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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4월호

예술과 기술,
학교와 현장이 만나다
예술과 기술 융합주간 학계 토론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주최한 ‘예술과 기술 융합주간’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예술과 기술 융합의 현재를 진단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상상해 보는 장으로 민간·공공·학계·산업계가 연대해 지난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23일 열린 학계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는 예술과 기술 융합 관련 학과 교수를 초대해 생생한 사례를 듣고, 예술 현장과 교류하고 함께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예술의 표현이나 경계를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계와 공공기관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갔다.

예술과 기술 융합주간 학계 토론회 현장

일시
2021년 2월 23일(화) 오후 4시~5시 30분
모더레이터
  • 김주섭 서강대학교 아트 & 테크놀로지 학과 교수
패널
  •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연구소 소장·영상원 교수
  • 오준현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디지털아트 전공 조교수
  • 남주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부교수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동영상
  • 유튜브 채널 <ARKO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 기술 융합주간] 학계 토론회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러지연구소 소장·영상원 교수

오준현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디지털아트 전공 조교수

김주섭
서강대학교아트 & 테크놀로지 학과 교수

남주한
카이스트문화기술대학원 부교수

발제 1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연구소
이승무

저희 연구소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의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인프라를 기술, 산업계와 연결해 첨단 문화예술 콘텐츠 창작을 선도하고 지원하는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처음 소개할 프로젝트는 VR 이머시브 공연 <The First Crisis>입니다. 연극과 VR을 결합한 관객 참여형 공연은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는데, 2018년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유사한 형식의 공연을 소개한 바오밥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터를 초빙해 글로벌 트렌드와 노하우를 흡수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이엔드 모션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한 대형 무대 방식은 여러 단점이 있어 다음에는 슈트 방식의 저가형 모션 트래킹으로 소규모 공간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요. 그 결과물이 <허수아비>입니다. 이 작품은 2020년 초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코로나 상황에서 런던의 레인댄스 영화제와 고민 끝에 만든 결과물이 소셜네트워크 버전 <허수아비 VRC>입니다. 이 작품은‘VRChat’이라는 소셜 플랫폼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접속한 관객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배우 1명과 플레이어 3명이 기본이었는데, 영화제 기간에 약 40명이 참여하는 멀티 유저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됐고, 영화제에서 최우수 실감 미디어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2019년 제작된 <레인 프루츠Rain Fruits>는 볼류메트릭Volumetric(사물이나 인물을 3D의 공간 값을 포함해 스캔하는 방식) 기술을 활용한 VR다큐멘터리입니다. 미얀마 출신 외국인노동자의 수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0여 개 영화제에 초청됐고,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360 시네마’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작업에서 습득한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이엔드 볼류메트릭 기술을 활용한 VR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 중입니다. 관객 참여형공연 <이중으로 걸어 다니는 자: 도플갱어Doppelganger>는 예술위 아트앤테크 활성화 창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삶과 죽음을 주제로 8명의 플레이어와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입니다. 창작 영역뿐 아니라 가상현실 기초 연구를 기획해 고려대 의대·포항공대·유니스트 등과 함께 증강·가상현실을 활용한 국민 정신건강 향상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있습니다. 연구소의 목표는 제작과 연구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와 기술을 차세대 아티스트의 창작과 교육에 접목하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은 모두 수업과 연계해 진행됐는데요. 작년에는 10여 개에 이르는 첨단 콘텐츠 관련 수업에 6개 원의 14개 전공, 140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올해는 그 규모와 범위가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발제 2 서울예술대학교 컬처허브
오준현

서울예술대학교(이하 서울예대)는 예술적 창의성과 기술적 전문성을 겸비한 예술가를 양성하고 실험적인 전문 창작인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컬처허브CultureHub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국제 아티스트, 기관과 협력하고 있는데요. 2006년 미국의 실험 극장 라마마La MaMa와 협업해서 만든 산하기관으로 한국, 미국 LA·뉴욕, 이탈리아, 인도네시아에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서울예대는 전공간의 벽이 높지 않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타 전공 수업을 수강하고있고, 교수진 간의 공동 수업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 퍼포먼스 <팬옵티콘: 팬케이크에 관한 보고서>는 약 10개 전공의 학생 60여명이 참여하고 교수 4명이 운영한 융합 창작 수업의 결과물을 발전시킨 것으로 2019년 파라다이스 아트랩 최종작에 선정돼 일반 관객에게 선보였습니다. 모션 캡처 슈트에 연동된 리얼타임 모션 트래킹으로 게임 엔진 유니티와 연동해 AI를 표현했고요. 인간과 AI의 풀기 어려운 딜레마와 인간 본연의 존엄에 대해 질문하면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볼거리를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2020년 2월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서울예대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UCSD의 아티스트가 협업해 원격현존감Telepresence(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실제 또는 가상의 장소를 신체적으로 경험하는 것)과 텔레마티크Telematique(프랑스어 Telecommunication(통신)과 Informatique(정보)의 합성어) 기술을 활용해 공연한 <체인징 타이즈: 지구를 위한 진혼곡>입니다. 약 60분간 양국의 아티스트가 한국과 미국에 있으면서 협주를 했고, 타국의 아티스트는 로컬 무대의 홀로그램으로 존재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레이턴시Latency와 음악의 전송 속도에 따른 차이가있어 즉흥적인 리듬을 추구했습니다. 서울예대가 컬처허브를 처음시작할 때만 해도 온라인 작업에 반신반의했지만 이제 빛을 보는 것같습니다. 공연에서는 서울예대와 컬처허브가 공동 개발한 웹 기반의 실시간 멀티 비디오 오디오 스트리밍 툴 ‘라이브 랩Live Lab’을 사용했습니다. 서울예대는 앞으로도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실험적 콘텐츠를 계속 개발할 예정입니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융합적 사고를 하는 창의적 예술가의 역할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제 3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남주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은 2005년 설립돼 초기에 비해 예술 분야의 교육과 작품 활동이 줄어들긴 했지만, 예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예술 활동을 이어왔고 훌륭한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신승백·김용운 미디어아트팀으로 대표작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센터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는 <클라우드 페이스Cloud face>입니다. 얼굴 인식을 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구름이 움직일 때 우연히 얼굴 형상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해 격자형으로 모은 작품입니다. 신승백 작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김용운 작가는 미술을 전공했는데 대학원에서 만나 엔지니어와 아티스트 협업 구조의 팀을 구성했습니다. 두 번째 사례인 박승순 작가와 이종필 개발자 팀은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영어 Sound(소리)와 Landscape(풍경)의 합성어)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작 <Neurospace신경공간 V1>은 인공지능 기반으로 이미지를 인식해 단어를 추출하고 단어와 어울리는 사운드를 검색해 오디오 비주얼 형태의 인공 사운드스케이프를 생성하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사례는 최근에 수행한 ‘AI 피아노’ 연구입니다. AI 피아노는 주어진 악보를 해석해 곡의 빠르기, 음표의 세기, 페달 등 다양한 연주 표현 요소를 스스로 조절하도록 학습된 인공지능 기반 피아노 연주 생성 시스템입니다. 피아노 연주 데이터 수집과 학습된 연주 모델의 평가를 위해 피아노 전공인 서울대 기악과 박종화 교수와 4년 전부터 공동으로 연구했습니다. 연구결과가 자동 연주 피아노를 이용한 음악 연주로 표현되다 보니 주변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과학 관련 행사에서 데모 공연을 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2019년 11월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어떻게 볼 것인가: WAYS OF SEEING>에서는 터키의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노랩NOHlab’과 협업해 AI 피아노로 대체한 피아노 공연이 하루 종일 디스플레이되는 형태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카이스트 개교 50주년 기념 축하 공연에서는 AI 피아노와 박종화 교수가 듀엣으로 피아노곡으로 편곡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1악장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대학원은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예술 전공 전임교수를 채용하고, 예술 전공 학생과 공학 전공 학생들이 팀을 이뤄 실험적인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타 학교 예술 관련학과 교수들과 공동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대전시립미술관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지역 기관으로 상생하며 과학과 예술이 조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발제 4 서강대학교 아트 & 테크놀로지 학과
김주섭

저희 학과의 세 가지 교육철학은 ‘다학제, 프로젝트 기반, 글로벌 교육’으로 하나의 학문 분야, 기존에 성립된 이론적 지식, 하나의 문화에 갇히지 않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세계 최초로 복층 구조의 3차원 워터 커튼 시스템을 개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공동 기획 전시한 <영원회귀>라는 정문열 교수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핵심 요소는 높이 15m의 대형 공간에 설치된 복층 구조의 3차원 물방울 생성 장치로, 2,300여 개의 솔레노이드 밸브(전자 밸브로서, 전기가 통하면 플랜지가 올라가 밸브가 열리고 전기가 차단되면 플랜지 무게에 의해 자동적으로 밸브가 닫힌다.)가 있어 다양한 형태의 물방울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작품의 메시지 전달에 활용한 주진호 교수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입니다. 도시개발에 관한 환상과 허상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드론으로 촬영된 3,000여 장의 서울 사진을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진짜 같은 가상을 만드는 AI) 기법을 이용해 가상의 도시 풍경으로 만들어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초현실주의 예술의 새로운 도구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사용한 사례입니다. 세 번째 사례는 실시간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공연에 접목한 라이브 애니메이션입니다. 그간 공연에서 그래픽이나 영상은 주로 배경 역할을 했고, 공연자는 싱크를 맞추기 위해 수많은 리허설을 해야했습니다. 이제는 실시간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가상의 거대한 나비가 공연자의 손끝에 앉는 정교한 연출도 하루 만에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예술과 기술이 만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된 사례입니다. ‘영원한 증언’은 대화형 인공지능 특수 영상 촬영 다큐멘터리 기법을 기반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증언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대화 시스템입니다. 할머니의 분신이 전세계를 다니며 세대를 넘어 아픈 기억을 공유하도록 기술을 사용한 사례입니다.

예술과 기술이 만날 때
김주섭

이어서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학계와 공공기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현장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승무

저희는 공연 단체라기보다는 학교이기 때문에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하기 힘든 거시적 안목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저희가 연구하고 창작하고 성과와 노하우, 시행착오를 이런 자리에서 나누는 방법이 있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예술과 과학을 이해하면서 창작하는 인력이 현장으로 나가면서 현장의 예술가, 산업계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학교는 컬래버레이션이나 파트너십에 대한 문호를 열어놓고 있고요. 저희 쪽에 리소스가 필요하거나 저희가 필요한 리소스를 가지고 있는 분과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오준현

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2021년 우리가 당면한 큰 화두를 먼저 얘기하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될 것 같아요.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첨단기술로 저희가 생각하는 미래가 좀 더 빨리 다가왔는데요. 비대면이 본격화하고 초연결 사회로 성장하는 시점에서 교육기관과 공공기관의 역할을 얘기하려면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해요. 성장과 기술 중심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지금, 공공의 복지와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먼저 수반돼야 하고 당연히 고등교육의 개혁도 필요합니다.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의도치 않게 온라인으로 강의해야 했고, 교육의 질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교육의 목적과 장기적 안목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창작의 공유 이전에 저희가 직면한 화두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방법론적인 것이 뒷받침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주한

학계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최근 인공지능·머신러닝·딥러닝 연구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연구의 재현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발표한 논문이 믿을 만한 결과인지 입증하기 위해 사용한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실험한 소스 코드를 공유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공유된 소스 코드를 받아 실행해도 똑같이 재현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인공지능 연구에는 알고리즘 개발자, 서비스로 개발하는 개발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사람 등 다양한 층이 있는데, 각 층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해야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초기에 들어가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섭

두 번째로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기술적 부분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데 학계나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도움을 주는 것이 효과적일지 의견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남주한

저는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면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들과 같이 협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면 어떤 형식으로 해야 할지, 서로 기대치가 다를 수 있고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 보니 조심스럽더라고요. 이런 경우 중재 역할을 해주는 분이 있으면 좋겠어요. 보통 연락이 와도 한번 답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기회를 살리기 위한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준현

저희 학교만 해도 아날로그 성격이 강한 연극과 무용 기반의 교수님들은 실제 공연할 때 불편을 주거나, 기술에 가려 왜소해 보이지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데요. 미디어 창작을 공부한 교수님들은 사고방식이 다르게 흘러가더라고요. 실제 프로토타입으로 빠르게 구현해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기술을 도입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김주섭

한예종 졸업생 중에는 순수한 예술가가 많을 텐데 기술을 흡수해서 커리어를 새롭게 해보겠다는 친구들이 있나요.

이승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있습니다. 저희끼리는 아티스트에게 코딩 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엔지니어에게 예술을 가르치는 게 조금 더 쉽다고 얘기해요. 지금 문화예술이나 첨단 영상 분야에서 테크니컬 디렉터 역할이 부족합니다. 좌뇌와 우뇌가 합쳐진, 기술을 알면서 예술적 감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중요하고요. 실제로 모든 예술가가 코딩을 하거나 기술을 구현할 수는 없으니, 만나는 접점을 어떻게 선순환하게 할지가 중요합니다.

융합 작품과 관객이 만날 때
김주섭

이제 유튜브로 시청 중인 관객의 질문으로 넘어가겠는데요. 관객에게 예술과 기술이 접목된 작품은 신기하게만 다뤄질 수 있고, 창작자나 관심 있는 사람만의 우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드는데,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이승무

지금은 하이엔드 관객을 위한 실험적인 것과 일반 관객이 만날수 있는 작품이 혼재하고, 아카데믹한 부분과 대중적인 부분의 구분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의 경우 그간 선수들을 위한 우리끼리의 창작이 진행됐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관객이 즐기고 감흥을 느낄 수 있는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창작자들이 좀 더 관객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조금 낯설어도 그 시도와 배경을 이해하려는 관객의 만남이 지속된다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준현

이런 딜레마는 대부분의 창작자나 예술가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을 때 조금 미숙하게 보이더라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노출이 많이 된 세대와 노출이 덜 된 세대가 자연스럽게 본인에게 맞는 접점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주섭

두 번째는 전공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할 때 어려운 점과 해결 과정 등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해 달라는 질문입니다.

이승무

우리나라는 학문 간의 구분이 너무 뚜렷한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과생은 문과 지식을 몰라도 되고 문과생은 이과 지식을 몰라도 된다는 교육환경의 문제도 큰 것 같습니다. 작업하면서 이 정도면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공유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서로 언 어를 소통해 주는 중간자와 협업 과정에서 생기는 신뢰도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김주섭

학부 때부터 융화되지 않으면 생각이 굳고, 창의적인 발상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학문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주한 교수님은 피아노를 전공한 박종화 교수님과 협업할 때 어땠나요.

남주한

박종화 교수님은 클래식 음악을 하는 분이고, 저희는 공학 중심이기 때문에 대화할 때 쓰는 용어가 달랐는데요. 기념행사 공연에서는 인공지능 모델과 사람이 듀오로 연주하다 보니 세세한 부분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연구에서는 사실 학습 데이터의 전체 결과 위주로 보거든요. 이 부분은 이렇게 고쳐야 한다고 의논하면서 서로 더 이해하게 됐어요. 협업할 때 초기와 중간 단계에는 기술개발이 우선시될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공연·전시 등은 메시지와 감동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자와 개발자가 이런 노력을 해야 해요. 자주 만나고 처음부터 끝까지의 작업 절차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주섭

다음으로 예술적 사유의 속도는 느리고 기술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데 예술가로서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이승무

지금 가상현실·증강현실은 하루가 다르게 무엇이 나오기 때문에 따라가기 힘든데요.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데 그것을 창작할수 있는 물감이 새로 나온다면 많을수록 좋거든요. 기술이 물감이라고 하면 그것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려고 하는 세계가 무엇인지 확고해야 합니다. 탐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관객을 만나면 ‘장난 같다’ ‘기술을 위한 것이지 예술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김주섭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스토리이고 거기에 필요한 만큼 기술을 쓰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기술이 예술 창작에서 자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지 대한 논의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이승무

기술이 자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 세계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1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거든요. 그런데 <허수아비VRC>를 할 때 큰돈을 들이지 않고 기존의 플랫폼을 이용해 쉽게 했어요. 그중 한 체험자는 미국의 중서부에 있었는데요. ‘평생 배우를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오늘 같이 공연한 사람들이 내가 만난 마지막 배우’라고 해서 감동했어요. 브로드웨이에 가서 공연을 보는 경비에 비해 소셜 플랫폼에서 만나 공연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민주화된 형태라고 생각해요.

<영원회귀> 구상도

예술과 기술 분야 활성화를 위해
김주섭

마지막으로 예술과 기술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계가 공공기관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준현

여러 기관에서 예술가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하는 방식이나 절차는 또 다른 넘어야 할 산입니다. 행정적인 면을 완화해 줬으면 하고요. 예술가와 투자자를 매칭해서 연결해 주고 법무적인 조언을 해줘서 이들이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까지가 공공기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1개 기관만의 노력이 아니라 교육계, 공공기관과 정치·사회·경제 모든 시스템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남주한

저희 연구실은 행정 스태프가 영수증 처리, 정산, 기관과의 연락을 전담해 주기 때문에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의 경우 행정적인 지원을 단체로 지원해 주거나, 개인이 하더라도 빨리 할 수 있게 절차를 간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승무

저는 ‘아트 & 테크놀로지’라는 말을 씀으로 인해 문화예술 장르의 하위 분야로 인식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앞으로 모든 문화예술단체는 미디어 컴퍼니다’라는 기사를 봤는데요. 메타버스, AI와 XR 등이 합쳐진 새로운 세상에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존재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같습니다. ‘아트 & 테크놀로지’를 하위 분야로 닫아놓지 말고 모든 문화예술 창작에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로 확장해야 합니다.

김주섭

오늘 이 시간이 학계와 예술 현장과 공공기관이 조금 더 이해하고 소통할 기회가 됐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계속 서로 문제점을 공유하고 협업하고 각각의 결과물이 또 다른 곳으로 유입될 때 미래 융복합 시대의 예술에 더 큰 발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리 전민정객원 편집위원 | 사진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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