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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8월호

신당창작아케이드 10주년 대담 신당창작아케이드의 ‘비약적 도약’을 위해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서울중앙시장 신당지하쇼핑센터에 자리 잡은 공예 전문 창작공간으로, 지난 2009년 개관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아 1기부터 현 10기까지 1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시 <Quantum Leap: 비약적 도약>을 연다. 전시를 준비하며 신당창작아케이드의 과거 10년을 돌아보고 미래 방향성에 대한 담론을 만들기 위해 대담 시간을 가졌다. 신당창작아케이드가 현재 취지에 맞게 잘 활용되고 있는지 공예 분야 레지던시로서의 성과와 장단점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구상까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일시
2019년 7월 2일(화) 오후 2~4시
장소
신당창작아케이드 커뮤니티룸
모더레이터
  • 오화진(신당창작아케이드 10주년 기획전시 전시감독, 전 2~8기 입주작가)
패널
  • 김종휘(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 금기숙(전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 현 유금와당박물관장)
  • 라도삼(서울연구원 전략연구실 실장, 선임연구위원)
  • 안강은(기획자, 현 이레코레 대표)
  • 신혜정(전 4~5기 입주작가, 현 성신여대 금속공예과 교수)
  • 류종대(현 9~10기 입주작가)

오화진

김종휘

금기숙

라도삼

안강은

신혜정

류종대

오 화 진

먼저 신당창작아케이드에 대한 이미지를 여쭤보려고 합니다. 신당을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시는지요.

안 강 은

신당창작아케이드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실체를 알게 된 지는 3~4년 정도 되었습니다. 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입구부터 굉장히 특이하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데요. 저는 이것을 장점으로 특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입주작가의 분야나 경력이 다양한 것도 장점이고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나 서울디자인재단과는 또 다른 정체성을 갖고 프로모션을 하고 유통도 해야 하는 곳이잖아요. 초점을 제대로 맞춰서 적절한 전문가와 함께 내부적으로 잘 풀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슈가 될 만한 정체성이 있습니다.

금 기 숙

신당에 처음 와봤을 때는 낯설지만 신선했고 생동감이 느껴졌고요. 젊은 작가들에게 공간을 준 것 자체가 좋았어요. 다만 시장에 가면 공예적이고 예술적인 상품이 많을 거라 예상했죠. 여기에서 생산하는 작품이나 공예품은 사람들의 의식주와 연결돼요. 섬유가 패션과 연결되었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처럼, 그릇은 테이블에서 쓰임새가 있어야 해요. 이런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상의하면서 발전해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만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유통되고 돈이 들어와야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작품은 멋있는데 제자들을 보면 항상 배가 고픈 것 같아요.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작가들이 들어와 성장하는 곳이라면 유통과 판매가 이뤄지는 공간이 밖에 하나 더 있으면 좋겠어요. 이제 10년이 되고 나니 무언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안 강 은

시장이라는 플랫폼은 좋지만 상인과 창작아케이드 간에는 이질감이 있어요. 상생해서 맞물려가는 게 보이지 않는 점이 가장 아쉽고요. 젊은 층을 유입하기 위해 SNS용 포토존이 될 만한 공간의 비주얼부터 신경 써야 할지, 작가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구조로 가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금 기 숙

제품을 유통할 제2의 장소를 하나 마련해서 띄워준다면, 작가들은 지하에서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 화 진

류종대, 신혜정 작가님은 신당에 들어오기 전에 신당이 어떤 이미지였고, 입주 후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과거 신당의 이미지와 최근 이미지는 차이가 있을 것 같거든요.

류 종 대

저는 석사과정 동기 중에 8기 입주작가가 있어서 실제 환경이라든가 지원에 대한 정보를 들었어요. 일본에서 레지던시를 하고 들어왔던 시점이라 개인 작업실보다는 레지던시에 도전해보고 싶었고요. 알아보니 매년 38개 팀이 입주하고 목공, 섬유, 도자, 금속, 기타 등 모든 장르를 다루는 공예 분야 종합 레지던시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타 장르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고 경쟁도 하고 기회가 되어 협업도 하면 작가 활동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 같았습니다.
10년 전 중앙시장 맞은편에서 자취를 했는데, 그때는 시장 안에 들어올 일이 없었습니다. 10년 후 시장 내부에 들어와 상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갤러리 밖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출퇴근길의 환경 자체가 주는 생경함이 작업에 동기부여가 됩니다. 지하에 있고 공간이 좁다 보니 목공 작업에는 제약이 많지만,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은 장점 같습니다.

신 혜 정

저는 미국에서 8년 동안 생활하다 귀국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신당을 알게 되어 지원했습니다. 이 공간을 직접 둘러보니 흥미로웠어요. 전 세계적으로 이런 곳이 있을까요. 특히 제 방은 횟집 바로 옆이어서 매운탕 냄새를 맡으면서 작업했어요. 모든 상황이 절박했던 시기라 감사하게 생각하며 있었고요. 신당동은 종로, 동대문과 인접해 재료 구입에 쓰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작가 활동을 하다 보면 소속감이 없어서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 하는 걱정에 기분이 다운될 때가 많은데, 이곳에 있는 40여 명의 작가가 하나의 공동체 같다는 느낌도 좋았어요. 4기, 5기 동기들과는 아직까지 연락하면서 서로 의지하며 지내고 있어요. 또 다른 모교 같아요. 돌아보면 신당을 통해 참여하고 활동했던 경력은 저를 엄청나게 프로모션해주었어요. 밖에서 볼 때는 신당이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자체가 새로운 느낌이었는데요. 이제는 유사한 창작스튜디오들이 생기다 보니 신당만의 색깔을 나타낼 때가 되었어요. 그것은 장소 제공뿐 아니라 공예의 큰 미래를 기획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라 도 삼

이 공간을 처음 기획한 때가 2007년 즈음인데요. 당시 ‘아트인시티’ 프로젝트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작품과 지역을 결합하는 방식이 아닌 작가와 지역을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더불어 당시 나타난 현상이 또 하나 있었는데, 시장에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문전성시 사업 등이 그것인데, 컬처노믹스라 불리는 창의문화도시를 계획하면서 이 두 요소를 담기 위해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관에서 사용한 ‘아트 팩토리’란 개념을 갖고 왔어요. 성수, 금천, 문래 같은 낙후된 지역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지역을 바꾸고 그 과정을 통해 작가들도 스스로 발전하는 콘셉트였지요. 장르별 창작스튜디오는 별도였고요. 그런데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 두 개념은 창작공간이란 개념으로 통합되었지요.
신당창작아케이드에는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욕망과 공예 작가를 이용해 마켓을 만들겠다는 욕망이 있었어요. 신당에서 공예 장르를 하면 작품을 팔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죠. 실제 초기에 마켓도 열었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어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작가마다 붙어서 작품을 상품화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어요. 저희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혁신을 탐구할 수 있는 공동 창업을 꿈꿨는데, 현실은 작가들의 개인 작업공간 형태가 되면서 이해 간극이 넓어졌죠.
지역사회와 이 공간은 여전히 이질적으로 느껴져요. 적절한지도 의문이고요. 아마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선택해야 할 것 같아요. 전업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지역혁신의 공간으로 재구성할 것이냐. 지금 현재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쓰고 있다면, 전 과감하게 작가의 공간으로 갈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작가들이 작업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겠지요.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면 그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비약적 도약’을 만들려면 그러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금 기 숙

첫 번째 의도가 좋았지만 실패는 아니고 방향이 전환된 것 같아요. 이제 조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 도 삼

당시 저희가 지역사회 개입을 중심에 두었다면, 재단에서는 장르별 작가들의 공간 요구를 우선시했어요. 서울시는 마켓과 시민사회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욕망이 있었고요. 이 세 가지 욕망이 겹친 게 창작공간 같아요. 때문에 성과 목표에 ‘시민들이 얼마나 오는가?’, ‘얼마나 판매되는가?’ 등이 들어 있는 거예요. 이건 현실적으로 적합한 지표가 아닙니다. 10년이 지났으면 정리할 것은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10년이 반복될 우려가 있습니다.

독특하지만 열악한 환경
오 화 진

이번에는 물리적인 환경 문제를 토로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작품 운송부터 힘들어요. 주차 문제가 있어서 상인들이 드문 새벽이나 밤에 해야 하고요. 작품의 크기도 신당에 맞춰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가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횟집 옆에 있었는데 섬유 작업을 하다 보니 전시장에 가면 작품에서 비린내가 났어요. 작업공간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신 혜 정

공예는 사실 도구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여기는 긴 복도식인데 공동 작업장이 한쪽 끝에 있어서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2년 동안 있으면서 반대편 방 작가들은 얼굴도 몰랐어요. 크게 4개 정도의 섹션으로 구분되고 섹션별 작가들만 교류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흥미롭고 독특하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굉장히 열악한 공간이지요.

류 종 대

저는 나무와 친환경플라스틱을 활용해서 아트퍼니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횟집 쪽은 습도가 높아서 작업하기가 조심스럽고요. 경사로에서는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재료와 작품을 운반할 때 주의를 요합니다. 스튜디오 내부는 계단식이라 공간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지고요. 세상에 완벽한 레지던시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능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작가들이 좀 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 화 진

외부에서 투어를 올 때 공예 레지던시라고 체감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비주얼 문제도 있습니다.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초기 입주작가들은 신당을 경력에 넣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멋있어 보이지 않는 거죠.

류 종 대

중앙시장 정문(지하철 방향) 쪽에는 주정차를 전혀 할 수 없습니다. 무리하게 시도하면 시장 상인들과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고요. 반대편의 후문 근처에서 주정차를 하고 작품을 운반하는데, 큰 작품을 옮기거나 작품 수가 많은 개인전 운반의 경우에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주간에는 상인들이 인도와 도로를 점거해서 더욱 어렵고요. 야간에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라 도 삼

‘아케이드’라는 이름을 쓴 것은 아마도 여기가 시장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창작공간보다는 다양한 공예제품이 전시되고 유통되는 장터 개념을 상상한 거죠. 그런데 실제 운영은 작업공간으로 했어요. 때문에 창작공간으로서 이 공간이 적절한지 고민해봐야 해요. 공간 자체가 원래 창작공간으로 상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공간은 창작공간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공간을 다시 설계해봐야 해요. 지역사회에 맞는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오 화 진

대표님께 질문하고 싶은데요. 신당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어떤 상황이 연상되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 종 휘

10여년 전부터 재단이 운영해온 여러 창작공간들은 각각의 콘셉트가 있습니다. 그중 문래예술공장, 금천예술공장, 신당창작아케이드는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명분을 걸 만했습니다. 당시 서울에 스튜디오나 레지던시가 부족한 상황이었고요.
지금 와서 보면 금천구, 영등포구, 중구가 가장 핫한 도시재생지역이 되었어요. 이것은 10여 년에 걸친 인프라의 변화입니다. 거버넌스로 보면 3개 공간 모두 최초 콘셉트는 좋았지만, 지역사회의 주민과 만날 준비가 덜 되어서 진척되지 못한 것 같아요. 프로그램으로 보면 금천은 주거를 포함한 작업공간을 1년 동안 폐쇄적으로 보장해주기 때문에 작가들 간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문래는 다원예술인데 각종 지원금을 주고, 호스텔은 숙소로 씁니다. 신당은 숙소가 없고 노출형입니다. 2개의 공간에 비하면 단위면적당 편익 측면에서 가장 열악합니다.
사회적 수요 차원에서는 10여 년 전의 콘셉트를 계승하되 사회의 달라진 당대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신당은 10기에 걸쳐 형성된 스토리를 공유하는 작가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단으로서는 10년이 지나면서 공간 자체의 리뉴얼이나 이전에 대한 필요가 도출되고 있습니다. 신당은 서울시 소유에 서울시설공단이 운영주체이고 재단에서 임대해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구청에서 중구 내의 이전을 제안했는데 공간이 마땅치 않아 잠정 중단한 상태입니다. 다음 단계의 콘셉트와 프로모션 등에 대한 정체성을 명확히 한 후 재오픈 하자고 제안하려고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당의 10년 기반에 대한 논의와 제안의 배경과 비전을 정리하고 이에 합당한 공간을 찾는 방향으로 변경하려고 합니다.
서울시는 10여 년에 걸쳐 창작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재단에 쌓이다 보니 곡예처럼 여러 개의 접시를 동시에 돌리고 있습니다. 각각 돌리는 것은 더 이상 답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창작공간 2개를 합치면 재단 직원들이 본연의 기획 업무를 하면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 외부의 전문적인 마케팅, 프로모션 등과 협업할 수 있습니다. 재단 내부의 수요도 3개의 창작공간에 같이 걸려 있고요. 그중 신당에서 가장 먼저 시도해보기 위해 의견을 모으는 중입니다.

오 화 진

대표님 말씀과 연결해서 레지던시의 역할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은데요. 공간을 확장하거나 이전하든 신당의 역할에 대한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신 혜 정

얘기를 나누면서 이곳을 기획했던 서울문화재단의 활용 의도와 입주한 작가들의 비전이 너무 달랐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재단 측에서 일상적인 생활용품 생산 수준의 공예 레지던시를 추구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지원도 해보고 심사도 해봤지만 수준이 굉장한 작가들이 와요. 기획한 팀과 실제 입주한 작가 사이에 공예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일차적으로 있고요. 이 간담회를 계기로 앞으로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최고 수준의 공예를 지원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해외 아트페어에 작가를 보내주거나, 진출 기반을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준 높은 공예 시장을 두드려야 하는 타이밍입니다.

오 화 진

금기숙 교수님은 패션을 전공했지만 기법 자체는 공예적이고요. 작가로서 파인 아트 성향도 강한데요. 작가와 교육자의 입장에서 공예계에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안강은 선생님은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이야기해주었으면 합니다.

금 기 숙

우리나라는 무언가를 기획하고 관리할 때 끝까지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스스로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데요. 그 사람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성공할 사람은 성공합니다. 관리자들이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성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은 작가들이 작업하고 실험하는 공간으로 두고요. 예를 들어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제2의 공간을 열어서 우수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 시설이니 재단에서 입주작가들과 연계해보면 어떨까요. 해외 페어에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창작은 여기에서 하고 돈의문에서 판매하면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을 찾아올 겁니다. 신당 출신 작가 130명이 모여서 10주년 전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성과입니다. 10년 동안 배출한 작가 중 10%만 성공해도 대박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해서 10년까지 가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지금 새로운 콘셉트에 대한 요구가 있으니 다음 단계에서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라 도 삼

저는 공예와 이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의 기본 방향은 더 이상 창작공간이나 레지던시를 짓지 않는 것입니다. 작업자들의 공간을 지원하는 전략으로 변했습니다. 대규모 시설을 짓는 비용으로 훨씬 더 많은 작가를 지원할 수 있거든요. 이 공간은 리모델링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서울시설공단 소유라 재단에서 마음대로 고치지도 못합니다. 공예 작가들이 여기가 적절하다고 하면 유지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절한 전략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지금 서울시에서 만들고 있는 공예박물관의 규모가 큰데 이곳을 생산과 전시와 유통의 공간으로 어떻게 써나갈지 발전적인 논의를 할 수 있고요. 신당은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워크숍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설계자 입장과 실행자 입장에서 거리가 많이 생긴 사업이라 새로운 방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안 강 은

패션이 오트쿠튀르와 프레타포르테 라인으로 분리되듯이, 공예 작가들도 작품과 상품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작품성과 생계유지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습니다. 신당은 작가 간의 갭이 크기 때문에 프로모션과 매니지먼트를 분리해서 작가별 맞춤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기획자로서 저는 작가와 작품만 보고 시작하는데요. 패션, 공예, 디자인, 파인 아트를 다 섞어서 전시하다 보니 기업과도 연결되고 작가들끼리도 연결되고 생각지 못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어요. 답답한 것은 영역, 분야, 소재, 기법을 국한하는 것입니다. 작가별, 분야별로 적절한 프로모터가 붙어서 전략적으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 화 진

해외에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면 반응이 어떤가요.

안 강 은

한국 작가들은 해외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에 와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판은 이미 벌어져 있으니 신당에서는 어떤 정체성과 명분과 콘셉트로 참여할지를 짜야 합니다.

오 화 진

저도 신당에서 좋은 기획자를 만나 좋은 전시를 하며 혜택을 받은 것에 고마움이 있는데요. 다양한 작가군과 기획자를 연결해주는 것이 레지던시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입주작가 입장에서 좀 더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류 종 대

작가는 제 직업입니다. 기획자나 행정가들이 좋은 계획을 실행해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공예인으로서 직업인들은 나름대로 시장의 수요와 흐름에 맞춰 공예 상품을 개발하고,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하고, 해외 전시 등에도 전략을 세워 접근하고, 장르 간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정책과 기획을 떠나 작가 활동은 저희의 직업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 운반과 관련한 안전상의 문제는 대안 공간을 찾거나 혹은 기존 공간을 개선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오 화 진

마지막으로 신당에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얘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금 기 숙

행정하는 분들이나 작가들이나 각자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은 10년, 20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아요. 우리는 행정을 하다가 안되면 바꾸잖아요.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를 또 겪어야 해요. 일관성 있게 꾸준히 하고 소통해서 처음의 콘셉트가 마지막까지 잘 이뤄지도록 협력하면 좋겠습니다.

김 종 휘

일관된 행정은 저도 바라지만 그렇게 해서는 도리어 안 될거란 생각이 듭니다. 기획, 결정, 실행은 자치에 가깝게 가고 행정은 감당해야 할 두께를 얇게 만들어나가야 직원들이 공공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고 자기 성장이나 비전을 가질 것 같습니다. 지금껏 해온 것이 어쩌면 경직성 측면에서 일괄된 행정에 가깝습니다.
어디서 누구든 일을 하나 벌이면 그것을 다른 것과 연결하는 것이 제가 할 일 같습니다. A, B, C를 대비해놓고 무엇이 걸리면 실험해보는 것이 가능해야 합니다. 공간을 어떻게 할지 말지를 포함하되 대체 공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지난 10년의 상황이 구약이라면 이제 신약이 필요하다는 안팎의 공감대를 잘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신 혜 정

사실 저한테는 굉장히 고마운 공간이에요. 작가 스스로 이런 공간의 소중함을 알고 최선을 다하고 작가들끼리 움직여야 새로운 일도 생기는데요. 작가들은 어느 순간 이런 지원이 당연하다고 인식하며 조금만 소홀하면 불평하는 단계에 이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류 종 대

시장이라는 환경과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신당 소속 작가로 활동하는 데 있어 독특한 스토리와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분명 장점입니다. 작가들은 공간에 대한 고마움도 이미 느끼면서 활동하는 것 같아요. 안전상의 문제만 보완되면 좀 더 좋은 공간으로 발돋움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라 도 삼

공예 분야의 발전 차원 문제와 이 공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겹쳤는데요, 아마도 이 두 논의는 분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자는 공예 분야 내에서 논의해야겠지요. 작가들의 영역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향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이를 위해선 지난 10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것 같고, 이를 바탕으로 재설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비약적 도약’이 이루어지겠지요.

안 강 은

저는 전시를 기획할 때 신당 소속 작가들을 프로모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좋은 작가들이 많으니 적극적으로 해보겠습니다.

오 화 진

오늘 많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 짓겠습니다.

정리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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