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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쌓아 올린 가능성
대학로정책팀 박은지
배우며 일하는 박은지 주임은
2024년 말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해 어느덧 2년 반을 보낸 박은지입니다. 여러 문화예술 기관에서 예술지원과 한류 사업 기획 업무를 경험했고, 현재는 대학로정책팀에서 연극을 통해 시민과 예술가를 가까이 연결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독일어와 국제경영학을 공부했고, 현장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며 자연스레 이 분야에 진입해 지금도 계속해서 배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행하며 새로운 도시와 문화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일상에 문화를 심어준 유럽에서의 경험
대학 시절 독일로 일 년간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당시 독일 대학에 국내 학교와 동일한 전공 과정이 없어 ‘문화학’을 선택해 공부했는데요. 사실 유럽에서 문화 관련 전공을 택하면 루브르·베르사유·우피치·바티칸 등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이 계기가 됐어요.(웃음) 덕분에 너무나 훌륭한 문화 공간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냈고, 특히 거주하던 곳 근처의 함부르크 미술관에 자주 방문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문화 공간이 제 일상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저는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 보자는 성향이고, 독일에서의 경험을 통해 문화예술이 특별하고 어려운 영역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레 즐길 수 있는 것들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회사 생활 속에서 쌓은 추억들이에요. 선배가 지어준 별명을 담은 캐릭터, 용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만든 복조리, 동기들과 나눠 가진 마그넷까지 매년 하나씩 늘어나고 있어요.”
세계와의 지속적인 연결
학생 시절에는 전공을 살려 해외와 관련된 업무를 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정도만 갖고 있었어요. 취업을 준비하던 중에 우연히 해외 문화예술 기관 프로그래머와 프레젠터를 한국에 초청해 국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행사에 단기로 참여했는데, 이때 무척 즐겁게 일한 덕분에 제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3년 반 정도 근무하며 국제교류와 한류 관련 사업을 담당했어요. 초기에는 해외 관계자를 국내에 초청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했고, 점차 해외 각지의 공연장·미술관에 한국의 공연·전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연계하는 사업으로 나아갔습니다. 해외 한류 팬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축제 사업까지 이어졌고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전통문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업무를 수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전통문화의 매력을 알게 됐고, 전통이라는 우리의 원천 콘텐츠가 가진 확장 가능성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한류’란
저는 한류를 단순한 대중문화의 유행 현상이 아니라, 원천이 되는 콘텐츠에서 출발해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바라봅니다. <기생충> 이후 봉준호 감독의 전작은 물론, 한국의 주거 문화와 사회적 맥락이 함께 주목받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계기로 라면, 전통 캐릭터, 생활양식 등 한국의 일상과 전통까지 관심이 확장되는 것처럼요. 개별 작품의 인기를 넘어 일상과 생활문화로 이어지는 ‘원천’이 있을 때 한류가 더욱 오래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확장을 만들어낼 기반을 고민하고, 현장에서 실현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 점에서 서울문화재단은 그 원천이 탄생하는 창작 현장과 아주 가까이에서 지원할 수 있는 곳이지요. 창작자들이 가진 가능성이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재단에 입사를 결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울희곡상 당선작의 문장을 담은 엽서예요. 다음엔 또 어떤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예술인 가까이에서
재단에서의 첫 3년은 예술인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공연예술인에게 필수적인 프로필 사진 촬영을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대학로 공간에 전시해 홍보하는 사업을 운영했고, 그전에는 청소년 문화예술인이 충분한 보호와 지원을 받아 중도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고요. 2월부터 서울연극센터를 운영하는 대학로정책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서울희곡상을 통해 연극 작품의 기반이 되는 희곡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서울연극센터 1층 공간을 중심으로 창작자와 시민이 만나는 대학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2026년 계획
올해는 새로운 부서와 업무에 잘 적응해 맡은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선배와 동료로부터 많이 배우고, 현장의 흐름과 정책 구조를 차분히 익혀나가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걸어온 길이 언제나 확신을 갖고 선택한 결과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주어진 환경 안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며 도달한 만큼, 조급해하기보다는 제 속도에 맞게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준비한 일이 눈앞에서 사람들의 반응으로 다가올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곤 합니다. 일을 통해 큰 기쁨과 에너지를 얻고, 그 마음과 힘으로 다시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이죠. 올해도 그런 마음으로 맡은 일을 하나씩 성실하게 해내겠습니다.
“서울연극센터 1 층에 오시면 오늘의 희곡 한 문장을 뽑아볼 수 있어요. 함께해보실래요?”
문화행정가의 관점
정책이 예술가의 삶과 창작 활동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시민이 예술을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어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간극을 자주 느끼게 되는데요.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예술가와 시민을 연결하려는 것이 문화행정가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나아가 단기의 성과나 수치에 머무르기보다 이 사업이 예술인의 성장 과정과 창작 생태계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장기적으로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계속해서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주목하는 키워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인공지능AI’인 것 같아요.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AI에 관한 흐름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장점도 분명하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이 예술가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지는 않을지, 또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작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지 고민도 계속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겠죠. 앞으로 기술과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을지 논의가 더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글 김태희 [문화+서울] 에디터













