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진실 혹은 대담

5월호

지역에서 예술가는 뭘 해야 되지? 코로나19와 지역 문화 생태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토론회의 풍경도 바꾸어놓았다. 공유성북원탁회의1)는 정기모임 겸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토론회의 취지는 코로나19 시기에 문화예술과 지역 예술가의 역할을 논의해 보는 것이었다. 재난 시대의 구조적인 문제,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서부터 현재 문화예술 지원의 가치와 방향성, 지역에서 예술가가 재난을 대처하는 방식,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미래 등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온라인으로 중계된 공유성북원탁회의 토론회 현장

일시
2020년 3월 31일 오후 3~6시
장소
성북정보도서관
사회
  •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 소장
패널
  • 김용택 공유성북원탁회의 공동위원장, 성북문화예술교육가협동조합 ‘마을온예술’
  • 오선아 공유성북원탁회의 공동위원장, 배우
  • 유영봉 연극 연출가, 천장산 우화극장 공동운영
  • 이원재 시민자치문화센터 대표
  • 이현 성북문화재단 문화정책팀
주최
  • 공유성북원탁회의, 성북문화재단
토론회 영상
  • youtu.be/4-5jnbrBpz8

오선아

정기황

유영봉

이원재

김용택

이현

1부 재난 시기의 사회문화적 태도와 지역 문화예술의 역할
정기황

요즘처럼 안녕이라는 말을 무겁게 해야 하는 시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최근 영국 언론 매체 《가디언》 캐서린 바이너(Katharine Viner) 편집장이 ‘언론사의 11가지 약속’이라는 글을 썼는데 토론회 취지와 맞아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째, 힘 있는 사람보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도하겠다. 둘째, 기후위기나 환경문제를 열심히 보도하겠다. 셋째는 일상 속의 작은 희망을 전하는 역할을 하겠다.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희망을 만들어내는 역할 같습니다.
세계지방정부연합(UCLG)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다른 지역, 도시의 문화 활동에 대해 성북에 보내왔습니다. 가장 전달하고 싶은 얘기 중 하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뿐 아니라 세계적인 연대가 더 필요하고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당장 코로나19와 싸워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 있고, 기후위기나 생태계 파괴에 대해서도 얘기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원재

지금 문화예술계와 관련된 분들이 화가 난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요. 원래 힘들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인데 적절한 공공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는 문화예술을 부차적으로 생각하거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안 해봤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그냥 행사를 못 하는 정도로 이해하는 거죠. 문화예술에 대해 지금의 어려움만을 지원하는 것으로 쟁점화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재난 자본주의나 위험 사회가 이미 가까이 왔고 코로나19도 결국 인간의 욕심, 생활습관과 관련된 거잖아요.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고 많은 재난이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상황이 될 것 같아요. 문화예술은 그런 걸 더 깊게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거기에 대한 논쟁, 사회적 가치, 희망 혹은 위로, 치유 등을 하는 인간 행위라고 생각하는데요, 언제부턴가 문화예술이 단편적인 행위에 대한 정책이나 상품으로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를 통찰하고 소통하고 논의하는 예술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예술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국가도 문화예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얘기하면 좋겠습니다. 경제적 지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성토하고 비판해 온 문화예술 지원 체계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변화를 얘기해야 하고요.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많은 문화예술인은 1월에서 3월까지 일이 없었어요. 우리의 권리를 이 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유영봉

연극 쪽에서는 서울시의 ‘잠시멈춤’ 협조 요청 공문이 예술가에 대한 공감이 없이 내려왔다는 점에 반감이 있는 상황인데요. 극장은 밀폐된 공간이라 조심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조치를 취할 텐데, 협조 요청의 마지막 문구는 ‘벌금’으로 끝나는 거죠. 공문의 공감대에 대해 얘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고요. 흑사병이 돌던 14세기 유럽에서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 나갈 때 종교계에서는 믿음이 부족하다고 했어요. 근데 목사·신부들도 죽어 나가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인본주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어요. 지금 당장 힘드니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나고 나서 어떤 사회가 기다리고 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기황

말씀하신 것처럼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그 다음엔 어떻게 잘 막아내고 지원할지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전 세계가 공동의 경험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이 경험 자체도 중요하고 오히려 세계와 연대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의 세계와 나라와 지역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김용택

저도 지금의 위기에 드러난 사실이 많다고 생각해요.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이나 미국의 대처를 보면서 우리가 결코 앞만 보고 달려온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요.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한 부분과 앞으로 할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자주 만들고 문화예술인들도 항상 이를 염두에 두고 나누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움직임들이 각 지역에서 장르별로, 또 통합적으로도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어요.

정기황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공감대를 기반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김용택

이제 어느 정도 안정되면 개학을 할 텐데 학부모 입장에서 만약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을 친구들이 알게 됐을 때 생길 수 있는 소외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해도 그 문제가 고려되지 않으면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혹시 자녀가 걸려서 왕따를 당하면 그 아이의 상처는 누가 어떤 식으로 보상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정기황

자녀가 있는 집은 다 힘들 거라 생각해요. 정부도 물론 역할을 해야겠지만 공동체에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유영봉

얼마 전에 60대 남성이 낫을 들고 약국에 간 사건이 있었어요. 재난 시대에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얘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오선아

그저께 새벽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친구한테서 문자가 왔어요. 문득 ‘나 지금 잘 살고 있나, 지금 이게 의미가 있나.’ 이런 식으로 우울감이 온 거예요. ‘코로나19 후유증인가’라고 툭 던지니 친구들끼리 위로하고 넘어갔지만 이게 더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원재

저는 한국이 여전히 국가주의적이고 강력한 경찰국가이기 때문에 방역이 잘된다고 생각해요. 국가는 결국 하나의 상징체계이고 권력체계이지 국가가, 뛰어난 대통령이 우리를 구원해 주지 않잖아요.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하는데 굉장히 많은 프레임이 국가가 무언가를 해주는 것에 걸려 있어요. 본질적으로는 재난 시대나 위험 사회에서 시민 개개인의 관점과 실천, 시민 간의 연대가 중요하고 그래서 지역이 중요합니다. 지역 커뮤니티와 지역이 더 발달하면 더 많은 안전망과 힘이 될 수 있는데, 우린 여전히 톱다운식으로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해요. 국가적 관점과 국가 단위의 안전망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지역, 삶의 공간을 코로나19를 계기로 같이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이현

그래서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역 공동체 중심의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과 문화예술로 연결되는 망으로 인상 깊게 본 사례가 제주였어요. 지금 마스크가 부족하고 거동이 불편한 분은 구입하러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제주는 수도권에 비해 인구밀도도 낮고 이동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고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키친타월과 고무줄 2개면 만들 수 있다면서 사진도 찍고 글로 설명해서 지역주민들에게 공유한 사례를 봤거든요. 자급자족에 가깝고 공동체를 삶에서 계속 체감할 수 있는 방식 같아요.

정기황

마스크 구입에 대한 정보 해석 능력이 없으면 어르신 입장에서는 공포감을 갖게 되죠. 지역 공동체가 정보를 제공해 주면 공포와 두려움이 없어질 것 같아요.

김용택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다양한 구성원들이 빠른 시일 안에 모여서 각자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안하는 방식의 매뉴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이현

우리나라가 개방성과 투명성으로 코로나19 시국을 잘 헤쳐가고 있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이 정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도 중요하고 이들을 계속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선아

이런 대화를 하면 ‘나는 배우이고 지역 안에서 어르신들과의 관계가 있는데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지금 같은 재난이 생길 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동료들끼리 같이 고민하고 계속 얘기하는 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예술가로서 많이 했어요.

이원재

지금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초·중·고교 개학인데요. 개학과 수능에만 관심 있고 새로운 교육 방법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지 않아요. 일대일이라든지 여러 형태의 감수성 교육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문화예술의 역할인데 그런 고민이 없어요. 지금 취소된 행사를 나중에 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도 잘못된 겁니다. 그냥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재난 시기의 문화예술적 접근과 의미 있는 활동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해요. 문화예술계에 반복적으로 제기된 지원 체계에 대한 가치와 철학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유영봉

이야기의 본질은 코로나19 시국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일종의 휴가라고 상정해야 해요. 휴가 기간에는 휴가비가 나오잖아요. 창의력은 그런 휴가 상황에서 나오고 보충이 돼요. 코로나19에 대한 영감을 작가들이 놓칠 리 없고요. 이탈리아에서 격리된 상태에서 창문 열고 연주한 것은, 극단에서 제안한 겁니다. 그런 상황이 나오려면 최소한 지금 상황에 대한 지원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여유를 갖고 대안을 찾는 거죠.

김용택

예술교육과 관련 있는 교육청 얘기를 하자면 사실 학교가 개학을 하느냐 마느냐에만 집중돼 있지 이에 따른 예술교육, 예술강사 문제는 뒤로 밀려 있어요. 급하니까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겠지만 과연 정말 시간이 없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고요. 두 달 동안 관계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나 배려는 전혀 없고 그런 모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여전히 교육청의 방식이 후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기황

예술강사들은 그냥 대기하고 있나요?

김용택

다 미뤄졌고, 요즘 얘기 나오는 건 온라인 강의를 개인적으로 준비하라는 거예요.

정기황

대기 시간을 노동 시간으로 상정하지 않는 거죠?

김용택

지금까지는 그렇죠. 그것보다 논의 자리도 만들지 않고 제안할 수 있는 경로 하나 없다는 것에서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정기황

주로 임시직 얘기를 하는데 예술가도 거기에 포함돼요. 학교 예술강사의 경우도 대기 시간이 노동 시간이어야 할 것 같거든요.

김용택

그 시간을 활용하면서 선의의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의견 나누고, 행정상 가능한지 확인받고 싶은데 위급한 상황이라고 자꾸 막아버리면 결국 남는 것은 불만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2부 문화예술 지원 구조의 문제와 향후 과제
정기황

이제 문화예술과 지역에 집중해서 얘기하겠습니다. 이북(e-book) 무료 서비스처럼 갖고 있는 것을 오픈해서 같이 하는 것이 문화예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봐요.

이원재

저는 무엇보다 질병이나 재난에 대한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역할처럼 문화 영역에서도 재난 사회에 대응하는 강도 높은 구조를 준비해야 해요. 선심 쓰듯 지원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토론 과정을 거쳐야 좋은 정책과 지원이 나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지원 구조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원이 특정 시기에만 몰릴 이유가 없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게 결국 문화예술이잖아요. ‘집콕’한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문화예술 콘텐츠나 관련된 행위들이고 그것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죠. 이제 지원 체계를 질적으로 전환시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실행돼야 합니다. 한편으론 문화예술가들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고, 지금은 생존할 수 있는 지원을 바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김용택

학교에서는 예술교육을 수업의 하나로만 생각하고 강사들의 역량에만 맡기는 게 현실이에요. 예술교육도 가치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고요.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같이 논의하지 않는 이상 풀 수 없는 상황이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지역사회의 일원인 주민과 예술가, 교육가들이 다시 한번 고민해서 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현

건별로 칸막이 치고 논의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어떻게 되고, 유형별로 어떤 지원을 더 세밀하게 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원재

우리 사회는 예술 정책이나 예술기관의 독립성이 매우 약하잖아요. 중앙정부보다는 광역, 광역보다는 기초, 기초보다는 민간, 민간보다는 개인이 더 많은 감각과 일상성을 갖고 있는데요. 현장과 당사자의 감각을 존중하고 여기에 맞는 정책을 지원하는 체계면 좋은데 우리 문화 정책은 그 반대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권한이 매우 취약해요. 오히려 가장 인위적이었던 경계가 이런 시기에 허물어진다고 생각해요. 예술교육만이 아니라 예술치유, 생활문화이든 생활예술이든 많은 칸막이가 허물어지는 것을 보고 있어요. 지금이야말로 현장에 있는 동료들 간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재난 시기에 더 많은 시민이나 예술가들이 인간의 삶과 생존을 고민하잖아요. 일상적인 상황이 아닐 때 모든 문제점과 한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연대하면 좋겠습니다.

유영봉

성북구의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방향을 우리가 설정하고 책임진다는 선언이 있어야 지역이라 가능한 것을 할 수 있는 거죠. 지원 정책에서 원래 이 시기는 보릿고개예요. 코로나19 때문에 지원 신청이 폭주하고 경쟁률도 높아졌고요. 예술가는 평가받는 입장이 아니라 당사자가 돼야 해요. 일단 어떤 방식으로든 거부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근데 지금 이걸 예술가들이 할 수 있을까요. 지원 정책이 공급자 위주로 가는 것도 문제예요. 자본주의 논리 아래 ‘이 정도 지원해 줄 테니 이걸 공급하라’고 하는데, 예술이 공급하는 건가요. 공급하는 입장을 어떻게 재설정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해요.

이원재

보릿고개는 행정편의주의와 성과주의 중심의 예산 집행 때문에 생깁니다. 지금 봄가을에 몰아서 하는 걸 펼치면 돼요. 수천 명이 모여야 좋은 예술인 건 아니잖아요. 프로세스 자체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연출을 하려면 계획서를 쓰고 예산 짜고 돈 받아서 그걸로 작업해야 하잖아요. 그러지 말고 이미 검증된 작업이 가치가 있다면 사후 지원해 주는 거예요. 또 하나는 다년 지원을 만드는 거예요. 단년 지원은 계획을 세울 수가 없어요. 예술가도 작업하다 엎어지기도 하고 더 좋아지기도 하잖아요. 3년 계획으로 지원하면 합리적인 평가를 해서 계획대로 가거나, 문제가 있으면 합의하에 중단할 수 있고요. 행정이 상상하지 못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해요. 오히려 이런 시대에 더 적극적인 실험과 상상을 해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 힘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협력적 생태계는 사실 지역에서만 가능하지 국가 단위에서는 쉽지 않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단위, 동네, 마을에서 지속 가능한 작업이나 삶을 위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전환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현

지금 가장 두려운 상황은 코로나19 시국이 잦아들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예요. 상반기에 거의 모든 문화 사업이 취소나 연기되는 상황이고 하반기에 그 후유증을 겪어내면서 과제가 남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바로 사업으로 돌아갔을 때 경보가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영봉

우리나라는 대체로 예술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행정에서 방향을 설정할 때 예술가들에게 자문하지 않고 그냥 내려온단 말이에요. 청년층은 더욱 수동적인 입장에 있어요.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는데 또 평가를 받아야 하고요.

이원재

사실 문화재단 중 20년 넘은 곳이 거의 없어요. 서울문화재단도 아직 20년이 안 됐잖아요. 문화재단이 일방적으로 지원해 주는 곳이 아니라 협력하는 공공기관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고요. 질본 같은 경우 많은 시민이 고마워하고 응원하잖아요. 지난 20년 동안 민영화를 반대하며 의료 시스템을 지킨 노력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빛을 보는 거예요. 문화예술 정책도 그런 노력이 쌓이면 재난 시기에 시민 편에서 혹은 사회적 가치를 위해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기황

지금 코로나19로 콘텐츠 생산자이자 시민으로서 예술가가 위태로운 상황이잖아요. 이게 무너지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갈 가능성이 있어요. 지역과 주변의 공동체가 회복력을 제공해 주는 게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묻지도 않고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이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얘기하고 마치겠습니다.

김용택

지역에 나오는 예산의 목적과 원칙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예술가나 예술강사들이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기초재단에서는 행정과 운영에 힘을 두고 활동 영역과 프로그램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면 좋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예술가 은행이라든지 보험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이제 드러내고 얘기할 시기 같습니다.

김용택

기초 단위에서라도 예산이 펼쳐지고 기획을 논의하면 좋겠고요. 교육 부문에서 특히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선아

저는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해’라는 프로젝트를 꾸렸어요. 소설과 희곡을 배우들이 읽고 녹음해서, 효도라디오에 SD카드를 넣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배달하는 거예요. 배우들과 전화 통화하면서 대화하고 안부를 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정기황

어르신들에게는 코로나19보다 외로움이 더 큰 재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방식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가는 것이 예술의 중요한 역할 같습니다.

유영봉

우리가 선언을 만들어보고 예술가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고, 코로나19에 관한 글을 모아봤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술가들은 제안하면서 창의력이 나오거든요. 한 명씩 들어가는 전시도 가능하고,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이 있고요. 지역과 친구들이 있고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선언부터 구체적인 행동까지 해보면 좋겠습니다.

이원재

문화적인 관점에서 소통과 치유를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하고요. 예술가 혹은 문화생산자와 기획자들이 재원을 운영해 보는 경험, 사람이 있는 문화라고 강조한 문재인 정부 문화 비전을 올 하반기에 해보자는 결정을 빨리 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굉장히 불안하고 힘든데 창작준비금 확대와 같이 예술가 생존에 대한 긴급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상반기에 취소된 행사성 사업들의 경우 이미 활동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행사 자체는 하반기로 연기할 것이 아니라 지금 취소 결정해서 재원을 확보하고 순환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반기의 경우도 가능한 수준에서는 공공 행사 중심으로 최대한 미리 취소를 결정해서 불안정한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문화예술 생태계 자체에, 사람에게 지원할 수 있는 전환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현장 문화예술인들이 계획 수립과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협치 장치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등에 코로나19를 비롯해 재난 시기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화적으로 대응하는 긴급대책TF 같은 것이 협치 테이블로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이현

바이러스가 역설적으로 우리가 다 연결돼 있다는 걸 확인해 주는 것 같아요. 확산이라는 무서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것도 건강한 상호의존성에 기반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기황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사회에서 같이 사는 사회라는 것을 느낀 계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굉장히 뜻깊은 얘기를 같이 나눈 것 같습니다.

  1.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성북 지역의 문화예술, 예술 공간, 기획자 등이 모인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로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공유를 통한 지역 재생 실천을 모색한다.
정리 전민정_객원 기자, 문화정책 연구·기획
사진 칼라TV 유튜브 갈무리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