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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소비와 창작의 중심에 서다
밀레니얼 세대와 오팔 세대에 대하여

지난 반세기 동안 크고 굵직한 변화를 숨 가쁘게 가로질러온 한국 사회에서 ‘세대’의 존재감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정치·문화적으로 새로운 현상이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매스컴이나 대중 저널, 학계를 막론하고 앞을 다투어 세대 관련 논의를 쏟아내고, 흙수저, 욜로족, 개저씨, 노인충 등 특정 연령대나 문화권에 속한 이들을 규정하는 신조어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공유되며 공론의 장으로 유입되어왔다.

밀레니얼 세대: 풍부한 문화자본 갖춘 디지털 네이티브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현 시점에서 대략 20~30대의 청년들이다. 새로운 천 년을 목전에 둔 1991년, 미국 세대 전문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Generations: 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에서 부여한 명칭이다. 그 이후 30여 년 동안 이들 세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지속됐다. 인구학적 측면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메아리(echo)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켰다고 해서 ‘에코붐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인구 비중이 큰 세대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세대보다도 뛰어난 능력과 풍부한 문화자본을 갖췄다. 그들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의 뜨거운 교육열은 1980년대 20%대에 불과했던 대학 진학률을 75%까지 끌어올렸으며, 자녀를 위한 희생과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그 어느 세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여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기반으로 이들은 IT 활용에 능하고 온라인 문화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외국어와 외국 문화에 개방적인 태생적인 글로벌리스트로 성장했다. 또한 사회적 성공보다는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소비에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소비를 통해 기꺼이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내보인다.

밀레니얼 세대와 오팔 세대는 문화예술계에서도 주요 세대로 떠올랐다. (자료사진,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전경)

오팔 세대: 처음으로 자신만의 행복한 노년을 계획하고 실현하는 보석 세대

최근 신조어로 주목받고 있는 오팔(OPAL) 세대는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노인 세대’(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로 오팔은 한국 사회에서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1958년 개띠생과 보석 오팔의 오색찬란함이라는 의미 역시 가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은퇴 시기를 맞고 있는 50대 후반부터 60대 정도의 연령대로, 베이비붐 세대라는 명칭에 걸맞게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으며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한다. 또한 젊은 세대 못지않게 인터넷과 모바일을 능숙하게 활용하고 활발한 여가활동을 추구하면서 한국 사회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팔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생애 처음으로 자신들의 길어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그리고 준비해야만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긍정적 버전이다. 평균 기대 수명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한국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노인들이 청년이던 시절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50대 중반에 불과해 으레 60세가 되면 죽을 것이라 생각했고, 때문에 별다른 노후 대책을 세우지도 꿈꾸지도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현대 의학이 가져온 평균 수명의 연장은 준비되지 않은 노년의 삶을 맞닥뜨리게 했다. 이런 부모 세대와 달리,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신들의 노후를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신체적 안전과 절대 빈곤에서의 탈출을 일생의 목표로 삼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경제적 풍요 속에서 문화적 수혜를 받으며 자랐기에 안정적이고 윤택한 노후를 꿈꾸게 되었다. 인생의 마무리가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새로 시작하고, 직장 생활과 자녀들 뒷바라지로부터 해방되어 그동안 찾지 못했던 자아와 꿈을 실현시키는 새로운 노년기 모델을 제공하는 진정 보석 같은 오팔 세대가 만개하길 바란다.

세대 격차를 넘어서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도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되는 상형문자가 남아 있다고 하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라는 이분법적 형태의 세대 구분과 갈등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경합을 벌여온 역동적인 개념을 찾기는 어려울 듯싶다. 특히 이러한 이분법적 세대 구분은 ‘신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던 1990년대 초에 크게 증가했고, 기성세대와 대비하여 젊은 세대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는 데 골몰해왔다. 젊은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이해하고 흡수하고 함께 소비 트렌드를 이끌며 문화예술계의 주요 창작·향유자로 주목받고 있는 오팔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와 더불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라는 오랜 이분법적 지형과 경계를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 최샛별_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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