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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1월호

플랫폼, 세상을 바꾸다
플랫폼과 콘텐츠의 상관관계

플랫폼의 세상이 오고 있다. 지식은 구글의 검색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고, 신문과 방송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이제 무언가를 구매할 때 상점을 찾기보다는 앱을 여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다. 심지어 음식도 앱을 통해 주문해 배달시키는 것이 당연해졌다. 플랫폼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사업 방식이다. 시장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환경, 도구, 인프라를 제공한다. 플랫폼이 매력적이라면 공급자도 소비자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개방적이기에 그 성장 속도가 눈부시다. 플랫폼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해당 영역은 한 단계 발전한다. 지식이 공유되고 미디어는 공정해지고 상거래는 훨씬 편해진다. 이제 그 플랫폼이 콘텐츠 영역에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공급의 변화, 수요의 변화를 만들다

과거 거대 자본을 필요로 했던 콘텐츠가 이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유튜브가 우리의 콘텐츠 생산과 소비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다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생산자로 칭하는 변화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콘텐츠 생산이라는 영역에서 공급자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것이다. 이를 통해 콘텐츠라는 영역이 틀 밖으로 나오고 있다. 과거 주류 매체에 의해 선택받지 못했던 B급 콘텐츠가 주류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라 칭할 수 없었던 ASMR이 인기 콘텐츠가 됐다. 공급자 시장을 플랫폼이 열어주었기에 가능했던 변화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이 콘텐츠 공급 시장에 만들어낸 변화는 첫째, 제작비용이 엄청나게 적게 든다는 것이고 둘째, 아무도 영역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기에 새로운 상상과 창조가 가능하다. 이 콘텐츠 공급 측면의 변화는 소비자들이 갖고는 있었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니즈를 발현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과거 틀에 박혀 있었던 콘텐츠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콘텐츠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한 공급의 변화가 수요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플랫폼이라는 양면시장이 만들어낸 변화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왔으며 이제 콘텐츠라는 영역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지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콘텐츠라는 영역에는 아직 양면시장적 플랫폼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유한 땅덩어리가 존재한다. 바로 거대 자본 투입이 요구되는 영화, 드라마와 같은 영역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 아티스트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도 마찬가지다. 이 영역에는 고전적 플랫폼의 개념이 적용된다. 고전적 플랫폼의 개념은 자동차 산업에서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을 만들어내는 것을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예를 들어 소나타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소나타 버전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기아의 K5도 소나타 플랫폼을 활용한다. 즉 차량의 기본적인 안전과 기능을 설계하고 이를 다양하게 제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같은 콘텐츠는 이러한 고전적 의미에서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삼시세끼> 산촌 편, 어촌 편, 아이슬란드 편 등 하나의 포맷을 만들고 이를 다양한 장소에 적용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또한 아직 전형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도 시즌제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다. <히든싱어>, <비긴어게인>, <쇼미더머니> 등 음악방송을 중심으로 맹아를 보이고 있는 시즌제 역시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에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유통 서비스는 보다 많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기를 바란다. 플랫폼 방식의 콘텐츠 제작이 고급 콘텐츠에서도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기존 콘텐츠 제공자들을 유통사업자로 변신시키고, 이는 공급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디즈니가, 애플이, 워너브라더스가 넷플릭스와 같은 형태로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공급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만큼 많이 공급하지는 못하더라도, 보다 다양한 콘텐츠 공급이 가능한 고전적 플랫폼 방식의 콘텐츠 제작이 일반화될 것이다.

플랫폼의 변화와 성장은 어디까지?

플랫폼이라는 개념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어왔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고전적 플랫폼의 개념으로 생산 과정에서 공유되는 인프라의 개념, 두 번째는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두 번째 양면시장의 플랫폼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콘텐츠 영역에서는 두 가지 플랫폼의 개념이 모두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 보다 많은 콘텐츠가 저렴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틱톡’으로 알려진 중국의 단영상 플랫폼 ‘더우인’(抖音)의 창업 스토리를 보면 콘텐츠의 제작과 소비가 어디까지 변화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와 성장의 헤드룸(Headroom)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생산력은 이미 극에 달했고 전쟁, 기아, 질병 등 생존의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가 유일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생활의 질의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그 생활의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이 무엇을 먹을지, 어떤 것이 좋을지, 이 옷이 예쁠지 등의 선택으로 낭비되고 있다. 보다 높은 수준의 삶을 추구하면 할수록 우리가 투자해야 하는 시간은 많아지고 낭비 또한 많아지고 있다. 더우인은 젊은 사람들의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촬영 후 바로 플레이, 클릭 없는 재생, 그리고 전체 화면을 사용하는 15초짜리 짧은 영상 서비스를 출시했다.

_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张一鸣)

글 이승훈_네모파트너즈 대표 파트너, 가천대 에너지IT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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