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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12월호

제1회 서울 청년예술인 회의 1인칭 주인공 시점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연구원과 공동으로 ‘서울시 청년예술인 실태 및 지원사업 혁신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의 일환으로 청년예술인이 직접 이야기하고 들으며 향후의 논의 구조를 모색하는 ‘제1회 서울 청년예술인 회의’가 열렸다. 앞으로 청년예술인 당사자의 고민과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어떻게 마련해나갈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와 그간의 준비 과정에 대한 주제발표 이후 퍼실리테이터의 진행에 따라 공통주제와 선택주제에 대한 그룹별 토론을 진행했다. 공통주제는 ‘청년예술을 왜 지원해야 되는가’, 선택주제는 ‘예술인의 생활자원’, ‘예술의 창작자원’, ‘예술의 관계망과 협업망’, ‘예술의 공공성’이었다. 청년예술인의 창작환경과 삶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이면 누구나 사전신청하거나 현장에서 선택해 그룹별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룹별 토론 후에는 나눈 얘기를 정리해서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종합토론 시간을 가졌다.

일시
2019년 11월 11일(월) 오후 2시~6시
장소
대학로 서울문화재단(구 동숭아트센터) 2층 대회의실
사회
  • 박도빈 동네형들 공동 대표
발제
  • 이정현 서울연구원 연구원
  • 최선영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퍼실리테이터
  • 예술인의 생활자원: 김재상, 성연주
  • 예술의 창작자원: 강정아, 장일수
  • 예술의 관계망과 협업망: 최선영, 옥민아
  • 예술의 공공성: 신민준, 정진세
주최·주관
  • 서울청년예술인캠프준비위원회, 서울연구원,
  • 서울문화재단

박도빈

이정현

최선영

주제발표 1 서울시 청년예술인 정책방향 의견조사 결과
이정현 서울연구원 연구원

청년예술인 정책의제와 거버넌스 형성을 위한 ‘서울시 청년예술인 실태 및 지원사업 혁신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70문항으로 10월 17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대상은 서울문화재단(이하 재단) 청년예술인 지원사업 신청 경험이 있는 청년예술인과 기타 청년예술인으로, 약 2천 명에게 배포해 유효표본 666개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조사 내용은 예술활동 실태와 여건, 예술활동 내용과 예술계에 대한 인식, 예술지원 체계에 대한 의견, 미래 청년예술 정책방향으로 구분했다. 응답자는 여성이 65.9%로 더 많았고, 연령대는 만 25~35세가 68.4%였다. 대부분 서울에서 거주하고 활동하며, 연평균 소득은 1,422만 원, 이 중에서 예술활동 소득은 590만 원으로 약 40%였다. 최종 학력은 4년제 대학 이상이 86%, 예술전문교육을 경험한 비율도 80% 이상이었다.
‘예술활동 실태와 여건’을 보면 창작자 65.3%, 실연자 17%, 기획자 및 매개자는 7.4%로 나타났다. 장르는 시각이 27.8%로 가장 많고, 연극, 음악, 문학 순이었다. 소속 없이 단독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58.4%, 소속이 있는 경우는 23.6%였으며 소속이 있어도 4대 보험이 안 되는 경우가 72%였다. 표준계약서에 기초한 계약은 44%였으나 계약 없이 근무하는 비율도 35.7%였다. 지난 1년간 참여한 활동은 국내 활동이 88.7%로 가장 많았고, 지역축제나 행사, 문화예술교육 순이었다. 활동횟수는 국내 활동이 약 16회, 문화예술교육이 12회였으며 재능기부 활동도 11.6회로 높게 나타났다. 작업실은 38.6%가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임대나 월세였고 ‘다른 예술가와 공유’는 48.6%, ‘혼자 사용’은 33.9%였다. 주 예술활동 분야 외의 다른 분야 활동 경험은 82.3%가 있었고, 경제적인 이유가 85.8%였다. 예술활동 단절 경험은 절반 정도 있었으며, 이 또한 경제적인 이유가 78.8%로 가장 많았다.
‘예술활동과 예술계에 대한 인식’에서 본인의 예술활동은 가치 있는 일이라는 응답은 5점 척도 기준 4.4였다. ‘경제적 능력에 한계를 느낀다’가 4.62로 높았지만 지속 의지도 4.66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1순위는 예술성과 작품성의 발현, 자기만족, 타인 또는 사회와의 공감 순이었다. 예술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입이라는 응답이 58.6%였다. 예술계에 대한 평가는 현재와 미래 모두 부정적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예술계는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항목이 가장 낮았다. 예술활동 중 부당한 경험은 ‘부당한 처우’가 69.4%로 가장 많았으며, 폭력과 젠더폭력 경험자 중 주 1회 이상 경험했다는 응답이 각 5.8%, 3.8%였다.
우리나라 예술지원사업에 대해서는 현장예술인의 요구 반영, 지원 용이성, 사업의 충분성 항목이 낮게 나타났다. 재단의 청년예술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예술활동 시작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가 3.86으로 가장 높았으며, ‘선정되기 쉬운 사업이다’는 2.77로 가장 낮았다.
‘미래 청년예술 정책에 대한 방향’에서 청년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창작지원금과 생활자금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안정적 일자리, 작업공간 순이었다. 청년예술인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 지원’이 64.3%, ‘기존 사업에 할당제 도입’이 17.4%였다. 청년예술인 구분 기준은 ‘나이와 활동 경력 모두 고려해야 한다’가 68.4%였으며, 학생 포함 여부는 62.7%가 반대했다. 재단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예술가의 성장, 지원금 중심, 소액으로 많은 예술가 지원, 새로운 실험에 대한 도전과 생활안전망 중심 지원에 대한 동의율이 높았다.
청년예술인들은 예술활동을 지속하고 싶지만 경제적인 면에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예술계의 현재에 대해 부정적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았다. 청년예술인은 가능성 있고 새롭고 기성과는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청년예술인 지원정책을 청년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고 당사자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주제발표 2 청년예술인 거버넌스 관련 준비 과정 및 향후 계획
최선영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

재단과 서울연구원에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한 라운드테이블, FGI에 참여했던 청년예술인, 연구자, 기획자들이 거버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하게 되었다. 4월에는 전문가 포럼이 진행되었고 나를 포함한 3명 정도가 이 단계부터 참여해 한 달에 2번 정도 지속적으로 만났다. 이후 다른 청년예술인을 추천하거나 초대하는 방식으로 좀 더 많은 청년예술인이 참여했고 심화된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이어갔다. 9월 23일 열린 ‘서울 청년예술인 정책 포럼’을 준비하면서 ‘서울청년예술인캠프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현재까지 10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10월에는 청년예술인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오늘 ‘회의’는 내용 공유보다는 함께 논의할 사람을 모으고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했다. 앞으로는 ‘서울 청년예술인 회의’로 지속적인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연구는 원래 제도 개선을 목표로 시작했고 청년예술인의 의견을 듣기 위해 당사자를 초대하거나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문가 포럼을 하면서 논의 확장에 당사자성이 필요하다는 합의에 이르렀고, 제도 개선 차원을 넘어선 협치 구조 마련을 목표로 잡았다. ‘서울청년예술인캠프준비위원회’는 여름부터 활동을 구체화하고 협치 구조를 모색하거나 제안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는 새로운 정책실험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모델화된 거버넌스를 참고해 지향하기보다는 준비모임과 논의 테이블을 진행해 청년예술과 청년예술인의 삶과 관련된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청년예술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이 어떤지, 지원제도와 줄다리기할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를 바로 볼 수 있는 힘이 있는지’에 관한 담론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9월 포럼에서는 청년정책의 흐름과 방향, 청년예술과 청년예술인의 개념과 정책 방향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들은 후 청년예술인 당사자가 얘기하는 실태와 정책방향을 들었다. 오늘부터는 ‘서울 청년예술인 회의’라는 이름으로 당사자 중심의 협의체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10명의 위원이 토론에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면서 토론 주제를 설명한다.
‘캠프’가 아닌 ‘회의’의 형태로 1회에 이어 2회, 3회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청년예술 현장을 반영한 담론을 형성하고 재단과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2020년 2월 청년예술청 개관 시 협력하고, 지속적인 논의 자리를 만들고, 공유플랫폼을 기획하거나 제안하려고 한다. 활동 내용을 일상적으로 공유하면서 지속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서울 청년예술인 거버넌스의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지금 단계에서 공표하는 것이 익숙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 합당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련하고 지지부진할 수 있으나 거버넌스의 핵심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에 필요한 거버넌스의 형태와 방식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청년예술인들의 의견을 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넘어 어떻게 질문하고 어떤 질문을 마련할지의 측면에서 고민할 예정이다.

종합토론
박 도 빈

오늘은 연구 내용을 공유하거나 제안하기보다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자리입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통해 청년 당사자들이 정책을 제안하는 작업을 진행했고요. ‘청년수당’이나 ‘희망두배 청년통장’과 같은 정책들이 당사자의 제안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청년자치정부’라는 이름의 정책 담당 부서가 생겼고 500억 원 규모의 청년 자율예산이 만들어졌습니다. 약 1,000명의 시민들이 ‘서울청년의회’라는 이름으로 9개의 분과를 구성해 내년 정책과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고 내년부터 자치구와 서울시 전체에서 쓰일 예정입니다. 청년예술인들은 청년세대의 특성도 있고 문화예술 신에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나 어려움도 동시에 겪고 있어서, 기존의 예술인 정책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청년예술인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늘 크게 세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공통주제와 그룹별 4개 주제에 대해 나눈 얘기, 청년예술인 거버넌스의 앞으로의 운영방향에 대한 의견을 한 그룹씩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재 상

먼저 청년예술인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로는 ‘자기 작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미래가 불안하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국가나 정부에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의 유입경로가 다양해져서 예술대를 졸업하지 않고 예술계에 진입하는 경우 인맥이나 인프라가 없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다양한 부류의 인간상에 대한 표본이므로’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생활자원 주제에서 제시한 일자리, 주거, 생계, 자금, 이 4개의 키워드 외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키워드로는 ‘가치교환이 공정하게 이뤄지는 장치, 사람과 정보, 예술활동의 중간 과정에 드는 비용’을 얘기해주었습니다. 생활안정의 수준으로는 ‘전세나 반전세에는 살아야 한다’고 했고, ‘고정 지출인 월 50만 원 이상의 경제력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예술인은 무직이나 프리랜서가 많아 비일상적으로 대출이 가능하면 좋겠다,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지원사업을 계속 신청하다 보면 심리적인 위축이나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니 치유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한다’는 의견도 주었습니다. 생활안정의 대안으로는 비상금 대출 제도, 예술 관련 일자리 증가가 제시되었고요. 예술인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해주었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가는 대안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의견을 주었고요. 예술인을 찾아가는 복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금 청년예술인들이 더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로는 ‘경쟁하는 시스템에 놓여 있다, 기술과 미디어의 발전으로 창작활동을 할 때 기초 장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진입이 어렵다,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년예술인 회의에 바라는 점으로는 ‘오늘처럼 바로 얘기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 기관이나 재단 직원들과 같이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술인의 노동이나 인권 관련 교육을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면서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거나 공간지원, 저작권 등록 관련해서도 얘기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주었습니다.

강 정 아

창작자원 그룹에서는 청년예술인을 나이와 경력으로 구분하는 데 대부분 동의했습니다. 먼저 조사 표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지원 신청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서울시 청년예술인 대상은 아니라서 아쉬웠다고 했고요. ‘청년예술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새로움은 있지만 파이팅만 넘친다,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새롭고 도전적이다’라고 했습니다. 청년예술인을 왜 지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독립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청년예술인들은 무기력함을 느끼고 기획서를 쓰는 데 소비되고 있다,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청년예술인이 정책이나 심사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소모적이며 개인이 이야기를 응집하기 힘들기 때문에 발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장 일 수

창작자원 관련해서는 발표공간과 창작공간, 간접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일단은 ‘공유공간이 미비하다, 목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좋은 공간이 있어도 지속성이나 관리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창작공간은 부족하다, 메이커 스페이스와 같은 전문성 있는 기반시설에 아쉬움을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간접지원에 대해서는 ‘작품지원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일치하지 않는다, 좀 더 편하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네트워크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습니다. 간접지원이 네트워크를 연계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고요. 창업지원센터처럼 자문단이 꾸려져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지역기반사업이나 관계 형성에도 공감대를 이뤘고요. 지역에서 활동하다 후배에게 물려주면서 순환 방식에 뿌듯함을 느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거버넌스의 방향에 대해서는 ‘탁상공론은 싫다, 의견을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계속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관과의 소통 기회가 열리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최 선 영

관계망과 협업망 그룹에서는 청년예술인이 자생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고요. 한편으로는 지원을 받고 싶지 않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고민하는 지점 자체에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지원 자체를 긍정하지 않는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었고요. 공통주제의 질문 때문에 논의가 반복되거나 청년예술은 무엇인지로 가는 느낌이어서, 중간에 질문을 바꿔 ‘나의 작업과 활동은 지원을 받아야 하는가’로 진행해보았습니다. ‘청년예술인이 아니라 예술인청년이면 안 될까, 청년도 계급화되어 있어서 스스로를 청년이라고 적극적으로 호명하거나 긍정하는 사람들은 특정 계층이다, 예술가들은 다른 경험이 많지 않은데 다양한 경험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섬세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구체적인 문제의식들이 나왔습니다.

옥 민 아

예술의 관계망과 협업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첫 질문은 ‘과연 네트워킹이 필요할까’였습니다. 이 단어가 예술가에게 왜 필요한지 설명해준 분이 있었습니다. ‘맘’이 아닌데도 지인을 동원해 ‘맘카페’에 가입했는데, 거기에 주제 키워드인 정보접근성, 네트워크, 동료, 파트너가 다 있다고 했어요. 지역에 대해 관이 해야 할 일을 맘카페가 훨씬 더 잘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맘카페’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의 관계망과 협업망이 도달해야 할 지점이라는 감명을 받을 즈음, 다른 분은 너무 밀접한 네트워킹은 부담스러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네트워킹은 지양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어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의 프로필을 모으고 공유하는 것도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있었고 국가가 명단을 관리하는 것은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예술이 꼭 홍보되어야 하고 예술가가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전제로 유효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네트워킹은 매개자나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관이 주최하는 네트워킹 파티가 데면데면한 이유는 ‘연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이미 단절되어 있다는 증거이고, 단절되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념이 키워드였던 네트워킹 자리는 원활했다는 경험담도 있었습니다. 젠더 감수성, 생태 같은 주제 아래 모인 네트워킹은 관심사와 이념적 선호도가 같기 때문에 네트워킹이 자발적이고 유연했다고 합니다. 네트워킹 정보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정서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함께하는 동료가 옆에 있다는 정서적 지지와 동료를 통해 자극과 활력을 얻는다는 의미에서의 네트워킹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청년예술가들이 모이는 거버넌스의 성격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일반인 친구들과는 점점 놀기 힘들어지고 인권 감수성이 높아질수록 옆에 두기 힘든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예술가끼리 네트워킹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였습니다.

신 민 준

청년예술지원에 대해서는 ‘사회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기득권이 아니라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다, 비판적 감수성이 있고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하다, 젊은 세대는 환경을 생각하고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건전한 소비를 할 수 있다, 기성 예술가에 대한 지원은 성과를 도출하는 투자여야 하고 청년에게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문제의식으로 옮겨가서 ‘지원사업이 도구적으로 되는 것 같다, 기존의 지원사업이 관성화되었다, 지원금을 급여로 생각하다 보니 이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청년 안에도 다양한 계층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계층으로 묶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언급하면서 기성세대가 청년을 다루는 방식으로 지원사업을 설계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공공성 관련해서는 교육과 교원, 예술과 예술가, 헌법에 있는 공공성에 대한 권리를 비교해보고, 사회적 존중을 받지 못한 경험을 얘기했고요. 생활고로 인한 예술가의 죽음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이외에도 문화예술의 공공성과 자기 대처법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교육과 예술을 비교해보면 교육은 사회에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사립학교 교직원도 연금을 보장해줍니다. ‘예술가들은 예술교육을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돈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교육이 공공성을 갖고 있는가’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사회적 존중이 안 된 경험으로는 ‘지역형 지원사업을 하면서 주민을 만났는데 이런 음악은 아무도 안 듣는다고 했을 때, 스스로가 관에 요구하면서 검열할 때, 여성이라서 무시당할 때’ 외에 애초에 존중 자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악플에 대해서는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의 막말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들이 얼마나 예술을 소비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했고요. 대안으로 사회적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캠페인을 관에서 진행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문화예술의 공공성은 ‘타자로서 사회에 대안점을 제시할 수 있다, 예술은 세상에 대한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산해내는 것 자체에서 공공성이 나온다, 문화예술을 볼 때 정화와 치유의 경험을 느낀다, 세상을 천천히 바꿔가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작품 자체가 타인이 보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공성을 갖고 예술가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자기 대처법에 대해서는 ‘자기 신념을 갖고 스스로 자존감을 올리고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알게 해야 한다’고 했고요. 세금으로 예술하는 것에 대해서는 ’예술은 만들 때부터 공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익을 목표로 하는 사기업에게 내가 하는 일이 당신이 하는 일보다 공공적이라는 얘기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박 도 빈

앞으로 ‘서울 청년예술인 회의’라는 이름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어나갈 예정인데요. ‘회의’를 붙인 이유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나 의견을 모아 다음 공모사업에 반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행정과 함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 거버넌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회’에는 앞으로 계속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기존처럼 닫힌 구조에서 누군가 결정한 내용을 공유하거나 통과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만들어가는 과정도 같이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서로를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키는 방식보다는 각자의 다양함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고 공통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고 앞으로 같이해나가게 될 경험을 주변 예술인들과 많이 나눠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정리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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