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2017년 12월 7일 ‘문화비전2030-사람이 있는 문화’의 기조를 공개했다. ‘문화비전2030’ 기조에서 설정한 3대 가치는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이다.‘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동체의 다양성을 실현하며, 사회의 창의성을 확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누구나 자유롭게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1 ) 이날 발표한 기조에 따라 문화비전을 구체화하고 3대 가치를 정책과제로 녹여내기 위해 현장토론회가 열렸다.토론회를 주최한 ‘새 문화정책 준비단’(이하 준비단)은 문체부가 아닌 민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3대 가치에 따라 분과를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자율성 분과 2 )에서 준비한 첫 번째 현장토론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과의 열린 토론을 위해 라운드테이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 서울특별시 문화도시 기본조례 ‘제28조 축제의 평가’ ③, ④항.
- 발제 |
-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여가정책연구실장
- 사회 |
- 이동민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 대책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
- 일시 |
- 2018년 2월 5일 오후 3시
- 장소 |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 2층 제1강의실
1 ‘문화비전2030’ 기조에서 설정한
3대 가치는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이다.
2 새 문화정책 준비단 현장토론회
웹 포스터.
새 문화정책, 함께 만든다
문체부는 ‘문화비전2030’ 기조 발표 시 협치를 통해 문화비전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일반적으로 언론을 통해 이미 완성된 정책을 발표하지만, 이번에는 기조만 공개하고 이후 문화비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했다.문체부는 2017년 6월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으며 지난 10월에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단장으로 민간전문가와 정책 분야별 책임연구자가 참여하는 준비단을 구성해 ‘문화비전2030’ 수립에 착수했다. 준비단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스포츠, 관광, 콘텐츠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며, 19명으로 출범해 현재 27명3 )이 활동 중이다.문체부와 준비단은 2018년부터 정책 의제별로 현장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대표적인 정책과제들을 적극 발굴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는 자율성의 가치를 담아내는 중요한 의제인 개인의 문화적 권리 보장과 증진이라는 큰 주제를 정책으로 녹여내기 위해 일상에 맞닿아 있는 화두와 이슈들로 치환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먼저 사회를 맡은 이동민 위원은 준비단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자율성 분과에서 다루는 주제는 개인의 문화적 권리와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등 크게 두 가지이며 다른 모든 정책의 기본전제”라고 말했다.준비단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정책 제안도 받고 있다. 문체부는 준비단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문화비전2030’은 최종적으로 민간에서 완성해 제안한다.토론 시작부터 정책에의 반영 여부를 의심하는 발언이 나오자 “행정에 대한 불신의 벽을 깨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숙제이다. 다양하고 직접적인 목소리를 기탄없이 듣는 자리를 계속 가지다 보면 해소될 것”이라며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독려했다.
내 삶을 바꾸는 문화적 권리, 여가사회로의 전환개인의 잃어버린 문화적 삶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적 환경이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예술교육에서의 혁신은 무엇일까?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여가정책연구실장은 토론을 위해 위의 세 가지 화두를 제시하고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를 인용해 “여가생활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제약’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 문화적 권리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책적으로 어떻게 접근할지를 얘기하다 보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먼저 시간 부족의 문제는 일과 여가가 균형을 이루는 삶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으로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문화여가비인데, 어디까지 지원하고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원하는 정보의 부족에 대해서는 프랑스 파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http://quefaire.paris.fr)를 예로 설명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검색 엔진을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새로운 정책의 전환점이라는 것이다.여가시설의 대도시 집중 현상과 실질적인 활용도 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설 이용의 경계선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한 개인의 입장에서 여가 경력의 지속성을 고려해야 하고 고령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생애주기 모델이 필요하며, 동반자 부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동아리와 클럽 활동, 가족 단위 여가 활동 측면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내 삶을 바꾸는 측면에서 국민 개개인이 생각하는 제약 조건을 시작으로 문화적 권리를 체감하고 인정해주는 부분에서부터 문화정책을 만들어가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자며 발제를 마쳤다.
초반부터 토론 주제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이동민 위원은 문화생활이라고 하면 막연하고 한정적인데 여가사회는 폭넓은 개념과 범위를 적용해 개인의 문화적 권리를 위한 환경이 풍요롭게 실천되고 구현되는 사회를 명명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개인의 문화적 권리와 여가사회라는 용어가 적합한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에 “여가는 일반적으로 노동하고 남는 시간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의 시간인데 나머지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문화적인가? 욜로, 캠핑, 여행 등 소비로서의 여가는 충분한데 그것이 문화정책에서 개입해야 할 부분인가?”라는 의문 제기와 여가사회를 어떻게 상정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동민 위원은 “일상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활동에서 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개인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며 정책적 환경이 필요한가라는 논의도 가능하다.이제는 국가에서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입장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로서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김유진 문화기획자는 “개인의 자율성에서 내 삶을 바꾸는 문화적 권리와 여가사회로의 연결 과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사람이 있는 문화’에 주어가 없다. 국민의 모델이 하나밖에 없는 느낌이다.
미투(#Me Too) 운동이나 웹툰 <며느라기>는 여가 와 관계없지만 개인의 자율성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어가 없으면 추상적인 얘기밖에 하지 못한다.지금 여가가 필요한 사람들은 정규직에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이다. 청년들은 오히려 시간이 남아도는 차이가 분명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이에 이동민 위원은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이고 이 사회에서 개인의 문화적 권리가 충분히 향유되고 보호받고 있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개개인들이 생존을 위해서 하는 활동과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이 겹쳐져 일상이 만들어진다.단순히 시간은 많지만 제반조건이 갖춰지지 않아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세대도 있다. 여가사회는 일 이외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 앞으로 문화적 권리를 지향하는 모습의 하나로 본 것”이라고 보충 설명했다.여가사회에 대한 논쟁 이후 김혜준 전 부천문화재단 대표는 “자 율성의 키워드는 ‘자존감 높은 시민’이며,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문화정책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많이 버는 것보다 적정 수준의 소득이 지속되는 것을 행복의 일순위로 꼽았다.내 마음을 털어놓을 동료, 친구 한 명이 나타나도 행복이 증가한다. 문화정책에서는 행복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어떻게 동료를 만들어주고 관계를 형성시켜줄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상호 관계 속에서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문화적인 접촉을 늘리는 방법을 근린지구 단위와 직장 단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이날 토론에 참가한 김정명 명지대 체육학부 교수는 여가는 삶의 소중한 부분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대상화되어왔고 국가적으로는 소모품이었음을 문제로 지적하고 “여가의 본질적 의미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부”라고 설명했다. 주체성과 여가의 관계, 몸학(somatic)을 연구해온 그는 세월호 유가족을 예로 들었다.“정부에서 애를 썼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치유의 대상화가 되는 데 지쳐 있다. 나는 가족들을 만나 문화 활동을 함께하며 객체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어려움을 회복하는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접근했다.대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것이 문화의 역할”이라면서 “열정을 가지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책이 현장과 닿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 그대로 두면 자율적으로 잘할 수 있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피동체가 되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동민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 대책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
이어 문화예술계의 사례를 김유진 문화기획자가 부연했다. “성남문화재단의 사랑방 문화클럽에서 10년 동안 일했으며, 서울문화재단의 서울댄스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3년간 일했다.이외에도 다수의 생활문화 관련 사업에 참여해왔다. 지표만 놓고 얘기하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접속하지 못한다.잘하던 사업도 중앙 주도적으로 바뀌거나 다른 담당자가 오면 시민들에게 불신이 생긴다”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전환기적 문제를 고민하며 상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괴로워하며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다. 쉼에 대한 요구는 말 그대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근현대사회의 트라우마이다.전환기적인 이슈를 트라우마의 문제로 생각하고 중요한 문화정책의 축으로 삼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가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구자호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가 정책 방향을 끌고 간다고 해서 그대로 되지 않는다. 정책은 기존에 자율적으로 잘하고 있는 현장을 망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술창작자에게는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생활예술은 돈을 지원해줄 테니 행사를 하라는 식이 아니라 직장, 종교, 동네와 같은 공동체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프라를 확대했으면 한다”며 정부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예술 활동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김정명 교수는 “지금은 정량적인 지표로 평가하지 않으면 의심한다. 참가 인원 수만 챙기면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문화적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성적으로 심도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토론 참가자들은 현장과 괴리된 정책의 개입으로 현장이 훼손되고 사업 수혜의 대상화가 반복되어온 문제를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잃어버린 문화적인 삶, 개인의 삶을 회복하는 가이드로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김유진 문화기획자는 “문화정책에서 사회적 관계 맺기와 공동체 얘기를 많이 한다. 어색함을 견딜 시간과 거리가 필요한데 판을 펼쳐놓고 당장 친해지라고 하는 방식이 문제다. 관계를 맺으려면 나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정책에서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자원을 쓰면 좋겠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비물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다.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혜준 전 대표는 “정책에서는 보편과 특수가 잘 직조되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동네에서 모여 교육 얘기를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변에서 강사와 예술가를 찾는다. 이런 수요에 정책은 동네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와 공간, 사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입해야 한다”면서 거시적으로는 문화정책이 지역사회 공통의 기본 계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유진 문화기획자는 “시민들은 알아서 잘한다. 관공서가 개입하고 관계를 맺으려면 협치의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데 행정은 변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자발성을 가져야 한 다고만 얘기한다. 자발성은 행정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은 자기 자신을 먼저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 이수철 과장은 “사랑방 문화클럽은 문체부 장관상을 받은 이후 간섭이 시작되고 수량화되면서 망가졌다. 사업을 10년 넘게 하다 보면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중앙에서는 그러면 실패한 정책이라고 하고 갈등 없이 무마해나가려고 한 다”고 비판하고 기초가 되는 행정과 관련법부터 분석해서 바로잡는 것이 적폐청산의 시초이고 문화정책이 발휘될 수 있는 빠른 길이라고 제안했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여가정책연구실장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풍물만 30년을 해왔다는 한 참가자는 “민간예술인으로서 풍물을 배우고 싶다고하면 강습을 해주고 수준에 맞는 공연도 올리며 재미있게 살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자격이 안 되거나 시기를 놓치면 활동 기회가 줄어들고 설 자리가 없어졌다. 좋아 보인다고 어설프게 정책으로 삼고 시행하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고 삶을 파괴한다. 좋은 것만 주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시설에 대한 의견도 덧붙였다. “여가시설은 부족한 게 아니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다. 예전에 대학로에서 차 없는 거리를 할 때 풍물패들은 거리에서 마음껏 놀았다. 지금은 반정부 활동으로 탄압을 받아 자유롭고 평화롭게 즐기던 마당문화가 없어졌다”면서 시설만 거창하게 지을 것이 아니라 잘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김서령 이오공감 공동대표는 “서울댄스프로 젝트는 자발적으로 신청하면 강사를 연결해주는 형태로 시작했다. 자발성을 기초로 모인 그룹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기여도도 높고 생명력이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발전시키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위에서 판을 뒤집어버린다”면서 정책을 만들 때 너무 구체적인 틀 안에 가두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위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해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오히려 잘하고 있는 활동까지 훼손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김유진
문화기획자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자
2부에서는 예술교육을 주제로 토론을 이어갔다. 구자호 위원장은 “예술인 복지에서는 예술교육자를 예술가로 취급하지 않고 예술교육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력으로만 본다. 예술교육자를 예술가로 바라보는 시선이 문화예술교육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김유진 문화기획자는 “막상 현장으로 들어가보면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예술강사를 예술가로 인정하라고 하면 싸움이 날지도 모른다. 교육현장에서 원하는 역량이 있고 각자의 입장도 달라서 그보다 상위 차원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예술교육정책과 연관이 많은 학부모와 예술강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은 “전체 70%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졸업 후 취업은 30%밖에 하지 못하고 많은 이들이 청년실업자가 된다. 학생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대학에 가지 않아도 문화를 향유하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사교육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할 일이 없고 볼 프로그램이 없어서 게임을 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면서 놀 수 있을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성은 더 무브 예술감독은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소외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다 보면 과부하 현상이 일어난다. 자극을 주면 반응이 와야 하는데 하도 많은 교육을 무료로 받다 보니 아이들이 멍해져 있다. 한편으로는 부모가 이혼해서 할머니가 키우는데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사교육을 못 받고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하는 절실한 친구들도 있다. 학교에서도 교육을 해보면 학원보다 좋은 선생님들인데도 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공짜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15명이 오면 중간에 반은 학원에 가버린다”며 무료 교육의 폐해와 교육 기회의 불균형 문제를 언급했다.
연극 분야 예술강사를 10년째 하고 있다는 참가자는 “정부에서 문화적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려고 하다 보니 강압적이고 일방향적인 제도와 방법이 나온다.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어릴 때부터 문화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명하면서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창의력 발현의 기초이다.창의력 발현의 수단이 문화예술교육이다. 각자의 내면에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묶여서 창의력으로 나온다. 학생들을 21세기의 주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전환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을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게 한다는 교육적인 목적이 아닌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보다 보니 갈등과 문제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유진 문화기획자는 “생존수영이 교과서에 들어가면서 학교에 수영 수업은 있는데 수영장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책에는 시간과 의미가 채워져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정명 교수는 “정치인들은 무언가가 좋아 보이면 준비 없이 실행부터 시킨다. 그러면 당장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목숨 걸고 달려든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당해내지 못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문화적인 성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것이 예술교육의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김현규 부회장은 “문화예술은 소외된 사람과 학생을 구제하는 교육도 아니고 천재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문화예술을 하면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지만 게임도 문화다. e스포츠 선수 페이커(이상혁)의 연봉은 35억 원이다.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도티는 초등학생의 대통령이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사교육 시장과 교육환경의 프레임에 문화예술을 넣으면 안 된다. 작년 씨티은행은 지점의 80%를 폐쇄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더 이상 은행원, 판검사가 아니다. 변화에 맞춰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며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연극 분야 예술강사도 “인공지능의 시대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선생님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다문화 사회도 배제할 수 없다. 20~30년 후에는 그들이 한민족의 구성원이 된다. 다문화를 담아내는 방법은 문화적인 교육밖에 없다. 향후 이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을 추가했다.
김혜준
전 부천문화재단 대표
이동민 위원은 문화예술교육이 입시제도의 틀 안에서 제대로 작 동하지 못하고, 예술강사 지원사업처럼 사업 단위로 지엽적인 문 제만 논의하다 보니 근본적이고 큰 틀에서의 변화와 개선에 대한 단초를 잡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준비단은 문화예술을 특정 영 역이 아닌 사회 전반에서 다루어야 하는 의제로 등장시켜야 제반 환경이 좋아지며, 헌법과 문화기본법, 문화헌장에 대한 근거를 만들고 타 부처와 연계해나가기 위해서는 제도, 법,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와 미래, 세 대 간을 연결하고 보편적인 부분과 특수한 부분을 같이 아울러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다음 토론회에서는 직업으로서의 문화예술 인의 권리와 지위, 환경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앞으로 계 속될 현장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현장의 의견이 수렴된 ‘문화비전 2030’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토론 내용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며 [문화+서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글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 ·사진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