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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7월호

장애와 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미래 포럼
‘같이 잇는 가치’ 현장을 가다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의 장혜영 감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저자 김원영 변호사 그리고 서울문화재단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동등한 인간’으로서 함께하는 일상과 문화예술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같이 잇는 가치>라는 제목의 포럼을 지난 2월부터 공동 기획하고 준비해왔다. 포럼은 두 가지 테마로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양일간 진행되었다. 첫째 날에는 문화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일상의 공존>을 시도하는 실천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둘째 날에는 <창작을 위한 공존>을 주제로 장애-비장애 예술가와 함께 지금과 달리 얼마나 새롭고 재미있는 예술 활동이 가능할지를 이야기했다.

1 포럼에는 이틀간 5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 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른이 되면>의 한 장면을 시작으로 이틀간 진행된 <같이 잇는 가치> 포럼의 막이 올랐다. 장혜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은 13살 때부터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온,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 장혜정 씨의 탈시설 이야기이다. 장혜정 씨는 탈시설 후 사회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공존하면서 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작가로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 첫째 날 <일상의 공존>에서 강연하고 있는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

예술로 <일상의 공존>을 시도하는 실천가들의 이야기

첫째 날 열린 <일상의 공존>에서는 4명의 강연자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먼저 안무가 엠마누엘 사누, 고권금(쿨레 칸)은 ‘자존과 독립을 위해 지금 여기에서 춤추기’라는 제목으로 노들장애인 야학에서의 장애인 대상 만딩고 춤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말과 말 사이에는 틈이 있고 그것을 채우는 춤이 있다.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에너지를 느끼며 춤을 출 때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함께할 때 더 많은 것을 사회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춤이 발달장애인에게 자존으로, 더 나아가서는 자립을 이루는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이남실 집행위원(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은 발달장애 청년의 반복되는 말을 시로, 노래로, 공연으로, 뮤직비디오로 만들며 함께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누가 어떤 세상에 적응해야 하지? 그들만의 독특함 같은 것을 다 없애고 모두 전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쉽게 이분법으로 세상을 나누고 차별하는 이 세상을 바꿔야 할까?”라는 메시지로 많은 청중의 공감을 얻었다. 이어서 오한숙희 이사장(사단법인 누구나)은 “말로만 하는 소통은 어렵지만 예술의 언어로는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는 주제로 발달장애인들이 미술을 통해 자기 자신, 친구들, 지역사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게 된 실제 사례를 들려주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김지우)의 강연을 통해서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미디어의 시선에 대한 사려 깊은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나에게 대견하다고, 훌륭하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미디어가 어떻게 노출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는 또 “앞으로 ‘장애인 유튜버’라고 해서 관심을 받는 사회가 아니라, ‘또 유튜버가 나왔구나’라고 바라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녁 9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까지 200여 석의 자리를 모두 지키고 있는 청중들의 모습에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 모두가 공존하는 일상이 멀지 않았으리라.

3 둘째 날 <창작을 위한 공존>에서 오프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확장하는 <창작을 위한 공존>

둘째 날 열린 <창작을 위한 공존>은 ‘다른 몸으로’, ‘다른 감각으로’, ‘더 멀고 넓은 곳으로’ 등 3부로 구성되었다. 오프닝은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의 배우들이 자신들의 공연 안내문을 관객들에게 낭독하는 퍼포먼스로 시작되었다.

“쉽게 감동했다 말하지 마시오.
단 한 번으로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시오.
공연하느라고 힘들었을 거라고 말하지 마시오.
나와 당신은 주어진 자리를 이탈하여
무수한 공적 공간을 흔들고 난입하고 탈환할 것입니다.”

공연 후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의 서지원 연출과 이진희 기획자는 전시되는 몸으로 살아가는 장애 여성이 무대에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행위에 대한 의미를 이야기했다. 서지원 연출은 “이 무대에서 장애를 극복하거나 삭제하거나 장애를 보이지 않고 연극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고민과 나의 이야기를 하고 우리가 같이 이야기하기 위해 공적인 무대를 선택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회는 절대 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획자는 무대 위에서 장애 여성은 사회에서 ‘주어진 자리의 나’가 아니라 ‘내가 계획하는 나’로 온전히 살 수 있기 때문에 무대는 장애 여성의 현재의 삶을 뛰어넘는 도전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지수 대표(극단 애인)는 관람객들에게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장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고도를 기다리며> 등 부조리극을 공연하면서 장애 배우의 움직임, 발성, 언어가 극 중 인물의 특성을 보다 극대화하고 확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대구시립무용단의 김성용 예술 감독은 디브이에잇(DV8), 스탑갭 댄스 컴퍼니(Stopgap Dance company)의 사례를 들어 지금 현대무용은 더 새롭고 전혀 다른 것을 찾고 있는데, 신체적 장애로 인한 제약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고 무용예술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2부 ‘다른 감각으로’에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장애 예술가 레지던시인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입주작가 한승민, 정은혜, 문승현이 작업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문승현 작가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인용하면서 “우리에게는 각자의 생체시계가 있다, 서로 다른 각자의 시간을 이해할 때 진정한 대화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또 미하일 바흐찐의 말을 인용하여 서로 다른 각자의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예술과 생활이 서로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 생활의 언어가 천박해지는 것은 예술의 언어가 빈약하기 때문일 것이고, 예술의 언어가 고루해지는 것은 생활이 각박해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는 장애 예술에도 장애와 비장애의 소통을 위한 책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어서 정은혜 작가의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는 정은혜 작가가 2,000여 명의 인물화를 그리면서 사회 속에서 관계 맺기를 시작한 것처럼, 발달 장애인이 굳이 가족을 떠나 시설에 가지 않고 예술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 맺기를 하면서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2부의 마지막 발제자인 최선영 대표(비기자)는 “여러분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갖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또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미 충분히 불합리하기에 조금만 더 삶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장애와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 둘째 날 3부 ‘더 멀고 넓은 곳으로’ 토론 전경.
5 둘째 날 2부 ‘다른 감각으로’에서 발제하고 있는 문승현 작가.

‘더 멀고 넓은’ 문화예술의 미래를 위해

3부에서는 장애 예술 영역의 고민을 공유하고 더 많은 관심과 역량을 모아 어떤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기획자, 경영자, 예술가들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래은 연출은 작품과 극장 공간에 따라 배리어프리를 확장해야 하며, 정진세 <연극in> 편집장은 예술을 좀 더 풍요롭게 하려면 예술가에게 장애, 여성, 청소년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감수성 훈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재단에서도 장애-비장애인의 공존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보다 강조하게 되었고, 이러한 계기로 만든 이번 포럼을 통해 많은 분들이 다양성에 대해 자각·존중하고 장애 예술, 공존을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500여 명이 참석한 이틀간의 포럼은 긴 여운을 남기며 종료됐다.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리듬, 삶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예술이 삶을 이끌며 일상이 예술을 풍요롭게 하는 날까지, 사회적 소수자의 삶과 목소리를 담는 공존과 연대의 장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글 김수현_서울문화재단 공간기획2팀장
사진 서울문화재단

※ 양일간의 포럼은 서울문화재단 유튜브 ‘스팍TV’(www.youtube.com/user/sfacmovie)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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