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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7월호

코로나19 시대에 꿋꿋한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행보청중이 작품을 완성한다는 마음가짐
코로나19는 문화에 재앙이다. 철퇴는 공연계가 직접 맞았다. 올 상반기 수많은 공연이 취소됐다.
객석 간 거리 두기를 넘어 연주자 간 거리 두기로 무대에 설 수 있는 단원 수가 줄었다.
시립교향악단이 아니라 ‘시립 실내악단’이라고 부르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고육지책으로 무관객 라이브 스트리밍을 택하는 공연도 늘었다. 투입되는 비용이 적지 않음에도 작은 모니터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공연의 집중도는 한계가 있다. 보통 20분을 넘기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와중에 묵묵히 공연을 계속 열어 코로나19를 정면 돌파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예술감독 함신익이 이끄는 ‘심포니 송’이 그 주인공이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Symphony S.O.N.G, 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은 이니셜에서 보듯이 ‘노래’라는 의미와 ‘다음 세대를 위한 오케스트라’라는 뜻을 지닌 민간 오케스트라다. 심포니 송은 2월 베토벤의 걸작 <장엄미사>를 시작으로 5월 포레 <레퀴엠>, 6월 베토벤 교향곡 1번과 피아노 협주곡 4번 등을 ‘마스터즈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완성도 높게 펼쳐냈다. 비슷한 시기 국공립과 민간 구분 없이 오케스트라들이 공연을 취소하거나 축소 또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전환한 것을 생각하면 용감한 행보였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세상이 잠시 멈춘 때 연주된 베토벤과 포레

먼저 2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된 베토벤 <장엄미사>는 베토벤 최후의 역작으로 손꼽힌다. 자주 공연되진 않는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때는 코로나19로 전국 공연장이 ‘올 스톱’하기 직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마스크 쓴 얼굴로 접하는 무대가 약간 어색하게 다가왔지만 감동의 정도가 스트리밍과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컸다.
첫곡 <키리에>에서 국립합창단과 테너 신상근, 소프라노 박하나,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바리톤 김기훈, 다시 국립합창단이 번갈아 가사를 새겼다. 이어진 <글로리아> 끝부분에서 돌고 도는 정교한 푸가는 베토벤의 장인정신을 말해줬다. 조용한 목관 전주로 시작된 <상투스>에서 독창자들의 여린 노래와 4중창이 안개처럼 깔렸다. 이후 <하늘과 땅에 가득찬 그 영광, 높은 데서 호산나>는 관현악의 역주와 화려한 가창이 돋보였다. 특히 바이올린 오블리가토가 곁들여진 <주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에서 키 큰 악장 로드리고 푸스카스의 바이올린은 천상의 선율이었다. 마지막 <아뉴스 데이>에서 는 “자비를,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를 애절하게 노래하는 테너 신상근의 가창이 빛났다.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이런 작품은 역시 실제 연주로 들어야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5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프랑스 로맨틱 음악의 향연’이란 제목으로 공연했다.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와 카미유 생상스의 색채감 풍부한 작품들을 화려하게 펼쳤다. 포레 <파반느> Op.50은 파스텔 톤의 빼어난 멜로디로 조금씩 물들이듯 감명을 줬다.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등장,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를 연주했다. 1악장에서 피아노와 관현악은 파고를 높이고 낮추며 입체적인 협주의 진수를 들려주었다. 2악장은 나일강의 잔잔한 물결을 조용히 가르며 나아가는 파라오 배를 떠올리게 했다. 가볍고 화려한 3악장에서 박종해 특유의 폭발적인 타건이 발휘됐다. 앙코르인 굴다의 <플레이 피아노 플레이> 6번은 과감하고 압도적이었다. 눈앞에서 펼쳐진 현란한 연주에 보내는 청중의 갈채엔 감탄이 섞여 있었다.
2부의 포레 <레퀴엠>에서 국립합창단원들과 심포니 송, 소프라노 양지영과 바리톤 공병우 등 무대를 가득 채웠지만 순도 높은 집중력으로 정갈함이 전달됐다. 밤새 눈 온 날 마을의 아침을 떠올리게 했다. 작품 이외의 모든 소리를 빨아들인 듯 고요함만이 남은 무대에서 합창 소리가 들렸다. 입당송과 봉헌송을 거쳐 상투스의 합창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피에 예수>의 풍부한 소프라노 독창은 위안을 주었고, <리베라 메>의 정연한 바리톤 독창과 합창에 가슴이 벅찼다. 영원한 안식을 바라는 <낙원에서>를 들으며 언젠가는 이 코로나19도 끝날 거란 생각이 들며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했다.

예술은 계속된다는 결연한 의지

최근 접한 이들의 공연은 6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이었다. 이날은 목관악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오보에가 뚜렷했고, 플루트가 청아하게 울리며 청감을 자극했다. 국내 악단에서는 듣기 힘든 높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고전주의의 향취가 남아 있는 교향곡 1번을 단아하게 잘 해석했다. 2부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인 유영욱이 협연했다. 1악장에서 섬세함과 담대함을 넘나들더니 2악장은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듯한 베토벤의 의연함을 돋보이게 했다. 약간 빠르게 해석한 3악장까지 믿음직한 연주를 선보였다. 유영욱은 독주로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와 슈만 <헌정> 편곡까지 유창한 연주로 앙코르를 선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공연장에 불안감이 퍼지는 요즘, 문진표 작성과 체온 확인, 객석에서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정공법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행보가 조용히 주목 받고 있다. 공연은 청중이 함께 만드는 예술작품이란 걸 요즘처럼 절감한 때가 없다. 청중 한명 한명이 예술을 완성한다는 책임감과 주인 의식으로 공연장을 찾을 때 안전하게 공연예술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글 류태형_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함신익과 심포니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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