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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6월호

3인의 공동 예술청장 대담 혼자가 아닌 함께 시작하고 실험하는 거버넌스

예술청은 서울문화재단과 예술가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해 예술 현장의 다양한 이슈를 공론의 장에서 실험하는 플랫폼 성격의 공간이다. 옛 동숭아트센터를 리모델링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의 1~2층에서 올해 7월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하반기 중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예술청은 2016년 서울시에서 처음 계획했을 때부터 공공과 예술가가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간다는 원칙이 있었다. 재단에서 준비를 시작한 2019년 첫해에는 현장 예술가로 구성된 ‘예술청 기획단’을 조직해 예술청 운영 모델 공론화와 공간 활용 아트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고, 2020년에는 이를 확장해 ‘예술청 운영준비단’이라는 이름으로 100명 이상의 현장 예술가가 참여해 예술청 운영 모델 수립을 위한 논의와 거버넌스 방식의 사업 모델을 실험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1년 초에는 예술청의 실질적 운영을 담당할 1기 예술청 공동운영단을 공개 모집했다. 그 결과 예술청장 2인(김서령·여인혁)과 운영위원 9인(박무림·봄로야·서상혁·양정훈·오희정·유모라·윤서비·장석류·황유택)이 선정됐다. 이후 재단 조직 개편을 통해 합류한 당연직 공동 예술청장 1인(장재환)과 예술청팀 8인이 4월 5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예술청 개관을 앞두고 3인의 공동 예술청장과 개관 준비 상황을 들어보고 예술청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술청 앞에서 (왼쪽부터) 장재환·김서령·여인혁 공동예술청장과 김영호 서울문화재단전문위원
일시
2021년 5월 13일(목) 오후 2~4시
장소
  • 예술청 임시 사무실
진행
  • 김영호 서울문화재단 전문위원
대담
  • 김서령 공동 예술청장, 독립 프로듀서
  • 여인혁 공동 예술청장, 비주얼 아티스트
  • 장재환 공동 예술청장, 서울문화재단 예술청 운영단장

김영호
서울문화재단 전문위원

김서령
공동 예술청장, 독립 프로듀서

장재환
공동 예술청장, 서울문화재단 예술청 운영단장

여인혁
공동 예술청장, 비주얼 아티스트

김영호

올해 2월 초 예술청 공동 예술청장과 운영위원을 선정한 후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4월 5일부터 예술청 공동운영단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출발선상에서 많은 이야기가 재정의되면서 이제 막 예술청의 정체성과 사업 분류, 방향성이 정리됐는데요. 먼저 세 분께서 자기소개와 함께 간단하게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서령

공연·축제·공간을 중심으로 판을 깔고 사이를 연결하는 독립 프로듀서 김서령입니다. 저는 예술청 논의 초기에 자문회의 참여를 계기로 2019년에 기획단, 2020년 운영준비단으로 활동했고, 2021년 공식 1기 공동 예술청장 공모에 지원해 참여했습니다. 공연 분야에서 시작해 20년 정도 기획자·프로듀서·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으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서, 예술 현장에서 직업적 예술인으로 꾸준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제를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그리고 지속적이고 발전적 창작 활동을 위해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긍정적인 시너지와 네트워킹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고민했고요. 그런 고민을 담아 활동하던 중에 예술청에 대한 논의가 제 눈앞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개인의 활동에서 예술청의 활동으로 연결됐습니다. 저는 준비 단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1기 예술청장에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자기 검열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지난 2년간 예술가들과 함께 고민한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책임감을 갖고 이어가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아직 새로운 공동운영단과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가진 분들과 보폭을 맞춰가며 치열하게 이야기 나누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 가는 과정이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여인혁

저는 시각예술가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는 여인혁입니다. 저는 시각예술 작업을 하면서 기획과 행정 일을 병행하다가, 현장과 행정사이의 간극과 한계를 마주하면서 회의감이 생긴 상황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공공 영역보다는 개인 사업 준비나 상업적 활동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시각예술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를 주로 했습니다. 공모 공고가 뜨기 전까지 예술청을 전혀 몰랐어요. 공고문을 읽어보면서 제가 느낀 예술 현장의 어려움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호흡에서 살피며 바꿔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번 기회에 해보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관에서 이 정도까지 입장을 뒤집어 실험적·선도적으로 해보겠다고 하는 상황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예술가가 주도적으로 청장 역할을 하면 예술가 중심의 사업이나 기관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반, 의구심 반으로 지원했는데요. 선정이 되니 감사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따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술청을 어떻게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운영해 나갈지, 예술청 운영에 어떻게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개인적인 욕심이 투영되지는 않을지, 자기 검열과 객관화 과정이 쌓이다 보니 처음 한두 달은 생각과 행동에 정체가 있었어요. 이런 부분을 다른 청장님들, 운영위원님들과 소통하면서 맞춰가고 있습니다.

장재환

저는 현장에서 공연 기획을 하다가 2004년 재단 설립 때부터 17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축제팀·예술교육팀·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지역문화팀·극장운영팀에서 일했고, 지난 4월 5일자로 예술청 운영단장이자 공동 예술청장의 소임을 맡게 됐습니다. 2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치고 여러 실험과 시도를 한 예술청에 함께하게 돼 어깨가 무겁고 기대도 큽니다. 그동안 재단에서 다양한 거버넌스를 시도해 왔지만, 본격적인 거버넌스 방식의 사업 운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효율성 측면에서 거버넌스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외부에서는 ‘재단 직원은 지원만 해주는 입장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요. 문화행정 지원기관인 재단과 현장 예술가가 머리를 맞대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고 동등한 입장과 위치에서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실험적 상황을 맞닥뜨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중한 자산이자 경험으로 쌓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김영호

재단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현장 목소리와 이슈, 생생한 이야기가 행정에 접목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거버넌스를 실험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강력한 거버넌스를 추진한다고 하는 것이 막연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결정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서령

강력한 거버넌스보다는 조금은 더 진보되고 현장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균형감 있는 거버넌스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 재단에서는 서교예술실험센터·삼일로 창고극장·청년예술청 등을 거버넌스로 운영하고 있어요. 재단 외에도 해외 사례나 공유성북원탁회의·문화비축기지 같은 사례도 참고했고요. 재단에서 운영하는 기존의 거버넌스는 공간 운영과 기획사업 위주로 공동운영단이 참여하고 실행은 재단 직원이 담당하는 형태였어요. 그렇다 보니 역할과 책임에 대한 서로 다른 상과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술청은 작년 운영준비단 워킹그룹에서 지난한 논의 과정을 통해 운영체계 모델을 수립했고, 투표를 통해 다수가 동의한 공모 방식으로 공동운영단을 구성했습니다. 여기에 재단 예술청팀도 공동운영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 같습니다. 행정 단위와 예술 현장이 협력해서 운영 모델을 만들어가는 협치 개념에 최대한 근접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긴 시간 회의하면서 어떻게 결합해야 우리가 지향하고 상상하는 공정하고 평등한 협치 모델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3인의 예술청장·9인의 운영위원·1인의 전문위원과 7인의 팀원까지 총 20명이 전체 회의에 모두 참여하고 동일한 발언권과 합의에 따른 결정 과정을 통해 의견을 모아가고 있어요. 저희 역시 거버넌스의 실험 과정을 거치고 있고, 조금은 발전적인 거버넌스 사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인혁

저는 도시재생 관련 기획·행정 일을 하면서 을지로와 청계천 일대와 세운상가에서 거버넌스를 경험했는데요. 예술청에서 시작하는 거버넌스는 제가 생각한 것과 맥락이 또 다르더라고요. 항상 현장과 상황에 맞는 고민과 논의를 다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거버넌스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각기 다른 모양과 개성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입장을 마주하고, 듣고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그 때문에 거버넌스가 무언가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내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껴요. 그 속에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법도 배워가는 것 같아요. 오랜 논의와 치열한 시간이 발효되고 숙성되면서 좋은 이야기와 안案으로 도출될 때가 많아요. 거기에서 오는 희열과 성취감을 배우면서 거버넌스를 공부해 가고 있습니다.

장재환

기존의 거버넌스와 차별되는 지점보다는 장점과 단점을 기반으로 발전되고 고도화돼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맞을것 같아요. 예술청 거버넌스는 기존에 했던 시도를 한층 더 성장시키고 완성해 가며 한 단계 올라가는 모델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 현장 전문가·예술가가 공공의 시스템인 재단과 함께하는 방식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단계에서 예술청이라는 이름의 거버넌스로서 그 위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김서령

더불어 공동운영단에서 현장으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요. 여러 채널을 통해 확장된 거버넌스로 예술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변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예술청의 방향성을 실현하는 과정에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영호

예술청장이 예술계와 서울문화재단 각 1명이 아니라 총 3명인 것에 대한 현장의 궁금증이 있을 것 같아요.

김서령

운영 모델에 대해 논의할 때 저는 3인의 청장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요. 현장 예술가로 구성된 2020년 운영준비단 중 투표 참여자의 80% 정도가 3인 체제에 찬성했어요. 3인 모델은 행정 단위에서 1인이 공동 청장을 맡고 현장은 2인 체제를 통해 1인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지양하고,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에서 서로 발 맞춰가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모델로 제안됐어요.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공모로 선정된 2명의 청장이 풀타임으로 근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지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운영 방식을 고민하고 합의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영호

예술계에서의 균형, 남성이면 여성 이야기가 빠질 수 있는 부분, 특정 장르에 치우칠 수 있는 문제,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인혁

저는 공고문을 보면서 권력이 쏠리는 부분에 대한 장치, 다양한 이해관계나 영향력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고민 끝에 설계한 거라고 짐작했어요. 지원 당시에는 제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고, 각자 갖고 있는 전문성·경험·분야가 다 달라서 만났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장재환

저는 예술청 조성 과정을 지켜보다가 본격적으로 안에 들어왔는데요. 재단 직원으로서 거버넌스 방식의 사업을 행정 체계 내에서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혼자 고민하면 어려운 숙제이고 돌파구를 찾기 힘들겠지만, 3인이라 할수 있는 동력이 있고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술계에서의 균형과 견제를 고려한 3인의 안정적인 구도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잘 유지되고 각자 경험해 온 전문적 부분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면 각자의 역할과 기능은 굳이 나눌 필요 없이 합리적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서령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아직 발을 맞추는 상황이지만 무언가 결정하는 데 행정 안에서의 이야기와 고민을 가까이 접하고 나눌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여인혁 청장님은 저에게 부족한 세대와 장르, 공간 이야기와 경험을 갖고 계실 테니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예술인이 주도하는 거버넌스 기반의 연결·연대·확장 플랫폼
김영호

이제 공동운영단에서 집중 논의한 결과가 응집된 예술청의 정체성·핵심가치, 이에 따른 사업 영역을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체성은 굉장히 오랜 시간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모아서 걸러진 언어로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서령

정체성은 저희가 가장 먼저 테이블에 올린 중요한 의제였는데요. 방향성이 정해져야 여기에 맞는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각자 생각하는 예술청에 대한 상이 달라서 논의를 통해 맞춰가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고요. 준비 기간에 모아둔 현장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예술청의 상을 공유하고, 20명이 생각하는 예술청의 정체성을 끄집어내 공통으로 생각하는 키워드를 뽑고, 단어 하나하나를 놓고 뜨겁게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었습니다. ‘예술청은 예술인이 주도하는 거버넌스 기반의 연결·연대·확장 플랫폼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했는데요. 정체성은 이어지는 핵심가치나 사업의 방향성을 보면 좀 더 명확하게 인지될 것입니다.

여인혁

사실 핵심가치와 정체성을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각각의 아이디어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어느 범위까지 예술청의 가치로 내세울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는데요. 예술청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해나갈 것을 정리하자면서 단어를 하나하나 나열하고 의미를 되새기면서 추렸어요. 그렇게 나온 가치는 먼저 ‘시도와 모험’입니다. 결과보다는 과정, 경계와 장르를 허무는 실험을 최대한 실천하고 지원하자는 가치이고요. 이어지는 가치는 ‘자율과 책임’입니다. 자율적이지만 무분별하지 않고 역할과 책임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고요. 이는 ‘평등과 안전’이라는 가치와 연결됩니다. 참여하는 주체의 의견과 경험을 존중하고, 폭력·차별·위계로 인한 피해를 해소하고 평등을 실천하자는 의미고요. 나아가 더 나은 예술인의 삶과 창작 활동을 위해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예술 생태계를 위한 가치로 ‘공존과 상생’을 포함했습니다. 이 가치들은 앞으로 현장 이야기나 이슈를 반영하면서 단어와 문장을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재환

정체성과 핵심가치를 이야기해 주셨는데, 명문화된 글만 보면 평범한 상식 수준의 단어로 보일 수 있어요. 하루 이틀이면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할 사람이 부지기수겠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생태계 속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로 받아들여질지 깊게 논의하고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다섯 가지 사업 영역을 정리했습니다. 각자의 장르·나이·환경을 떠나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독립 주체로서 예술청을 통해 연결되고 맺어지는 것을 ‘매개 사업’으로 봤고요. 최근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복지의 영역으로 풀거나 생존 문제로 연결해 주체로서의 존엄을 지켜내는 부분을 ‘권익 사업’을 통해 펼칠 예정입니다. 재단의 기존 창작 지원 영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안전하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창작기반 조성사업’을 준비하고 있고요. 다양한 현장의 이슈나 의제를 예술청을 통해 모아서 확장시킬 수 있는 ‘공론화 사업’을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이 처한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조사·연구 사업’을 최대한 많이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다섯 가지는 영역적 구분이고 좀 더 구체화되면 여기에 맞는 실행 사업이 조만간 펼쳐질 것입니다.

김영호

세부 사업은 아직 안 나왔지만 이야기를 통해 방향성은 다뤄진 것 같습니다. 현장 예술가들은 이 다양한 사업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김서령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장 예술가의 참여 확대와 연결의 확장입니다. 문을 열고 공간의 주인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예술가들이 편안한 집처럼 느끼고,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울타리로 받아들일 방법을 고민하면서 이를 사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있습니다. 2019년부터 같이 고민했던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온·오프라인 공론장을 통해 확장성을 도모해 보자는 논의가 있고요. 다양한 사업 안에서 많은 분에게 공정하게 정보가 전달되고 기회가 주어져서 모두가 주인이 돼 사용할 수 있는 유·무형의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김영호

정체성과 사업 얘기를 들었는데 이것을 담아내는 공간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예술청 공간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재환

동숭아트센터 리모델링 공사는 기존 공간의 큰 틀을 유지한 채 진행했습니다. 지하에는 블랙박스형 극장을 만들었고, 1~2층이 예술청 공간입니다. 리모델링으로 1층 앞에 중정 형태의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확장해서 작은 전시나 공연·행사를 할 수 있고, 시민들은 언제든지 와서 즐길 수 있으며 예술가들은 프로젝트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2층은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공유 라운지·세미나실·회의실·작업실 등이 조성됩니다. 공동운영단 사무실을 별도로 마련해 예술가와 계속 소통할 것이고요. 예술가와 예술가를 연결하거나 법률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 3~4층은 재단 사무 공간으로 운영되고요. 5층에는 연습실·다목적홀·세미나실 등이 조성되는데요. 다목적홀에서는 지하 극장에서 공연하는 예술가들이 연습하거나 예술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실험할 수 있습니다. 옥상도 예술가와 시민이 요리를 하거나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김영호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으로 압축해 가면서 예술청을 대표하는 간판 사업에 대한 논의가 됐을 것 같은데요.

김서령

‘공론장’은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추진하는 대표 사업입니다. 언제든지 목소리를 내고 이슈를 발굴할 수 있는 상시적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이 동시에 가동되고 정례화돼야 합니다. 기존 공론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태계의 긍정적인 변화로 환류될 수 있는 공론장 시스템 설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예술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재단의 문화예술지원 플랫폼 스카스SCAS와 연동하고요. 단순히 정보가 아카이빙되는 수준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적 측면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재단이 창작 지원 기관이다 보니 예술가들이 관심 갖는 지원 사업의 개선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예술가 스스로 제안하고 과정을 합의하고 예산을 책정하고 결과까지 공유하는 ‘예술가 참여 예산제’도 시도하려고 합니다.

여인혁

예술청의 큰 목적 중 하나가 현장의 이슈와 목소리를 확인하고 발화시키고 이를 반영하는 데 있다 보니 가장 우선해서 편성한 사업이 ‘공론장’이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온·오프라인의 연동이 중요하고 각각의 영역 특성에 맞게 설계돼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온라인은 현장 이슈와 관심을 조사해 빠르고 직관적으로 의제를 설정하는 기능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요.

김영호

올해는 예술청이 첫발을 떼는 해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술청의 존재를 현장에 알리는 것과 연결해서 올해의 전략을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인혁

코로나19 때문에 개관과 개관 이후 운영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에 기존의 화려하고 성대한 개관이 아닌 상황에 맞는 적합한 형태의 개관을 준비해서 하자는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홍보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예술청의 개관을 알리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서령

현장의 바람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문을 열지만 안전한 공간입니다. 내부 설계에도 그런 지점을 고려하고 있고, 문을 닫지 않는 공간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대면 행사에 제약이 있다 보니 올해는 예술청을 알리고 예술가의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에서 온·오프라인 채널을 적절히 가동하면서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대표가 아닌 대신하는 사람
김영호

이제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예술계 전체를 대표하는 공식 거버넌스는 아니지만 공개 모집을 통해 다양한 현장 예술가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했습니다. 향후에는 예술계를 대표하는 거버넌스의 기틀을 만든다는 지향점을 갖고 갈지, 예술 생태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10년을 내다본다면 어떤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김서령

저는 대표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고요. 예술계 일원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행정과 손을 잡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대신해서 먼저 참여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예술 현장에서 이 일을 계속할 사람이기 때문에 저에게 예술청은 아지트, 울타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청이 잘 만들어지고 자리 잡아야, 제가 활동할 생태계가 지속될 것이고 제가 지치지 않고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의 활동이 다른 거버넌스에 조금이라도 긍정적 사례로 인식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고요. 10년 후에 예술청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청에서 ‘청’은 ‘들을 청’이라는 의미예요. 현장의 얘기에 귀 기울여서 함께 변화를 모색해 보자는 예술청의 의미가 모든 예술계 종사자, 동료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듣는 사람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여인혁

저도 비슷한데요. 좀 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간이면 좋겠고요. 저 또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창작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지를 예술청에서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시간이 계속 쌓여서 예술청이 예술가들의 끈끈한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한편에 품고 조심스럽게 사업과 프로젝트를 하나씩 실천해 가보려고 합니다.

장재환

저 역시도 예술청 거버넌스가 특정한 누군가를 대표하는 거버넌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5년 후 또는 10년 후에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거버넌스 운영 사례로서 예술 생태계에 좋은 영향력을 남기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재단 입장에서는 효율성 측면에서 거버넌스의 의사결정 과정과 행정의 속도를 맞추기 힘들었는데요. 이런 과정과 시행착오의 경험이 재단에 계속 쌓이면서 거버넌스 방식의 사업이 행정이라는 틀 안에서도 제도적으로 안착되면 좋겠습니다.

김영호

오늘 공동 예술청장 세 분께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거버넌스의 문 열기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리면서, 항상 열려 있고 예술 현장의 의제를 우리의 문제로 안고 가겠다는 포부를 밝혀줬습니다. 예술계 현장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좀 더 큰 보금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예술청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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