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어린이 교통경찰대.
1959년 한 신문 칼럼을 보면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 앞을 마치 광견(狂犬), 분마(奔馬)처럼 달리는 많은 차량에 대해 경찰도 그렇고, 학교 당국도 그 모양이고, 사고 미연 방지에 대한 유념이 적은 상싶다. 서행 또는 일시 정지라는 간판 조각조차 보기 힘든 판이다. 사고가 일어나려거든 일어나보란 식이다. 이래서 어린 것들을 학교에 보내긴 하지만 학부형들은 한때도 마음을 못 놓고 가슴을 조이며 지낸다.”
우리의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어린이 교통경찰대
1961년 12월 29일 서울시민회관에서 어린이 교통경찰대 발대식이
열렸습니다. 어린이 교통경찰대는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고, 자율적으로 교통규칙을 지키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서울시내 88개 초등학교에서 1,190명의 어린이가 교통경찰로 활동했습니다.
<사진 1>은 어린이 교통경찰대원들이 건널목에서 어린이들이 신호를 지키도록 안전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눈을 덮은 커다란
헬멧을 쓴 채 ‘어린이 교통’이라고 쓰인 깃발을 단 대나무 막대를 들고 있는 어린 대원의 모습이 귀엽게 다가옵니다. 까까머리 어린이들이 친구들의 안내대로 길로 나가지 않고 질서 있게 서 있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1995년에는 학교, 학원 등 주변 도로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해 차량 통행 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하는 도로교통법이 제정됐습니다. 또 스쿨존에서 교통사고 발생 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음주, 무면허, 뺑소니 등과 같은 10대 과실로 처벌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법이 제정된 후에도 어린이 교통사고는 줄지 않았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3년 427건에서 2014년 543건, 2015년 54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 어린이들이 지금은 70대가 다 됐지만 어린이를 보호하는 ‘안전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 2> 교통정리대회 행사 도중 교통정리 요령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
교통정리를 배우는 어린이들
<사진 2>는 1950년대 중반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거리 모습입니다.
노면전차가 다니던 당시의 차량 통행량은 매우 적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전차와 차량이 얽혀 다녀서 복잡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그래서
사진에서처럼 교통경찰이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사진 속 어린이들은 교통정리대회 행사 도중 경찰 아저씨로부터 교통정리 요령을 배우고 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뒤에 서 있는 경찰아저씨가 무서운 듯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절도 있는 동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왼쪽에 서 있는 남자 어린이는 오른쪽 여자 어린이의 동작을 보며
‘나도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뒤편에 줄지어 선 합승택시와 시발택시 등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 사진 김천길_ 전 AP통신 기자. 1950년부터 38년 동안 서울지국 사진기자로 일하며 격동기 한국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 글 김구철_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대중문화팀장으로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