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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2월호

너도나도, 춤꾼
무용 강의 시청 감상문

춤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 TV에 자주 나오는 춤은 항상 신나고, 낯선 춤은 어렵게 다가온다.
춤의 이미지가 ‘흥겹다·즐겁다·미친다’ 아니면 무엇이 더 있나 싶을 정도로 익숙한 춤만 접하며 살았나 보다.
선입견에서 벗어나고자 전문가가 모인 무용 단체의 기초 강의를 찾았다. 국립현대무용단·국립극장·국립발레단이 만든 강의를 보고 직접 몸을 움직이며 춤을 체험했다.

시청한 강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유연한 하루’, 국립극장의 ‘Let’s Gugak’, 국립발레단의 ‘Home ballet with KNB’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든 기초 현대무용·한국무용·발레 강의이며 모두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 유연한 하루

잃어버린 샅을 찾았습니다

‘유연한 하루’는 어려운 동작 없이 누구나 집에서도 따라 하도록 구성됐다. 시청하면서 따라 하다 보면 신체 여러 부위가 몸에 제대로 붙어 있는지 새삼 확인이라도 하듯 온몸을 늘이고 접으며 방구석을 뒹굴게 된다. 강의는 두 종류가 있는데, 남정호 예술감독이 진행하는 ‘몸으로 나를 만나기’를 먼저 시청했다. 몸짓을 가르치는 강의니까 몸에 집중하며, 말 한마디 없이 강의 진행을 돕는 김영란 무용수의 몸짓을 주의 깊게 살폈다. 첫 강의 주제는 호흡이다. 김영란 무용수는 남정호 예술감독의 말을 따라 숨을 쉬었다. “숨 들이마시고, 하나 둘 셋 넷, 머무르세요. 오른팔로 (호흡을) 보냅니다.” 김영란 무용수의 살짝 움켜쥔 손가락이 호흡을 따라 천천히 쫙 펴진다. 익히 알던 흥겨운 춤과는 다른 고요한 움직임이다. 그 1초가량의 손가락 움직임이 인상 깊어 나도 따라 움직였다. 손가락 펴는 일을 인식하면서 일부러 느낀 경우가 30년 인생에 있었나 싶다.
이렇게 손만 까딱해도 춤이라고 말한다면 편하겠지만, 사람 몸에는 골반·목·손목·종아리를 비롯해 여러 신체 부위가 있다. 그중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인생을 함께 지낸 샅이 가장 반가웠다. 사타구니로 알았는데 샅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태권도를 열 살 무렵에 그만뒀으니까 20년 이상 다리 찢기를 멀리한 내게 샅은 “나도 여기 있다고. 그런데 날 낮잡아 봐? 아주 당해 봐라”라는 듯이 꼬집는다. 이후 강의 제목을 ‘잊고 지낸 몸을 만나기’로 바꿔 생각했다. 두 번째 강의에서 예술감독도 “살면서 우리는 몸을 다 쓰지 않고, 몸의 길이를 다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길이를 다 사용하는 시간을 한번 가져봅니다”라고 말한다. 너무 오래 잊고 살아 몸이 사용을 거부하더라도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도 전했다. 손가락부터 샅까지, (나를 더 아프게 하기 전에)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서 챙겨줘야겠다.

국립극장 - Let’s Gugak

국립발레단 - Home ballet with KNB

‘내 몸을 찾아서’ 프로젝트

한국무용과 발레를 가르치는 ‘Let’s Gugak’과 ‘Home ballet with KNB’는 해당 춤에 적극적으로 입문하려는 초심자에게 유용한 강의다. 댄스앤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자 무용 교육자인 유화정의 한국무용 강의, 국립발레단의 여러 발레마스터가 직접 시범하는 발레 강의를 집에서 볼 수 있다.
두 강의는 예부터 전해진 한국무용과 발레의 기본 동작을 상세히 설명한다. 둘 다 기본이지만 그럴싸하게 따라 추려면 꽤나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가르침을 따라 몸을 움직이니, 한국무용은 층간 소음 없이도 오랜 시간 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웠다. 강의는 ‘한국 춤의 특징’부터 ‘굿거리장단 기본 동작 배우기’ ‘자진모리 기본 동작 배우기’ 등으로 이뤄졌다. 발은 사뿐사뿐, 몸의 중심은 위아래로 덩실덩실, 손과 머리는 멀리 돌아가는 느낌으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만든 강의라 설명도 쉽고 동작이 느려 보여서 쉽게 익히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춤추니까 박자에 맞춰 나풀나풀 움직이기가 어색했다. 한국무용은 발목과 종아리가 신경 쓰인다. 팔 동작이 돋보여 몰랐는데 몸 전체가 흔들림 없이 이동하랴 여러 박자에 맞춰 움직임의 템포를 조절하랴 발은 바삐 움직인다.
발레 강의는 총 5편 구성으로 1편당 30~40분 정도 길이다. 발레마스터와 무용수가 이름을 소개하자마자 서로 동작을 본보기로 보여주고 마지막까지 동작을 시범하며 끝난다. 피아노 건반 소리와 의미 모를 발레 용어를 배경 음악 삼아 집에 있는 높이가 적당한 의자를 의지해 따라 했다. 우선 내 오다리, 다른 말로 밖굽이무릎이 거슬리고 생각보다 많은 근육이 필요해 힘들었다. 무용수는 어쩜 그리 유연하고 속 근육까지 튼튼한지 발끝 힘만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동작은 언제 봐도 감탄스럽다. 1편의 하지석 무용수의 허벅지와 엉덩이는, “와”로 설명을 줄이겠다. 그런데 경력 많은 무용수도 힘든 동작이 있나보다. 5편의 선호현·심현희 무용수 부부가 집에서 가르치는 영상 마지막에 선호현 무용수가 아내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 선호현 무용수가 말한다. “아 너무 무거워. 너무 힘든데. 리얼 홈트야.” 인간미 넘치는 말을 들으며 누구나 꾸준한 훈련으로 몸에 익히는 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존 로우 할아버지는 11년간 발레를 배워 90세에 일리 대성당에서 <슈트라우스 예술가의 인생> 발레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전체 강의를 보고 나도 무대에서 관객에게 춤을 선보인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여덟 살, 교탁 옆에서 엉덩이로 이름을 쓰게 됐다. 이왕 하게 됐으니 즐겁게 쓰자며 몸 동작을 엄청 과장했다. 친구들은 웃었고 나는 머쓱했다. 지금 강의 시청을 마친 입장에서 당시 느낌을 재해석해 보니 말주변 없는 내가 엉덩이춤을 추면서 몸을 크게 쓰고 친구들에게 웃음을 준 것에 쾌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존 로우 할아버지처럼 무대에 오를 만큼 열정은 없어도 하지석 무용수처럼 “와” 소리 들을 만큼의 열정은 생겼으니, 샅 말고도 어디 잊어버린 신체 부위가없나 찾기로 결심했다.

장영수 객원 기자 | 사진 제공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장, 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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