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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신문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 게재됩니다.
이자람 소리꾼 판소리가 된 외국 소설

“10년 후에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을 드디어 찾았어요.”

1980년대 ‘국민 꼬마’로 사랑받게 만든 노래 <내 이름(예솔아!)>로 시작해 밴드 보컬과 공연 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자람은 2015년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뒤 동료 연출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10년이 아니라 4년 만에 신작을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로 각색한 동명의 공연 <노인과 바다>(연출 박지혜)로,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리꾼인데 외국 소설을 가지고 한국인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애환에는 국적이 없어요. 한국이라고 더 특별한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과정은 모두 비슷하지 않나요?” 무엇보다 그가 관심을 둔 것은 “스스로의 삶을 버티고 꾸려가는 과정”이라 강조했다. 10년 후로 예상했던 이유도 규모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가 자신 안에서 무르익는 시간에 보수적인 편이기 때문”이었단다. 이는 오랜 내면화의 과정을 거친 뒤에 비로소 ‘이자람만의 판소리’가 완성될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뜻이다.
대중들은 이자람을 두고 ‘소리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국악인’이라 부른다. 과연 본인이 생각하는 ‘이자람만의 판소리’는 무엇일까. “먼저 원작에서 다루고 싶은 이야기를 뽑는데, 새로운 걸 계속 재조립해요. 간혹 원작에서 다른 것이 나오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음악과 작창으로 구성된 ‘소리’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재조립한다는 것입니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요시하고, 관객을 대하는 방법에서도 완벽하게 소화될 때까지 관용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다. 그것은 자신의 노래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관객에 대한 예의라며,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이렇게 드러냈다.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오직 북과 소리로만 가득한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이자람은 서울대 국악과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춘향가>, <적벽가>) 이수자로서, 1999년 <춘향가> 8시간 완창에 성공해 최연소 완창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천가>, <억척가>, <추물/살인>, <이방인의 노래> 등이 있다. 이 밖에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로 여러 장의 음반을 발매했으며, 뮤지컬과 영화에도 참여했다.

배한솔 작가 통념적 사고에 ‘일침’

“서로에게 대립하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 한자리에 모이게 됐을까?”

집회 모습을 다각적으로 해석한 전시 <불안정 대기>(Unstable Atmosphere, 11월 22일~12월 13일, 아카이브 봄)를 기획한 배한솔 작가는 어느 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위를 보며 이런 생각에 빠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퀴어 퍼레이드’와 찬성하는 ‘기독교 단체’ 등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의견이 대립해 충돌하던 이들조차 ‘난민 입국을 반대’하는 곳에선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전시는 우리 사회에 내재한 잠재적 갈등이 표출된 모습을 다양하게 해석한 세 편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집회에 모인 수많은 참여자를 1년간 추적하면서 촬영한 <잠망경>(사진), 부르카 등 평소에 접하지 못한 복장을 보고 난민이나 테러리스트로 의심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마치 진실로 자리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꼬집는 <학습된 알고리즘>, 그리고 전시 제목이기도 한 <불안정 대기>가 그것. <불안정 대기>는 찬반의 양극단으로 치닫는 갈등과 각종 시위 때문에 불안한 대기(atmosphere) 상태에 놓인 국내외 정세를 뜻하기도 하며, 정부에 신변을 맡겨야 하는 난민들의 초조한 ‘기다림’(waiting)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 작가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해석을 동시에 담아 전시 제목을 정했다.
“매스컴이 획일적으로 전하는 일기예보도 비슷하지 않나요? 실제로 접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인식하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아요.” 이렇게 한국 사회에 퍼진 구조적 문제를 통찰력 있게 조망한 전시의 의의를 그는 이렇게 소개했다. “서로 다른 관점으로 상대방에게 돌을 던지는 현상에 해답을 제시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왜 저런 일이 벌어질까?’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았을까요?”

배한솔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으며, 인터미디어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참여했던 주요 단체전으로 <말하는 법>(2015), <마부들의 약속>(2017), <캐치를 하는 세계>(2017), <골든 에이지>(2018), <Trace the Piece>(2018) 등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불안정 대기>는 서울문화재단 최초 예술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유지영 안무가무용가의 몸 움직임의 가치

“움직임에 가치를 부여해 자본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에서 교환가치로 환원되는 신체를 이야기한 <신체교환론>(12월 13~14일, 플랫폼엘)의 유지영 안무가는 공연 제작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 무용 부문 선정작인 이 공연은 그가 지난해 도봉구 평화문화진지 레지던시에서 한 달마다 지급받은 30만 원에서 출발했다. 작업의 재료가 명확한 시각예술가에 비해 “몸을 쓰는 안무가들은 어떤 재료를 구입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그는 안무가가 가진 운동성에 주목했으며, 결국 ‘가상의 임금 기준치’를 만들어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지난 7월 이후 선보였던 <길다란 선을 따라 무한히 이동하는>과 <어디로부터 온 것도 아니고 향하는 것도 아니다>도 어쩌면 이 공연과 같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체교환론>을 위해 유 안무가는 우선 움직임을 목록화했다. 공연에는 세 명의 퍼포머가 출연하는데, 각각 신체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치를 먼저 설정한 뒤 움직임을 메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다시 말해 ‘1회 평균 출연료가 다른 개별 무용수들은 어떤 기준으로 금액이 지급될까’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팔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2초 동안 수행한다면, 10%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0.7%의 무리가 가기 때문에 300원이 책정된다고 기준을 잡았어요.” <신체교환론>은 이렇게 무용수 각자가 받을 출연료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공연이 완성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대학에서 공부한 무용과 현재 공부하는 시각예술을 토대로 신체가 가진 담론을 고민하는 유 안무가는 이번 작업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여전히 미술과 퍼포먼스, 무용이라는 분야에는 전통적인 장벽 같은 것이 남아 있어요. 그래도 젊은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신체교환론>.

유지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를 졸업하고 미술원 조형예술과 석사과정으로 인터미디어과에 재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 <어디로부터 온 것도 아니고 향하는 것도 아니다>(2019), <길다란 선을 따라 무한히 이동하는>(2019), <두를 위한 몸 만들기>(2018), <신체부위의 명칭에 대한 의문>(2017), <인체도>(2014) 등이 있다.

성수연 배우 소위 ‘여성성’에 던진 질문

“관습적으로 생각해온 ‘여성성’과 ‘남성성’에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지난해 18년 만에 부활한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수상한 성수연 배우의 행보가 궁금했다. 최근 무대에 올랐던 전작들에서 “시대를 대변하는 주제를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표현한다”는 평을 들은 만큼 그가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는지 물었다. 앞선 대답과 함께 그는 “관심 있는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한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동시대성을 반영하는 그의 관심사는 여성과 남성에 구애받지 않고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제작된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묵적지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써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몸을 연구하는 일이죠. 소위 남성적이라 여겼던 말과 표현이 여성의 몸을 통과하는 과정은 흥미로웠어요.” 이런 캐스팅 방식의 고민은 페미니즘의 형식과 주제를 드러낸 <망토>로,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성소수자인 퀴어를 사실적으로 다룬 <로테르담>으로 이어졌다.
12월 19일부터 29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공연한 <로테르담>(연출 진해정)은 스스로 레즈비언이라 생각했던 ‘앨리스’와 자신을 남자라 느끼고 있던 여자 ‘피오나’의 이야기인데, 피오나가 앨리스에게 말 못할 고민을 터놓으면서 발생하는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줬다. 여성이자 퀴어의 대상이 서사의 중심에 선 이 작품은 각자가 처한 상태를 마주하는 여성을 통해 ‘지금 우리가 처한 시의적 흐름’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졌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상업성보다 의미를 좇는 작품성을 선택하는 그는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이렇게 밝혔다. “작품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누구에게는 친숙한 주제인데 어떤 이들에게는 낯선 이슈일 거예요. 우리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사랑의 여러 방법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길 바라요.”

성수연은 중앙대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주요 출연 작품으로는 <망토>(2019), <묵적지수>(2019), <액트리스 원-국민로봇배우 1호>>(2019), <이번 생에 페미니스트는 글렀어>(2018), <러브스토리>(2018), <비포애프터>(2015) 등이 있다.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기상(2015), 제52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2015),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2019) 등을 수상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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