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SM,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적인 대형 기획사들이 잇따라 인디신에
눈을 돌리면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YG는 ‘하이그라운드’를,
SM은 2014년 시작한 레이블 ‘발전소’와 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를 설립했다.
6월에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서브레이블 ‘문화인’을 지원하며 화제가 됐다. 좋은 음악을
대중에게 더 잘 알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과, 종국에는 자본이 음악의
다양성을 압박할 것이라는 불안 섞인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가운데 대중음악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지형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전문가들이 모여 이야기 나눴다.
- 사회 |
- 임희윤동아일보 기자
- 토론 |
- 이경준대중음악 평론가
- 장규수연예산업연구소 소장
- 이윤혁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
- 안정일현 렛잇비 대표, 전 CJ E&M 음악사업부문 음악제작팀장
- 일시 |
- 2016. 9. 5(월) 15:00~17:00
- 장소 |
- 서교예술실험센터
오늘의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해오셨을 것 같은데요. 먼저 돌아가면서 한 분씩 개요를 말씀해주실까요.
장규수이 주제가 화두가 된 것은 ‘문화인’의 설립 때문인 것 같습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가 ‘문화인’이라는 인디레이블을 출범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논란이 되었지요. 거대 자본을 가진 회사가 산하 레이블을 만드는 것인지, 인디레이블 시장에 진출하는 것인지, 그리고 자본 종속, 인디업계의 영향 등 몇 가지 문제점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로엔에 ‘문화인’이 있고, YG엔터테인먼트(YG)에는 ‘하이그라운드’, SM엔터테인먼트(SM)에는 ‘발전소’가 있는데요. 이들은 인디레이블인가요, 아닌가요.
이경준 일단 용어상의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일련의
보도자료를 보면 영리한 공생, 창의성 수혈, 자원의 보고, 저비용 고효율 등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보고 있거든요. 다분히
의도했기 때문에 이렇게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이
명목화한 것처럼 인디의 창의성 고양 내지는 다양성 수혈을
위해 돈을 투자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저비용
고효율, 공생을 말하면서 창의성 수혈을 말하는 것은 언어도
단인 것 같아서 부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큽니다.
안정일 제가 보는 서브레이블 이슈와는 개념이 다른데요. 인디 얘기가 언급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투자를
받은 쪽에서는 대형 회사 레이블의 이미지적인 부분과 자기가 못하고 있는 마케팅적인 툴을 이용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투자한 회사는 여러 레이블로 음악의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겠지요. 최근 산업이 변화하면서 레이블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졌어요. 콘텐츠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수명이 짧아지면서,
자기 콘텐츠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출시 전 후 몇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올인해야 합니다. 많은 미디어를 동시에
커버하려면 자본과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대형 회사가 아니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거든요. 도움을 받거나 조직을 불릴
수 있는 기회를 상호간에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장규수 한국 음악 산업의 흐름을 볼 때 지금이 딱 이러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고 회사별로도 조금씩
환경이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YG는 테디, 타블로, 싸이처럼 아티스트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특색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대표와 윈윈(win-win)하는 분위기로 가기도 합니다. SM은 요즘 EDM이 유행하니 EDM레이블(스크림 레코즈)을 하겠다고 하고요. 장점은 첫째 수익 다각화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SM이 아이돌 음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악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음악의 다양화, 안정적인 사업을 하기 위한 창작 시스템의 구축 등 여러
환경에서 이런 시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윤혁 레이블의 입장에서는 할 일도 많아졌고 경영 자체도
디테일해졌습니다. 이런 것이 쌓여서 진입장벽이 될지, 기회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협회 입장에서는 공연을 만들고 마케팅적인 솔루션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든지 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요청이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언가 변하고 있는 것은 맞는데 어디로 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경준 영국에서는 보통 세 가지 기준으로 분류하는데요. 첫째, 계약과 유통에 도움이 될 것인가. 둘째, 메이저 유통만 도와줄 것인가. 셋째, 메이저 소속에 들어가 있을 것인가입니다. 한국의 발전소, 하이그라운드, 문화인, PSYG는 세 번째에 해당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창의적인 측면, 작곡적인 측면에 (회사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생각되고요. 자본이나 경제 논리를 떠나서 거대 자본 레이블에 얼마나 이득이 될 것인지는 회의적입니다.
안정일 창의성에 제한을 둘 수 있는 관계를 설정한 회사는 아직까지 없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의 창의성이나 회사의 창의적인 시스템을 보고 투자했기 때문에, ‘이런 거 만들어야 잘
팔릴 것 같다’고 할 만큼 그림을 그려놓은 회사는 아직 없어보입니다. 제가 핵심적으로 본 부분은 기존 음악 산업의 투자자가 누구였나 하는 문제거든요. 기존에는 유통사, 레코드사가 산업 내부의 자본가들이었어요. 로엔이나 CJ는 유통사
출신이기도 하지만, 제작사이던 SM, YG, JYP 같은 회사들이
투자자로 나서기 시작한 측면이 강해서요. 3사가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산업 내의 주체가 투자자로 나서고 서브레이블을 둔다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죠.
지금의 상태는 윈윈에 가깝겠네요. 레이블 쪽에서는
돈과 네트워크가 생기는 것이고 음악적인 독립성도 보장받고요.
그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임희윤 동아일보 기자
콘텐츠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수명이 짧아지면서, 자기 콘텐츠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자본과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도움을 받거나 조직을 불릴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안정일 현 렛잇비 대표, 전 CJ E&M 음악사업부문 음악제작팀장
지금의 상태는 윈윈에 가깝겠네요. 레이블 쪽에서는 돈과 네트워크가 생기는 것이고, 음악적인 독립성도 보장받고요. 그렇다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경준 바라보는 전제가 다른 것 같아요. 공생, 수혈,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시혜적인 관점이거든요.
인디가 아니라 오버와 언더로 보는 것이죠. ‘너희가 미약하니 우리가 끌어올려서 메이저로 만들어주겠다’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과연 앞으로 아무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하이그라운드, 문화인에 들어간 인디 밴드·아티스트들도 솔직히 말해서 돈이 되거든요. 앞으로 소위 말하는
단물이 빠졌을 경우가 크게 우려됩니다. 베풀어주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 자본이 과연 독립성을 지켜줄 것인지에
의혹이 생기는 겁니다.
안정일 새로 영입된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게, 기존의 환경과는 달라진 곳에 들어간 것이거든요. 회사들이 얼마큼 매니지먼트를 잘하고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요. 기존에 혼자서 많은 것을 감당할 때와는
다른 시스템 안에서의 수익 분배라든지, 자기 활동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이윤혁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사업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인데,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생각할 게 더 많아지는 거죠.
안정일 이제는 ‘어떤 음악을 만들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서 요구하거나 매출을 위해 이미지를 활용하는 일이 생길 거예요. 아티스트가 기존에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메이저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면서 새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분명 차원이 다를 겁니다. 실제로 이미지를 소비해서 도움이 될 아티스트도 있지만 기존의 이미지까지 망칠 아티스트들도 있기 때문에 회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것을 시키지는 않을 거예요. 새로운 국면이 생기는 것은 분명해요.
장규수 예전과 달리 지금의 상황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이라고 봅니다. 15년 전 청소년의 절반은 HOT, 절반은
젝스키스 팬으로 나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다양성이 있습니까. 그중 누가 대중성을 가지느냐, 상업적으로도 이슈가 있느냐의 차이이지 다양성은 있는 겁니다.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공정한 시장이 형성돼야 하고, 소수가 선택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을 막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죠.
미국에는 대형 에이전시들이 프로덕션의 지분을 몇 프로 이상 가질 수 없는 제도가 있습니다. 전속된 사람들만 쓰면 다른 사람들이 기회를 잃고 대자본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시장이 너무 작고 역사가 짧다 보니 제도적으로라도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면 이런 문제들이 사전에 예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너희가 미약하니 우리가 끌어올려서 메이저로 만들어주겠다’를
전제로 하는데, 시혜적인 관점에서 출발한 자본이 과연 독립성을
지켜줄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경준 대중음악 평론가
해외에서 거대 자본이 인디 뮤지션에게 투자해서 우려하는 일이 벌어진 사례가 있을까요?
이경준 안 좋은 일보다는 편승하는 경우가 많았죠.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유행한 그런지(grunge)의 경우, 서브 팝(Sub Pop)이 뜨고 밴드 너바나(Nirvana)가 뜨니까 투자한
경우가 있었는데, 명반들도 나왔지만 끝이 별로 좋지 못했고요. 한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그대로 붙이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다양성은 사실 아티스트가
만들어가는 것이거든요. 누가 주입해주지 않아도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요. 시스템이나 자본으로 길들이려고 하는 자체가 다양성의 정의에 위배되는 것 같아요. 표준화하는 다양성이잖아요. 특정한 방향이나 자본의 힘으로 다양성을 눌러서
원하는 다양성을 만들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임희윤 너바나가 인디에서 1집을 내고, 2집 <네버마인드(Nevermind)>로 록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고들 하는데요. 그때 사실 너바나의 리더였던 커트 코베인은 <네버마인드>가 굉장히 영악한 팝앨법이라고 얘기했잖아요. 만약 너바나가 일종의 영합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 워싱톤 주에 사는
소수의 인디음악 마니아들만 그들의 음악을 알고 넘어가지
않았을까요?
이경준 그런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을 것 같아요. 물론 그후의
성공이 커트 코베인의 자살에 영향을 주었지만 음악적인 면에 대해서는 회사가 간섭을 거의 하지 않았고 1집의 음악을
2집에서 멋있게 잘 구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의 경우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보호해주고 널리 알려야겠다는 이유로 시작했다기보다는 경영적인 마인드로 출발했기 때문에
그런 선례가 또 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
안정일 저는 산업 안에서 새로운 아티스트를 개발하고 경영하는 부분에서 우려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음악이 중간에 치고 나와서 그 안의 강자들을 위협하고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는 산업 시스템이 계속 유지되었단 말이에요. 이제는
대자본이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 편승하지 못하면 그 기회조차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주류 혹은 인디였는데 대중의 사랑을 폭넓게 받기 힘들어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로엔이나 CJ처럼 음원 유통까지 하고 있는 곳은 아티스트에게 투자하는 개념이 되어버리잖아요. 그게 레이블화 되어 있으면 깃발 아래 모인 뮤지션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될 수 있어서요. 요즘 하루에 적게는
50개, 많게는 100개가 넘는 음원이 나오는데 메인 화면에 걸리지 않으면 없는 음악처럼 취급당하거든요. 그것도 24시간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과연 인디레이블과 뮤지션들이 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경준 생각 자체가 이미 인디를 아래로 보고 있어요. 누구나
자신의 음악이 뜨고 알려지기를 바라겠죠. 그러나 인디에 있는 많은 사람은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하지는 않아요. 자기
음악을 들어주는 소수의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거든요.
그것이 인디의 출발점이고요. 인디 음악 마니아들은 국내에
약 3,000명 내외로 봐요. 그 수가 갑자기 아이돌의 팬처럼 10만 명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무슨 음악을 하든지 내 음악의
독립성과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으면 아티스트라는 증거인데요. 오히려 지금은 그런 친구가 많아졌어요. 레이블에서
눈치 안 보고 혼자서 만들고 릴리즈하는 친구들이 과거 레이블들이 했던 것을 대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분들은 대형 자본의 투자를 바라지 않고 자기 음악을 하면 되는 것이고요. 인디 뮤지션이 자기 음악을 조금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서브레이블로 들어가면 되겠네요. 그럼 그냥 평화로운 상태 아닌가요.
이경준 평화롭게 있는 사람들을 괜히 깨워서 울타리 안으로
집어넣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오고 싶은 사람들을
막지는 않겠지만 전체 신을 도매금으로 넘기는 느낌이 들어서요.
장규수 시장이 다르다고 볼 수 있겠지요. 경제적으로 힘이 있다고 해서 작은 시장까지 다 먹고 자기 파이를 늘리겠다는
나쁜 마음을 먹는 쪽도 있겠지만요. 지금 상황은 투자받은
상장사들이 다양한 사업을 한다는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니까요. 강자가 약자를 먹으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최근 아델이 소니와 계약했더라고요. <헬로(hello)> 앨범까지 XL 레코딩스 소속이었지만 계약이 끝났고, 이미 미국 유통은 소니가 담당하고 있었어요. 이런 경우 2집과 3집 앨범이 인디음반사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음악적 색깔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정일 아델이 밴드였으면 음악 색깔이 변한 게 눈에 보였을 겁니다. 누구의 영향이라고 얘기하기가 그런 게 아마 옮기기
전 음악 스태프를 다 데리고 왔으면 하나도 바뀌지 않았겠죠.
다른 환경에서 만든다면 분명 다른 음악이 나올 것이고요.
이경준 용어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는 계속 인디레이블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전략적인 선택이었는지 실수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관계는 사실 ‘서브레이블’로 보는 게 맞고요. 그렇게 말하는 의도가 인디레이블로 포장해서 보이고 싶은 것인지, 명목상 레이블을 두고 싶은 것인지, ‘발전소’든 ‘하이그라운드’든 ‘문화인’이든 용어
설정을 정확히 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윤혁 해외와 다르게 한국에서 인디레이블이 자체적으로
서브레이블을 두는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요, ‘마스터플랜’이 최근에 ‘광합성’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고요. 인디에서
시작해서 성장한 회사들이 서브레이블을 거느리게 되는 경우를 SM, YG, JYP 등 대형 레이블의 서브 레이블 및 로엔, CJ엔터테인먼트의 서브레이블과 비교했을 때 종국에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어요. 갑자기 너무 잘 풀려서
커져버리면, 분사할 수 있는 거잖아요. 사실 발전소와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보면 구분이 가능한가 싶기도 해요.
이경준 저도 구분이 모호한 지점이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해피로봇 레코드나 마스터플랜을 인디로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있고요. 규모가 커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만 단어의 연원이나 기원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이 좋으니까요.
소규모 제작사들이 오래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다양한 아티스트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음악의 가격, 분배 방식 등
최소한의 제도나 생존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윤혁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
그러면 앞으로 서브레이블이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이 정도에서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경준 인디레이블 얘기를 들어보면 90% 이상 접을 것 같다고 해요. 푸념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팀을 줄이고 있지 늘리는 곳은 없거든요. 오히려 인디레이블보다는 자기가 제작해서 릴리즈하고 홍보하는 방식으로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이윤혁 그러한 최근의 트렌드를 ‘안녕하신가영’이 잘 보여주고 있죠. 같이 일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요.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본인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서 직접
움직이는 형태로 계속 음악을 할 것이냐, 파트너를 찾을 것이냐, 파트너를 찾는다면 어느 수준을 목표로 할 것이냐 고민이 많아질 것 같고, 회사 입장에서는 규모별로 다양하게
접근할 것 같아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지분과 가능성을 확보한 회사들은 이미 대부분 투자를 받은 것 같아요.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요. 당분간 이합집산이 있을 것 같고요.
안정일 지금 기획사 출신의 자본 말고 업계에 돈을 투자하는
자본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 같아요. 서브레이블 내에서
이합집산은 이뤄질 수 있으나 대형 자본을 중심으로 다시 기회가 생길까 싶어요. 왜냐면 많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언가를 찾고 있거든요. 수익률이 낮다 보니 몸집을 줄이는데,
줄이면 더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면 연합을
하거나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받을 길이 막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본이 투자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아야 하는데
그런 시절이 지났잖아요. 스트리밍 서비스 위주의 매출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에서는 콘텐츠 하나의 부가가치가 작아서
산업 밖의 자본이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요.
지금이 서브레이블이 생겨나는 과도기적인 시점이고 그나마 어떻게 보면 마지막 투자일 가능성마저 있다, 이런 말씀이죠?
이윤혁 중소 제작자 분들이 위축돼 있는 분위기이긴 해요. 거의 혼자 아니면 두 명이 일하는 회사인데요. 협회가 노력해서 도와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요. 투자를 받아서 회사 조직을 구축하지 못하면 다양성을 담보로 하는 수많은 좋은 회사와 아티스트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고 있어요.
서브레이블을 만드는 큰 기획사, 운영하는 분들,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에게 조언할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장규수 인디 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제작의 세련미라든지 마케팅의 과정이라든지 큰 조직의
노하우를 충분히 수용하면서 발전할 기회가 생길 수 있거든요. 대형 레이블도 너무 틀에 박힌 청소년 위주의 음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 새로운 창작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상호 간의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너희는 이쪽
영역, 우리는 이쪽 영역이라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조금씩 접점이 생기면서 자기의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윤혁 저는 생존이 중요할 것 같아요. 소규모 제작사들이 오래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다양한 아티스트가 보호받을
수 있고요. 투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되어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부가 모든 문화예술 활동을 책임져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어떤 제도적인 틀이나 생존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건 음악의 가격일 수도 있고, 분배 방식일 수도 있고,
지원 제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서브레이블을 하건 자기 혼자 계속하건 크게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안정일 서브레이블 전체가 아니라 인디를 화두로 하고 있는
서브레이블이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될 것 같아요. 잘 안되면 자본 입장에서 또 독립군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중요한 선례가 될 것 같아요.
이경준 저는 간섭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케이팝(K-POP)으로 묶으려는 시도 자체도 탐탁지 않고요. 2,000명이든 500명이든 음악의 완성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꾸 길들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은 대형 에이전시들이 제작하는 프로덕션의 지분을
몇 프로 이상 가질 수 없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렇게 제도적인 가이드라인을
두면 다양성이 파괴되는 문제가 사전에 예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규수 연예산업연구소장
여러 서브레이블 중에서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에서든 기대되는 레이블은 어디일까요.
안정일 문화인은 잘되었으면 좋겠고요. 여러 회사가 합쳐져있는 상황이어서 계속 지켜봐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결과에 투자자가 얼마큼 기여할 수 있었는지도 봐야겠죠.
이윤혁 저도 문화인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업계에서 활동하던 회사들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투자받은 케이스잖아요. 그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장규수 그동안 인디에 계셨던 분들이 좋은 환경을 가지게 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대중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요. 하이그라운드는 YG가 아티스트나 작곡가들의 의향을 믿어주고 자생하도록 해주는 분위기라서 재미있는 결과물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이경준 저도 어떤 의미에서든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투자를
많이 받든 좋은 음악을 내든 시너지를 내든, 개인적으로 부정적이지 회사나 신 자체가 붕괴되길 바라는 건 아니니까요.
로엔은 유통과 제작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구조인데, 잘될지
모르겠어요. 걱정은 되지만 열심히 해서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쨌든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2~3년 두고 보면 다른 얘깃거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마침 어제 한 서브레이블 관계자를 만났는데요. ‘아직까지는 아무 간섭도 받지 않는다. 솔직히 너무 좋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5년 뒤에 만나도 그런 얘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 정리 전민정
- 객원 편집위원
- 사진 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