르적 경계와 구분을 넘나드는 3인조 크로스오버 재즈 밴드 ‘만동’의 공연도 펼쳐졌다. 2020년 첫 번째 앨범 <먼저 출발해야지>를 발매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만동’은 음악가와 미술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장르의 확장을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Sun Room’ ‘홍시색 노을 위로’ ‘귀여움의 강도’ 등을 선보였다. 피어나는 벚꽃과 함께 시작한 <서울 스테이지11>의 대학로센터 공연은 하반기에도 매달 이어질 예정이다. 조용한 오전의 동네, 대학로에서 예술의 선율을 즐길 수 있는 <서울 스테이지11>의 공연은 모두 무료이다. 서울문화재단 누리집(sfac.or.kr)을 통해 세부 공연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관람 신청도 할 수 있다.

김영민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 사진 서울문화재단

<서울 스테이지11> 공연이 한창인 연희문학창작촌 풍경. 왼쪽부터 박종성, 황현진, 박지일, 조영훈

들으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만났다 연희에 물들다_봄, 시작

연희문학창작촌

지난 4월 7일,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낭독회가 열렸다. <서울 스테이지11>의 여러 무대 중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주최하는 <연희에 물들다>의 이번 테마는 ‘봄, 시작’이었다. 때마침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머무르던 황현진 소설가와 박지일 시인이 낭독을 맡고, 박종성 하모니시스트, 조영훈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맡았다. 당사자인 황현진 소설가의 시선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소개한다.

꽃과 함께 창작촌 물들인 시와 음악

모처럼 여는 대면 행사였던 까닭에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다. 아주 오랜만에 겪는 부끄러움이었다. 그즈음 친하게 지내는 시인이 내게 여러 번 당부하기를, 연희에 목련이 피면 꼭 말해 달라고 했다. 그간에는 늘 때를 놓쳐서 꽃이 지는 풍경만을 봤다고, 이번 봄에는 꼭 만개한 목련을 보고 싶다고 했다. 흩날리며 추락하는 꽃 말고 가지에 든든히 붙박인 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 무얼 바라는 마음인지 알 것도 같았다. 더는 지지 말아야지, 그런 결심과도 아주 무관하지 않은 바람 같아서 나는 틈만 나면 목련나무 아래 서서 유심히 위를 올려다보곤 했다.
언제부터 봄이었을까. 3월에서 4월로 건너는 그사이, 목련이 환하게 피어난 그때가 누군가에게는 봄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낭독회를 준비하는 동안 새삼 봄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박지일 시인도 그러했지 싶은데, 그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창작촌 곳곳에 꽃이 폈다. 창작촌 입구에 있는 살구꽃이 먼저 피고, 목련이 만개할 때쯤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의심할 바 없는 봄이었지만 2022년의 봄은 지난해의 봄과는 사뭇 달랐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가능해졌다는 것, 어두운 한 시절이 끝나가고 있음에 대한 예보였다.
“밀려오는 파도 있으니 밀려가는 파도 있을 것이고 나는 당연한 것만 말하고 싶고 당연한 것이라도 말하고 싶다. 제발. 이 순간 나는 너밖에 몰라. 너를 사랑한다.”
박지일 시인이 낭독한 시의 한 대목이다. 박종성 하모니시스트, 조영훈 피아니스트가 시 낭독의 뒤를 이어 스트라토바리우스의 ‘Forever’를 연주했다. 수많은 노래 중에서 스트라토바리우스의 ‘Forever’를 선곡한 마음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아챘을 거다. 사랑한다는 고백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영원한 기억으로 남으리라는 것, 시인이 못다 한 말을 음악이 대신해 주던 그 순간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오전 11시, 봄이 시작된 시간

희망의 다른 말이 있다면 시작일 테고, 시작에 어울리는 계절은 단연코 봄이다. 12음계로만 이뤄진 음악이 셀 수 없이 많은 멜로디를 자아내는 것은 봄과 닮았다. 가사 없는 음악이 멜로디 없는 글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봄과 닮았다. 나는 읽기 위해 그 자리에 섰지만, 누군가는 듣기 위해 그 자리에 왔다. 들으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만날 수 있었던 거라 믿는다.
살다 보면 같은 시대에 같은 장소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필연임을 실감할 때가 더러 있다. 어쩌면 우리는 미처 가닿지 못하는 필연들을 잇기 위해 음악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관객석에 앉아 있던 누군가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마침내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가고 하모니카와 피아노의 연주가 그 뒤를 이어갈 때, 한차례 바람이 지나가더니 우수수 목련꽃이 쏟아졌다고.
연희에서 겨울을 보낸 나에게는 잊히지 않는 풍경이 있다. 이따금 밤에 눈이 내렸다. 아침에 나가 보면 쌓인 눈 위로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놓였다.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누군가의 방에 불이 켜지는 순간을 목도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인기척이 남긴 흔적들을 맞닥뜨리고 그 흔적들을 뒤따르는 게 참 좋았다. 창 너머로 새어 나오는 빛과 또렷한 발자국, 우편함에 놓인 봉투로 누군가의 안부를 미뤄 짐작하는 삶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았다. 기억에서 지워졌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가 되돌아온 듯도 했다.
연희에서 겨울을 나기로 한 건 정말로 다행한 일이었다. 괴이쩍은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런 식으로 과거를 살아보는 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았다. 그 겨울이 없었다면 목련나무를 올려다보는 일도 없었을 테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과 다정한 눈인사 또한 나누지 못했을 거다. 내게 언제 봄이 시작됐냐고 묻는다면 그날, 아침 11시.
바람이 불던 날 아침, 지는 꽃잎들을 함께 바라보던 우리가 있었고, 그게 우리가 누린 전부는 아니었다.

황현진_소설가 | 사진 StudioOKLM

김현호 테너와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앙상블’ (바이올린 최유선, 첼로 김지혜, 피아노 이은실)

금천의 정오를 빛낼 낮은 담 콘서트 ‘금천, 봄’

금천예술공장

<서울 스테이지11>의 클래식 음악회 ‘금천, 봄’이 4월 7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1시간가량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야외마당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야외 공연이 제한적으로 열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열린 무대라 참가한 예술가들은 물론 객석의 관람객들에게도 기대되는 자리였다.

공장 밖으로 울려 퍼지는 사랑 노래

이번 공연은 벚꽃 피는 봄날의 오전, ‘성악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라는 콘셉트 아래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앙상블’의 클래식 연주, 그리고 김현호 테너의 음색이 조화를 이룬 야외 공연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금천구민을 비롯한 서울시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공연에서 바이올린(최유선), 첼로(김지혜), 피아노(이은실) 트리오 연주를 맡은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앙상블’은 2003년 창단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정단원으로 구성됐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일반 대중이 클래식을 좀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기획·편곡·연주하는 순수 민간 교향악단이다. 바야흐로 4월을 맞이한 만큼 ‘금천, 봄’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등 봄의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피아노 트리오 8곡을 선보였다.
이날 연주한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앙상블’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척 오랜만에 열린 오프라인 공연을 통해 관람객들과 직접 호흡하며 소통할 수 있어 감사한 자리였다”며 “향후 기회가 된다면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는 대중음악도 들려드리고 싶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금천, 봄2’는 5월 5일 목요일 서커스 쇼로 진행

클래식의 선율에 테너의 음색과 해설을 더해 공연을 더욱 풍성하고 웅장하게 이끈 김현호 테너는 이날 공연에서 임긍수의 ‘강 건너 봄이 오듯’, 에두아르도 디 카푸아의 ‘오, 나의 태양’,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국내외 가곡 및 오페라 총 3곡을 포함해 관객들의 환호 속에 앙코르곡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등을 열창했다.
김현호 테너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에 무료함과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이번 무대가 정말 소중하다”며 “<서울 스테이지11>을 계기로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이 더욱 가까이서 부담 없이 함께 어우러지며 응원할 수 있는, 이러한 무대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금천, 봄’이 열린 금천구 독산동의 금천예술공장(금천구 범안로15길 57)은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창작공간이다. 넓은 작업 공간 및 전시 공간이 필요한 시각예술가들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도록 개인 작업실 등의 입주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5월 첫 번째 목요일인 5일 11시 30분에는 ‘금천, 봄2’가 열릴 예정이다. 클래식 공연이었던 이번 공연과 스타일을 달리해 서커스 코미디 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장보영_객원 기자 | 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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