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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공감과 상생, 융합의 축제 만들기
서울시 축제의 미래 지향적 가치 설정의 중요성

전국에서 1년에 개최되는 축제의 수는 공식·비공식적으로 1,300~3,000개 정도로 추산된다. 그중 서울시에서는 500여 개의 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수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그 증가 속도 또한 빠르다. ‘축제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의 ‘판놀이길놀이’ 모습.

빠르게 증가하는 서울시 축제: ‘문화 자원과 인적 자원의 결합’

지역에서 문화자원으로 간주되는 축제는 그 어떤 문화자원보다 가장 덜 중앙집중화된 것 또는 문화분권을 가장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방에서 축제는 정체되거나 구조조정을 당해 줄어들기도 하는 반면 서울에서는 최근 축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인구 수 대비 축제의 수를 따져보면 서울시가 지방보다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절대 수의 증가 속도에서는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의 500여 개 축제는 서울시나 산하단체가 직접 기획·추진하는 축제(서울드럼페스티벌, 서울김장문화제, 한강몽땅, 서울북페스티벌, 서울건축문화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한양도성문화제 등), 자치구별 문화 정체성을 표현하는 축제(종로한복축제, 이태원 지구촌축제, 태조이성계축제, 서울장미축제,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강북구 산악문화제, 도봉구 등축제, 노원 탈축제, 파발제, 신촌물총축제,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허준축제, 서리풀페스티벌, 한성백제문화제, 강동선사문화축제 등), 그리고 비영리단체나 기업이 주도하는 축제들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많은 자원이 있고 우수한 인력들이 활동하는 도시임에도, 지나치게 큰 인구 규모와 바쁜 일상 그리고 과도한 경쟁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자발적인 축제 개최 환경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시의 문화자원과 인력의 종합적인 문화기획 능력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축제의 위상과 정체성 재점검 필요: ‘남의 축제에서 나의 축제로’

최근 서울시 축제가 다채로운 성격을 띠고 발전하는 현상은 이러한 도시 특성의 질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 규모의 이벤트를 벌이면서 비판을 받기도 하는 반면, 작은 전국에서 도시마을 단위의 마을 축제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특별한 경제적인 효과를 산출하기 어려운 마을 축제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도시민들에게 축제의 의미가 양적인 차원에서 질적인 차원으로, 그리고 ‘남’의 축제에서 ‘나’의 축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제의 다양성은 그것이 기반으로 하는 문화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며, 그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서울시민의 문화적 감수성 수준은 더 이상 위에서 내리꽂는 축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단계에 있지 않다. 자신의 삶이 축제 속에 적극적으로 녹아내려서 분명하게 표현되기를 바란다.
여전히 많은 부분 공공재원으로 지원되고 유지되는 서울시 축제는 행정의 도구가 되거나 정치적 홍보의 일회적 수단으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축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반하면 안 되며 사회적 선(善)을 해쳐서도 안 된다. 사회문화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며, 문화적 특성의 대변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제는 때로는 도발적이고 거칠고 요란하며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축제도시 서울의 미래 지향성: ‘상생과 다양성의 융합’

최근에 서울시는 축제위원회를 꾸렸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일임은 분명하다. 서울시 축제의 수와 규모, 그것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 수준과 관심 정도가 높아지면서 서울시 축제 정책의 체계성, 효율성, 예측가능성, 지속가능성 등을 담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서울시 축제위원회의 구성과 더불어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문화도시로서의 서울시의 정체성을 ‘축제도시’로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 축제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조정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플랫폼은 축제와 관련한 모든 자원, 인력, 일자리, 정보 등이 집적되고 연결되어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축제지원과 평가를 연동하여, 공공재원에서 나오는 축제지원금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축제재원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국 모든 피해는 시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
셋째, 축제는 삶의 진정성을 재확인하는 것이어야 한다. 축제는 기득권자들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의 외침이고, 주류 문화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억눌려 있거나 가려진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며, 관행적 가치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드러내어 인본성을 재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이며 배타적인 존재가 아니라, 상생적 호혜성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서로 같이 살아가고자 하는 존재임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축제는 항상 흥겹고 신나는 소재로만 구성될 수는 없다. 축제는 자주 비극적인 죽음을 기억하거나 억울한 역사적 사건을 되살리고, 고통과 죽음 또는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며,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축제는 갈등을 드러내 표현하면서 삶의 고통을 공감하고 승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하여 서울시 축제가 공감과 상생, 다양성과 융합, 갈등의 승화, 차이의 이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류정아_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제공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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