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피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고 대책이 수립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주요 문화예술 지원기관에서 긴급하게 진행하고 있는 지원정책을 평가하고, 제도 개선과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온라인 긴급 토론회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생중계로 진행됐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온라인 긴급 토론회 현장
- 일시
- 2020년 4월 21일(화) 오후 3~6시
- 장소
- 청년예술청, 유튜브·페이스북 생중계
- 서울문화재단(서울청년예술인회의), 성북문화재단(공유성북원탁회의), 문화연대,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예술인소셜유니온,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 서울문화재단
- 최준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위원장, 공유성북원탁회의 사무국장
- 강원재 영등포문화재단 대표이사
- 강정아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
- 박주현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정책연구실장
- 옥민아 공공연희 대표,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영단
- 임현진 독립기획자, 한국거리예술협회 운영위원
- youtu.be/u26Tf71jvn0
최준영
강원재
박주현
양혜원
임현진
강정아
옥민아
하장호
먼저 코로나19 지원정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3가지 질문을 설정해 봤는데요. 첫 번째는 ‘지금의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인가’입니다. 코로나19로 예술 활동을 못 하고 소득이 감소하는 피해가 분명 존재하지만 저도 그렇고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차피 1월부터 4월까지는 수입이 없었어요. 그동안 잠재돼 있던 문화예술계 내의 위기 상황이 코로나19를 통해 터져 나왔다는 생각이고요. 두 번째는 위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의문입니다.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을 제안해야 하는지,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지 의문이 생겼고요. 세 번째, 예술인의 삶과 예술이 지속될 수 있는지입니다. 이 위기가 지나고 폐허가 된 문화예술계 안에서 누가 살아남아 예술을 지속할 수 있을지, 종 다양성이 남을 수 있을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다음으로 지원정책을 조사해 보았는데요. 중앙정부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곳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입니다. 문체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통해 관련 지원정책이나 사업을 안내·전담하는 센터 형태를 갖춰놓았고요. 대관료 지원, 소극장 공연 기획 및 제작비 지원, 관람료 지원이 예정돼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예진흥기금 보조금 사업 관련 대책을 내놓았고, 예술 후원 프로젝트를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은 문체부 소속 기관들의 기존 사업에 확장이나 추가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고요. 사업 예산 확보부터 운영까지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자체 중에서 서울문화재단은 예술가들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과정 중심의 설계를 했습니다. 중간 지원 조직의 행정적 한계를 우회적으로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주었고요.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는 초기부터 지역 거버넌스가 작동하면서 지역 예술인들과 소통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영등포문화재단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지역문화예술인 대출 보증 지원사업입니다. 자치구 차원의 중간 조직인 재단이 예술인을 보증해 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지자체 지원은 코로나19로 진행이 어려워진 기존 사업 예산을 활용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형태의 실험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형화해 보면 예술인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형태,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뉴딜형 지원, 대출·상환유예·이자감면 등을 포함한 유동성 지원, 별도의 창작 활동 지원사업, 마지막으로 기존 보조금 사업의 유연한 운영입니다.
평가해 보면 먼저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나 정책이 부재합니다. 둘째, 공모형 지원사업의 홍수로 예술인은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셋째, 생태계 전체를 살리는 관점이 부재하고, 마지막으로 기존에 불가능하던 지원 방식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작동하는 것은 새로운 지원 구조에 대한 실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제안으로는 일단 지원정책의 수립 과정에 생태계의 주체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수적입니다. 예술인 직접 지원을 통한 생존권 보장과 생태계 중심의 종합적인 지원 계획 수립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변화된 창작 환경에서 예술가의 권리 보장을 같이 논의해야 합니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해온 얘기들이지만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지원제도와 문화예술가 정책 자체를 재구조화하기 위한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고, 코로나19 상황을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난사회 대응을 위한 문화예술인 대책회의도 제안합니다. 민간 차원에서라도 공동의 움직임이 필요하고 그동안 나온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구조를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피해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다양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재난 시기의 지원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사각지대도 없어지고 코로나19 이후를 얘기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문화예술 현장에서 긴요한 지원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로 공간을 운영하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기획자가 본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 기획자가 어떻게 업이 될 수 있을지가 화두이고요. 코로나19로 인해 제 일이 업이 아니라 수혜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몇 개의 직업을 갖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원제도를 비판하고, 예술가로서 자기반성도 하고 싶었어요. 긴급지원정책은 피해 사실 증명과 사회적 가치 증명, 온라인 콘텐츠화, 이 3가지가 모호한 범주 안에 있어요.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면서도 기금을 신청하는 것은 예술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함이었거든요. 기존에 꾸준히 해오던 작업을 배제하고 다른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사회적 가치와 연결하게 하는 기금 체계가 궁금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제 가치를 증명하고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의 불편한 모든 것을 얘기하는 게 예술인데, 계속 옳은 가치와 사회적인 이야기가 정리된 상태에서만 발현되는 게 한국의 예술인지 묻고 싶어요.
저는 거리예술 분야에서 축제 기획과 공연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종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지금의 구조와 방식을 개선하고 다음 시대 예술로 같이 갈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예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 질문을 계속하면서 예술가, 동료 기획자, 스태프와 이 시기를 같이 겪어나갔으면 하는 생각이고요. 무엇보다 정책의 패키지화가 필요합니다. 문체부와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기조를 마련하고 각 지자체와 공공과 민간 기관은 이를 근거로 계획을 짰어야 했는데 상상력의 범위가 넓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예술계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배타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각 기관과 예술계 종사자, 조직이 협력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영국예술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예술가만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되고 각각의 조직, 기관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축제·행사가 취소됐을 경우 예술가에게 가능하면 공연료를 지급하라는 제언이었습니다. 이는 불가항력 조항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는데요. 저도 현장에서 불가항력 조항을 수없이 보았지만 윤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과연 우리는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서로에게 윤리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눈여겨본 부분은 종 다양성에 대한 고민인데요. 지자체나 문화재단의 사업에서 장르 특수성이나 현장의 다양한 피해 사례를 포괄하는 고민은 적어 보입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각 창작센터와 장르에 기반한 조직들이 연구 형태의 모임을 만들어서 장르 특수성과 종 다양성 유지를 고민해 줄 것을 제안하고 싶어요.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예술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각각의 주체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코로나 시대에 피해가 없다고 생각하는 예술인의 대표로 발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12월부터 3월까지 소득이 없는 것은 익숙한데 마침 코로나가 그 시기에 터졌고요. 주변에 연극하는 친구들도 원래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재난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고요. 공연이 미뤄져서 연말에 바쁘겠다는 짐작을 하는 정도랄까요. 이제 공연 관람 형태와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을 관람할 때 앞뒤 좌우 자리를 비우니 관람 환경이 쾌적해졌어요. 배우들은 관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요. 새롭게 변한 환경에서 오히려 연극의 본질을 질문하게 됐어요. 완전히 새로운 예술이 탄생해야 한다는 데 적극 동의합니다.
예술가도 시민이니 피해는 국가가 보상하고, 예술의 생존은 문화재단이 걱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원신청서 마지막에 재난 상황에서 서울문화재단의 역할을 묻는 질문이 있었거든요. 예술가로서 생존하는 것과 예술로 수익을 내는 두 개의 트랙이 있는데, 저는 예술을 지속하는 것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거든요. 문화재단은 재난 상황에 생존할 수 있는 긴급지원정책을 마련하지만, 예술가는 언제나 긴급하고 재난 상황이었다는 생각이에요. 저에게는 매년 쓰던 지원서에서 플러스 알파가 됐을 뿐이고, 지원사업에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느꼈어요. 긴급지원정책은 변화에 대한 대응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생은 공모 대상에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서 지원사업보다는 예술대 학생과 청년예술가가 겪는 예술 생태계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예술대학에도 피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두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는데 원래 실기 수업은 이론이 없다시피 했어요. 예술대 학생들은 불만이 많지만 문제는 예술대 학생보다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에 더 집중해서 대응한다는 거예요. 예술대 학생과 청년예술가만 모아서 목소리를 내기에는 학생들의 당사자성이 굉장히 떨어져요. 예술가가 되려면 예술 생태계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교육 없이 졸업 후 현장에 뚝 떨어져서 각자도생해요. 작년에 ‘예술대학 진로교육 및 커리큘럼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94.3%가 졸업 후 취업이 아닌 예술계 종사를 희망한다고 답했고요. 예술대학에서 진로 교육이 안 되고 있다는 의견이 54%를 넘었어요. 예술대를 졸업하고 예술가로 정착하기까지 5년이 고비라고 해요. 이 시기에는 예술 활동 증명도 사실상 어려워요. 청년예술가들은 생계를 유지하면서 버티거나 탈주하거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어요. 코로나로 인해 그나마 정착하고 있던 청년예술가도 일자리를 잃고 있고요. 실패를 겪은 청년들은 예술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예술계에 진입하는 청년예술가의 정착을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정책 연구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유효했는지 짚어보기 위한 조건은 즉각적으로, 필요한 곳에, 충분하게 이루어졌는가 3가지 같아요. 실제로 초기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세계적으로 팬데믹 선언을 한 뒤에 이뤄진 두 번째 긴급지원부터 현장의 심각성을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추경에서 분야별로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기 힘들었고 기존 기금의 용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적시성이 저해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의 비율이 높은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늦었고, 온라인이나 비대면 프로젝트 지원 등이 뒤늦게 진행된 부분이 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는 추가 지원까지 포함해 900억 원 넘는 규모가 예정돼 있는데요. 지원이 적시에 진행되지 못해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요. 가장 중요한 원인은 통합적인 관리 체계의 부재라는 지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문화예술 분야 위기 관리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은 하지 않았어요. 다양한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계속 불만이 나오는 것은 지원 철학이 보이지 않고, 타 영역의 지원책까지 통합해서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영향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피해가 계속 생기는 상황에서 전수조사가 효율적이진 않습니다. 초반에는 기존의 통계자료를 통해 추산하는 작업을 했는데, 문제는 문화예술 분야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피해 규모 산정을 위해서는 일별로 데이터가 축적되고 전년도와 비교할 수 있는 형태가 필요한데 현재는 한계가 있고요. 실태조사도 사실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대상 범위 설정이나 피해 규모 산정 기준과 방법에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요.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향후 재난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술 분야에 한정하기보다는 관광이나 스포츠계와 같이 문화재난기금을 조성하면 사회적인 이해와 재원 조성에 용이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고용부와 복지부의 일반적인 사회복지 체계 속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복지도 같이 이뤄질 필요가 있고, 문화예술의 특수성을 어떻게 반영할지 사회적인 동의를 얻어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지자체 문화재단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그 역할을 잘 하려다 보니 생겨나는 문제를 설명하겠습니다. 이번에 긴급지원으로 단체 63개, 개인 113명 지원을 결정하고 공지사항으로 올렸더니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취소된 봄꽃축제 예산을 전용하는 게 타당한지, 두 번째 영등포에 있는 문화예술인한테 빠짐없이 지원되는지의 문제 제기가 나오더라고요. 세 번째는 문화예술계만 먼저 지원하는 게 타당한지, 네 번째는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종합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는데 영등포구가 왜 선제적으로 하느냐는 문제 제기였어요. 저는 이 문제 제기 안에 현재 문화재단이나 공공기관이 적시적소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기초와 현장과 광역과 중앙이 협력하며 같이 추진하는 종합 계획의 부재가 확인됐고요. 보육계, 체육계와 비교되는 선상에서 어떻게 지원의 타당성을 이야기할지의 어려움이 한쪽으로 남아있고요. 전체를 다 구하겠다고 계획을 세울 때까지 멈추라고 하는 순간 한 명도 못 구한다는 생각에서 분명한 답이 있었고요. 예산 전용은 의지에 달린 문제 같아요. 안 하고 있으면 지역 단위의 공공기관에서 할 수 있는 바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영등포문화재단은 빠른 시간 안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2월부터 대책 논의를 시작했어요. 공론장이 없었다면 현장의 위기감에 늦게 반응했을 거고, 2월에 시작해서 4월에라도 진도를 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의 형태가 달라질 거라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가 아직 만들어지는 상황이잖아요. 과연 공공극장에서 감염된 사람이 있는지, 광장에서 감염된 사람이 있고 몇 퍼센트나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판단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제자께서 토론을 듣고 생각한 얘기를 해주시면 이를 바탕으로 자유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일단 문화정책과 예술정책을 다르게 접근해야 할 시기라는 라도삼 연구위원의 얘기가 떠올랐어요. 문화정책은 시민들의 문화권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 민주주의의 가치에 맞는 정책이 설계돼야 하고, 예술정책은 예술인 당사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원할지에 대한 고민, 예술의 지속성에 관한 고민으로 세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과정 중심으로 보고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예술 활동 주체들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어떤 생애주기로 창작 활동을 하는지 살펴봐야 하고요. 저는 전수조사라는 과정 자체가 갖는 소통의 가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공 영역에서 이런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장 예술가들에게 신뢰감을 주거든요. 지금 예술을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독일과 영국은 예술이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과 공동체를 지탱하고 연결해 주는 힘이 된다는 명백한 가치를 얘기하면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함께 공공 영역에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해 주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예술인 평의회와 독립적인 국가예술위원회를 제안했는데요. 예술인 평의회는 위기감을 느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먼저 새로운 논의 구조와 연대의 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계 안에서 스스로 노력하고 같이 책임지고 논의하는 장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긴급지원정책은 분명한 피해 사실이 있는 예술인 지원으로 조금 더 섬세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예술가들이 지원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걸 통해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지원정책이 주효한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문화예술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포기되는 영역인데요. 재난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영역에 문화가 자리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합의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저는 기금을 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민간 공간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에 걸쳐 있는 창작자들이 미래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자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은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유독 예술가 당사자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행정과 예술가 당사자들이 같이 얘기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요하지만 기존의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영역을 어떻게 찾고 지원할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기본이고요. 우리 사회 모두 재난을 겪었는데 이후 예술의 역할이 이전과 동일할 수는 없겠죠. 재난을 극복하는 방법 가운데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좀 더 건설적인 대화가 포함돼야 합니다.
댓글을 보면 문화재난기금을 예술 분야에만 따로 지원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이 많은데요. 문화예술 분야만을 위한 재난기금은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좀 더 실용적인 방안을 말씀드렸고요. 기본적으로 온라인이나 비대면 콘텐츠가 현장의 문화예술을 대체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온라인 콘텐츠 상용화를 위한 베타 테스트 시기로 이 시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고요. 조심해야 할 것은 기술 결정론의 위험성입니다. 기술만 뒷받침된다고 사람들이 보진 않거든요. 콘텐츠의 질적인 부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꾸준하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컨트롤타워에서 사회적 재난 시기의 예술의 가치를 언급하고 전반적으로 인식이 공유되면 조금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피해 형태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기대하는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오는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예상된 활동이 연기되거나 바뀐 경우 거기에 참여해 오던 예술가는 어려운 상황이 되는 거죠. 구체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과 예술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지원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화·체육·관광을 포함한 기금 조성에 찬성하는 입장이긴 한데요. 이참에 새로운 기금 관련 아이디어나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예 민간 차원에서 공공기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불용이 예상되는 재원으로 당장의 피해만 지원하면 예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사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얘기였고요. 중장기적으로 예술 생태계를 지속하기 위한 정책, 제도, 거버넌스를 포함한 최소한의 준비나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재난 다음의 재난은 또 다른 국면일 것이고 주기도 짧아지고 영향력은 커질 것이라는, 변화하는 사회 전체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환경이 나빠지고 수많은 오염이 일어나는 상황과 삶을 전환하지 않고는 답이 없고 위기감을 가져야 합니다. 문화예술도 같이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라 생각하고요.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가질 권리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예술은 더 나은 재생산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통재로서 대면 생산이 가능한 환경과 사회를 만드는 것을 고민하면서 이 문제와 상황을 바라보고 논의하고 정책적으로 풀어내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많은 문화예술인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시급하게 논의하되 길게 보면서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함께 준비한 단위들이 이후 논의를 어떻게 이어갈지 발표하고 논의 자리를 만들 것을 약속드립니다.
- 정리 전민정_객원 기자, 문화정책 연구·기획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